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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준철 May 26. 2021

물의 지혜(수혜)

할아버지의 가훈이 아버지의 가훈으로

네 할아버지가 가훈으로 정해 주셨던 '물의 지혜를 본받자'라는 가훈을 아빠는 충분히 이해하고 지키지 못했던 것 같아서 너를 위해서 이 가훈을 이어가려고 해. 할아버지가 써주신 문구와 아빠의 생각을 함께 보면서 너는 아빠보다 더 잘 소화해 나가길 바래.


겸손 : 낮은 곳에 처하려 하는 성질을 본받자 
물은 욕심이 없어서 항상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겸손의 덕이 있다. 
과학적으로는 물은 곳곳에서 기화되어서 하늘로 올라가고 비로 세상에 다시 내리면서 산 위의 나무 등에 흡수되었다가 흙과 바위틈으로 빠져나와 계곡물로 흘러내려오고 지하수가 되기도 하니까 사실 '욕심이 없어서 항상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라는 것은 문장 그대로 놓고 봤을 때는 잘못된 이야기야. 

할아버지께서 이렇게 이야기하신 이유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요한 겸손에 대해서 조금 더 부드럽게 설명하고 싶으셨던 것 같아. 

아빠가 세상을 살아보니 한국 사회에서는 '겸손'이 살아가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 같아. 

내가 아무리 재능과 능력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재능과 능력이 쓰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재능과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데 이런 기회를 너에게 주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 너를 보고 기회를 줄지 말지 판단할 때 네가 자만하거나 교만한 모습이 아닌 겸손한 모습을 갖고 있을 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수 있는 것이 한국이거든.

또 네게 기회가 주어져 네가 많은 사람들 앞에 서거나 네 이름이 많은 이들에게 회자될수록 너의 행동이나 언행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텐데 네가 겸손함에 대해서 주의하지 않으면 어떤 이에게는 상처를 주고, 어떤 이에게는 시샘을 얻게 되어서 너에게 일어날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서 고깝게 여기고 너를 공격할 적이 될 수도 있어.

아빠는 또래의 친구들과는 완전 다른 성장기를 거치면서 그 이력을 높게 사주시는 여러 어르신들을 통해서 많은 기회들을 얻었었는데 여러 가지 기회 속에서 겸손함을 유지하지 못해서 많은 이들에게 오해를 산 경험이 있단다. ( 널 좋게 봐주는 사람들은 널 나쁘게 보는 사람들에 대해서 너에 대해서 잘 몰라서 그런다고 이야기해주겠지만 그런 말을 듣는다고 해서 네가 겸손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란다 ) 

영미권에서 사는 경우에는 아빠나 할아버지가 말하는 겸손함보다는 자기 자신을 잘 내세우는 것이 기회를 얻고 많은 이들에 도움을 받아 성장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니까 전 세계에 공통적으로 통용되는 이야기는 아닐지 모르겠지만 넌 한국인이고 네가 어느 곳에서 살아가더라도 앞으로 살아가면서 많은 한국 사람들을 만나고 살아가게 될 테니까 꼭 명심해두자
지혜 : 막히면 돌아갈 줄 아는 지혜를 갖자 
물은 다투지 않고 흐르다 막히면 돌아가는 지혜의 덕이 있습니다
물은 액체기 때문에 흐르다가 장애물을 만나도 멈추지 않고 흘러서 계속 흐를 수 있단다. 

세상을 바꾼 많은 사람들을 보면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데 몰두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들이 생각하는 방식을 보면 어떤 한 문제가 당시의 본인의 생각이나 세상의 기준에서는 말이 되지 않거나 불가능하다고 이야기되던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그 생각을 뛰어넘는 것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을 하다가 세상을 바꾼 경우가 많아. 

불가능(Impossible)이라는 영어 단어에서 ' 하나를 찍으면 나는 가능하다(I'm possible)이 되고 im을 지우면 가능하다(possible)이 된단다. 

네가 살면서 여러 가지 분야에서 여러 가지 장애물이나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텐데 그때는 기존에 하던 방법이나 행동을 잠깐 멈추고 어떻게 하면 새로운 방법과 새로운 행동을 통해서 헤쳐나갈 수 있을지 생각해 봤으면 해. 

좌절하기보다는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네가 되길 바란다. 


융통성 : 어떤 그릇에든지 담기는 유연함을 갖자. 
물은 어느 그릇에도 담기는 융통성의 덕이 있습니다.
포용력 : 어떤 물이라도 받아줘 정화시키는 능력을 갖자 
물은 깨끗하고 더러운 것 가리지 않고 무엇이든 다 받아주는 포용력의 덕이 있습니다.
유연함에 대해서는 전에 글을 하나 썼으니까 그거로 대신할게.

