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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벤더핑크 Oct 02. 2021

미스터리 한 대구행의 정체

대구행의 정체 1 - 출장 여행

  10년 이상 경력 전문가로 등재되어 있어 시험 감독이나 업체 심사 등으로 공단에서부터 전화가 온다. 시험감독위원은 필기나 전산 실기 감독뿐 아니라 채점 혹은 면접 전형 등을 소화해야 하는데, 채점 매뉴얼 및 출제자들의 정답도 같이 배부되기에 사실 객관식 채점은 누구나 가능해 직원들도 더블 체크를 하곤 한다. 하지만 주관식이나 면접 전형의 경우 학생들은 출제자들이 낸 정답에서 벗어나더라도 여전히 맞는 답을 하거나 출제 문제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간혹 생기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담당자들과 함께 투입된다. 1명의 편향이나 실수를 상호 보완할 수 있도록 2인의 전문가가 투입되어, 예상 밖의 답안이 나올 경우 서로 의논하여 결정하도록 되어있다. 나의 파트너는 항상 4~50대로 보이는 교수님들이셨다. 명함을 받아보면 최소 학위 박사였다. 아마 최소 1명은 교수진의 경력을 선호하는 것 같고, 개강이 되면 교수진의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인지, 미천한 나에게도 연락이 왔다.


   심지어 타 지역에서까지도 연락이 온다. 회사 다닐 때는 연월차 수당보다 낮은 수당을 받아가면서 휴가를 써서 굳이 쉬기도 아까운 연월차로 일하러 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연락이 와도 포기한 적이 많았는데, 쉬고 있으니 경력 삼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대구 지역에 이틀 일정의 제안이 들어왔다. 검색해보니 한 시간 반 거리다. 휴직일 가 아니면 가보기 힘들 것 같았다. 휴직 전에 여행이라도 다녀오고 싶었는데, 어차피 시험이 오전에 끝나므로 오후부터 관광도 가능하다. 운전으로 몸이 고될 것 같으면 예전에 부산에서 진료 봐주신 한의사 선생님이 마침 대구에 계시므로 침 한번 맞으면 될 것 같았고 둘째 날은 내려오는 길 경산 동의 한방촌에서 족욕으로 풀어주면 될 것이다. 용돈도 벌고 경험도 쌓일 수 있다. 여러모로 장점이 많은 듯해 보였다.


그렇게 출장도 아닌, 의료 관광도 아닌, 대구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자주 해보았던 부산 본부에서의 감독은 동일자에 필기와 면접이 동시 진행되어 12시나 돼야 끝났는데 대구 쪽 시험의 경우 필기와 컴퓨터 실기가 각각 나눠져 다음날 진행되는 과목이었다. 학생들이 일찍 시험지를 제출한 덕에 필기만 있는 첫날은 채점까지 일사천리로 빨리 끝내 10시 반에 마칠 수 있었다. 빨리 끝낸다고 대충 본 것도 아니었다. 채점이 빨랐던 덕분에 간혹 드물게 나타나는 답안에 오류가 있었던 주관식 문제를 전국에서 제일 처음 발견해 공단에 보고했고, 비록 답안에 기재된 답은 아니지만 옳은 답으로 볼 수 있는 답을 쓴 학생의 점수도 담당자 분과 의논해 구제해 주는 활약이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말,


퇴근이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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