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디톡스, 그 여정을 함께해요.
연결의 기쁨과 설렘을 주었던 인스타그램과 잠시 이별한 지 만 칠일째, 내 삶은 어떻게 바뀌었는가?
되돌아보면 인스타그램을 본격적으로 하면서부터 여러 분야에 계시는 분들, 삶의 궤적은 다르지만 삶의 결이 비슷한 분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아직까지 인스타그램으로만 이야기 나눈 분들도 꽤 있지만 실제 오프라인 만남으로 이어져 대화하며 생각을 나누고 물성 있는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어찌 보면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일들, 기회들, 계기들이 눈 앞에 펼쳐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날 그 순간의 생각과 감정을 사진과 짧은 글로 정리할 수 있어서 내겐 일기장처럼 ‘회고’의 장이기도 했고 그렇게 표현해왔던 1,300여 개의 포스팅을 통해 나란 사람이 어떤 결을 갖고 있는 사람인지 나 스스로가, 그리고 옆에서 지켜봐 온 분들이 알 수 있는 통로가 되었다.
그러던 내가 왜 인스타그램을 쉬어가기로 마음먹었을까?
첫째, SNS 플랫폼의 메커니즘과 알고리즘을 알고 나니, 그동안 내가 선택한 것이라고 믿었지만 사실 강요당하며 중독되고 있었다는 점을 발견해서다.
둘째, 사진과 글을 포스팅하고 나서 지인들의 반응을 기다리고 인정받고자 한 심리적 취약성을 파고들어, 결국 자존감에 영향을 주고 ‘지금, 여기’를 충만하게 살아가는 걸 방해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차려서다.
오늘 아침 아이폰에 뜬 스크린 타임 현황을 보며 깜짝 놀랐다. 스마트폰 화면 보는 시간이 무려 80% 이상 줄어들었다는 것!
잠깐잠깐 짬날 때 봤다고 생각했던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보냈던 시간이 그렇게 길었단 말인가? 줄어든 시간을 보며 반가웠고 한편 충격적이었다.
스스로 알아채지 못한 사이, 새로운 사진과 글에 매혹되어 하루에도 수십 차례 오랜 시간 동안 반사적인 손동작을 반복하고 있던 것.
인스타그램 화면에서 끊임없이 리로드를 하는 엄지손가락의 놀림은 마치 슬롯머신을 당길 때와 같은 중독적 행위란 걸 알아차린 건 바로 일주일 전이었다.
우연히 보게 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소셜 딜레마’에서, SNS를 개발하고 정교화해왔던 전문가들의 증언과 설명을 들으며 이건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SNS 플랫폼에 오래 머물게 하기 위한 고도의 심리적 유인장치와 알고리즘에 나 역시 종속되어 있었다는 알아차림, 그 알아차림을 행동으로 바로 옮겼다.
함께 ‘소셜 딜레마’를 봤던 아내에게 먼저 나의 다짐을 이야기하고, 요즘 인스타그램에 입문(?)해서 슬슬 재미를 느껴가고 있는 딸에게도 설명해주었다.
SNS의 작동원리와 위험성에 대해.
그러고 나니 딸아이가 먼저 아내 스마트폰에서 인스타그램이랑 유튜브를 삭제했다. (초등학교 4학년인 우리 딸은 아직 스마트폰이 없다. 중학교 2학년이 되면 사준다고 약속한 상황. 그러다 보니 인스타그램을 엄마 스마트폰으로 짬짬이 하고 있었다.)
나 역시 그날 저녁 인스타그램이랑 페이스북 계정에 ‘쉬어간다’고 공지를 올리고 앱을 삭제했다.
생각보다 내면의 저항은 크지 않았다. ‘작게’ 일주일이란 기간을 정하고 ‘SNS 디톡스’를 시작한 점, SNS의 위험성을 인지하자마자 바로 행동으로 옮기다 보니 크게 동기부여가 되었다는 점 때문인 듯싶다.
작지만 큰 변화
1.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이 현격히 줄었다.
앞서도 적었지만 SNS 화면을 보는데 들인 시간이 적지 않았음을 발견했고, 실제 그 시간을 다른 활동들(독서, 대화, 생각하고 기록하기)에 할애할 수 있었다.
2. 심리적 안정감과 충만함이 커졌다.
드르륵드르륵 울리는 스마트폰 알람의 상당 부분이 SNS였고 그 알람이 중단되니 나의 활동과 생각의 단절의 빈도수도 현저히 줄었다. SNS 올리려 사진을 찍을 필요가 없어지자 ‘눈으로 직접 보며 그 순간을 온전히 바라볼 시간’이 늘어났다. 그때그때의 단편적인 감정과 생각을 바로 표출하지 않고 마음 호수에 담아두니 영글어 좀 더 깊은 생각과 감정에 나를 데려올 수 있었다. 결국 ‘지금, 여기’를 호젓이 누리게 되어 심적 안정감과 만족감이 커졌다.
지난 일요일 제주 여행 중에 ‘SNS 디톡스’를 결정해서 시작했기에 일상으로 복귀한 다음에도 ‘금단 증상 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 궁금했다. 다행히 사무실 출근해서도 ‘SNS 결핍’을 느끼지 않았고 수시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던 습관도 현저히 개선됐다.
이번 주말도 ‘1인 스테이, 여정’에 머물며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며 의도적으로 더욱 스마트폰을 멀리했다. 내 시간의 주도성을 다시 확보한 기분이다. 은은한 조명 아래, 음악과 책만이 존재하는 곳에서 번잡했던 생각을 내려놓고 책에서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고 내 내면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생각이 명료해지고 감정도 평온해지면서 앞으로의 십 년 스케치도 해보고 지금 하고 싶은 것, 해야 할 것을 찬찬히 적어봤다. 참 감사한 시간이었다.
+ 지금 내게 딱 필요한 좋은 공간을 알려주신 퍼셉션 최소현 대표님, 단아하고 깊이 있는 공간을 만들고 가꾸고 계신 문도호제 임태병 소장님께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그렇다면 SNS를 안 하면서 답답하거나 불편한 건 없었나?
물론, 답답하고 불편했다. 늘 가까이에서 지켜보던 지인들의 일상과 생각이 궁금해서 답답했다. 내 소식도 전하고 싶은데 그렇다고 카톡으로 일일이 얘기하자니 쑥스러웠다.
요즘 웬만한 곳은 인스타그램으로 소통하고 정보를 올리다 보니 무엇을 찾고자 할 때 불편함을 느꼈다. 세상의 반쪽만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완전히 SNS를 안 하고 살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SNS 알람을 모두 끄고, 하루에 한두 차례 정해진 시간에만 SNS에 접속하자.
‘소셜 딜레마’에서도 마지막에 인터뷰한 모든 사람들이 구호처럼 외치는 말이 있다. “SNS 알람을 모두 끄세요!”
오늘부터 2주간, 난 2차 시도에 돌입한다. ‘SNS 알람을 모두 끄고, 하루에 한두 차례만 SNS에 접속한다.” 이 원칙을 실행한다.
+ 이 글을 읽는 여러분께도 강력히 추천드린다. “SNS 알람을 모두 끄세요! 지금 바로!”
++ 이런 나의 선택에 영향을 준 작품들은 다음과 같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소셜 딜레마’
- 블랙 미러 ‘스미더린’, ‘추락’
- 영화 ‘트루먼 쇼’, ‘매트릭스’
- 정지우 작가의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 최혜진 작가의 ‘그림책에 마음을 묻다’
[ 긴 글 읽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여러분의 새롭고 활기찬 하루하루를 응원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