고등학생이라는 나이에 사업을 하면서 공동 창업자에게,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을 당하는 경험을 하면서 성인이 되기 전 아빠는 융통성과 포용력을 갖는 것이 위험하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아. 

그래서 아빠가 학교에서 배웠던 교과서에 나오는 도덕이나, 교회에서 배웠던 성경 말씀을 기준으로 두고 그대로 행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색안경을 끼고 배척하거나 멀리하려고 했었지. 

그리고는 스스로 높은 기준을 두고 살아가면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었는데 스스로 높은 기준을 두고 살아왔다고 생각하는 아빠마저도 억울한 일에 휘말리게 되면 답이 없다는 것을 경험했어. 

아빠가 어떤 기준을 갖고 색안경을 끼고 어떤 사람들을 배척하거나 멀리하려고 했듯이 사람들도 비슷해 '사실'을 접하기 전에는 상대의 억울함에 대해서 알아볼 겨를 없이 배척하거나 멀리하는 것이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거든. 

다행히 아빠는 억울함을 풀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고 나니 '조금 더 융통성 있고 포용력 있게 사람들을 대할걸'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 
인내 : 바위도 뚫는 끈기와 포기하지 않는 근성을 갖자. 
물은 끈기 있게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흘러 바위를 뚫기도 하는 인내의 덕이 있습니다.
산에 가보면 위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의 힘으로 바위가 뚫려 있는 경우를 볼 수 있단다. 

위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의 세기를 보면 무언가를 뚫을 만큼 강한 세기가 아닌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오랜 세월 꾸준히 같은 지점을 향해 떨어지는 힘이 그 바위를 미세하게 깎아 나가면서 결국 뚫기까지 한 것이거든.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해낼 수 있는 몇 가지 일들이 있단다

- 글을 잘 쓰는 것
- 말을 잘하게 되는 것
- 악기를 배우는 것 
- 기술을 배우는 것 
- 전문 자격을 갖는 것 
- 멋진 근육을 만드는 것
-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 
-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는 것 

등등 모두가 금방 해낼 수 없는 일을 네가 끈기 있게 해서 해낸다면 그 해낸 것을 통해서 네가 얻을 수 있는 일들이 참 많단다. 

30대가 되기 전 인내를 갖고 해야 하는 많은 일들 중에 네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집중적으로 열심히 해보렴 :)
용기 : 장엄한 폭포처럼 투신할 줄 아는 용기를 갖자.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다 장엄한 폭포에 자신을 던지는 용기의 덕이 있습니다.
살면서 어떤 기회들은 남들이 용기 내지 못한 일을 용기 내어했을 때 다가오는 경우가 많단다. 

고등학생 때 창업을 하기로 결심한 일, 26살에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창업을 하기로 결심한 일 같은 것들이 아빠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주요한 용기 있는 선택이었던 것 같고. 

생각해 보면 그 중간중간에 한국 사회가 지식화 사회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아빠의 생각들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용기를 갖고 블로그에 글을 써나갔던 것들이나 몇 번의 발표 자리에서 아빠의 생각을 전했던 것들이 아빠에게 큰 기회가 오는 기회를 줬던 것 같아. 

그리고 네 엄마를 만나 가정을 이루고 너를 낳기로 한 것도 하나의 큰 용기 있는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다. ( 이 말은 네가 아빠가 되면 나중에 알게 될 거야 ㅋ)
대의 : 유유히 흘러 바다를 이루는 큰 뜻을 품자 
물은 유유히 흐르는 긴 여정을 견디며 큰 강을 이루고 바다에 모여  큰 뜻을 이루는 대의의 덕이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물은 결국엔 바다로 간다는 말이 있지 ( 과학적으로도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서 큰 물로 가니까 맞는 말인 거 같기도 ) 

인생은 긴 여정을 견디며 살아가야 하는 것 같아 어떤 여정은 선물 같은 축복의 여정일 수도 있고 어떤 여정을 지옥 같은 괴로움의 여정일 수도 있는데 그 길의 끝까지 가보기 전 까지는 전체의 여정을 통해서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이룩했다고 이야기하기 어려울 것 같아. 

아직 완주하지 못한 여정 속에 있는 아빠이기에 긴 여정에 대해서 논하긴 어렵지만 확실한 것은 네가 큰 뜻을 품게 된다면 그 큰 뜻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과 많은 이벤트들이 일어나고 그 사람들과 이벤트들 속에서 네가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너 자신이 처음과 다른 모습으로 많이 성장하게 될 것이라는 거야. 

그러니 분야를 막론하고 무엇이 되었든 큰 뜻을 품는 것은 추천할만한 일이란다. 

하지만 꼭 큰 뜻을 품지 않아도 괜찮아. 네 인생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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