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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아프면 나도 아파

Body-Mind Connection

by 인생여행자 정연

딸이랑 3주 여행 #Day21 #part1

간밤에 예솔이가 나를 흔들어 깨운다. 이번 여정 중 두번째 전주 방문 숙소는 복층형으로 1층, 2층에 모두 침대가 있는데, 처음에는 2층에서 혼자 자겠다고 하다가 아빠랑 같이 잔다고 이불이랑 베개를 가지고 내려와 잠든 지 얼마 안 된 시간이었다.

속이 안 좋단다. 잠결에 ‘그러면 화장실 다녀오렴.’ 하며 화장실 불을 켜주는데, 갑자기 토하기 시작한다. 예솔이도 나도 순간 당황. 서둘러 화장실로 데려와 등을 두들겨주며 속에서 나와야 할 것들을 모두 게워내게 돕는다. 한차례, 두 차례의 폭풍이 지나가고, 난 뒷수습을 시작한다. 게스트 하우스 호스트 아주머니 얼굴도 스쳐 지나갔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하며 어떤 걸 잘못 먹었을까? 찬 걸 먹어서 그런 걸까? 생각이 계속 맴돈다. 침대 이불을 화장실로 가져와서 애벌빨래를 한다. 흔적은 지워냈는데 시큼한 냄새는 화장실 안에 퍼져 이 새벽 사건을 증명하고 있었다.

다시 잠들기 시작한 새벽 세시. 어렵사리 잠들었는데 황당한 꿈 하나가 찾아온다.
배가 아프다. 배가 아파 병원에 갔더니 급성 맹장염이란다.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고 한참 기다리다가 수술방이 잡혔는데 신출내기 수련의가 집도를 한단다. (여기까지만 해도 그러려니 했는데, 갑자기 상황 전개가 빠르게 되더니) 알고 보니 그들은 의사도 간호사도 아니었던 것. 힘들게 그곳을 탈출하다가 깼고, 눈 떠보니 전주 게스트 하우스에 난 누워있었다. 옆에 곤히 잠들어있는 아이와 함께.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는 ‘심신 상관’을 중학교 일한 년 때 체육 교과서에서 처음 접한 후, Body-Mind Connection을 신뢰해왔다.
이 아침 하나 더 알게 된 건,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으면 상대의 몸의 변화가 마음을 매개로 내 몸으로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Body-Mind-Mind-Body Connection이다.

지난 새벽 꿈속 배앓이를 하며 아이를 내 몸으로 더 느껴낸 기분이다. 이렇게 아빠로서 하루를 더 살아낸다. 한 뼘 더 큰 기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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