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토리 텔링'의 DNA

"성을 이야기하다": 갑골문, 신라 흙 인형, 고려 청동거울, 조선 춘화

by 박프로


"꼭 BTS를 멕시코에 데려오겠다!" 2년 전 멕시코 어느 당의 대통령 후보 당내 경선자가 한 공약이다. 지금 경제부 장관이 된 그는 그 공약을 지켰다. 5월에 BTS 월드 투어 멕시코 일정이 잡혔다. 대통령까지 나서 BTS 멕시코 방문을 환영하고 있다. BTS 콘서트 티켓팅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 티켓팅에 성공한 팬들은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오열한다. 특히 남미 국가들의 정부 당국은 공연 당일의 숙박대란, 교통대란을 의식해 비상사태를 선포할 예정이란다. K-팝, K- 영화, 드라마, 예능... K가 세계를 "씹어 먹고 있다."



참 재밌다! 요즘 나오는 한국의 영화, 드라마, 예능은 사람을 몰입하게 만든다. 특히 에피소드로 이어지는 시리즈물은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밤을 꼴 딱 새워서라도 끝을 본다. K-콘텐츠가 지금처럼 전 세계인의 관심을 받아 본 적이 없다. K-콘텐츠는 한국 특유의 스토리 텔링 덕분에 전 세계인의 공감을 산다. 기생충, 오징어 게임, 흑백요리사, 피지컬 100,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골 때리는 그녀들' 등 수많은 작품에 K-'스토리 텔링'이 입혀진다. 캐릭터의 환경, 개인 서사, 악한 이유가 설득력 있어 "악인인 듯, 악인 아닌, 악인 같은, " "간지 나는" 주연급 조연, 반전의 묘미, 보편성 있는 사회적 메시지 탑재, 찰떡궁합의 ost... 이런 K-'스토리 텔링'의 특징으로 전 세계인의 공감을 이끌어 낸다.



K-작가가 원작과 시나리오를 쓰면 (forshen), K-감독이 재구성 (editieren)해서 K-작품을 세상에 내놓는다 (darstellen). 연구, 편집, 제시 3박자다. 이 중에서도 편집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원작을 재구성해서 재창조하는 게 편집이다. K-드라마에 찰떡궁합의 ost를 입히는 것도 편집이다. 안예은, 백지영, 에일리, 린의 노래는 심금을 울린다. 자막을 다는 것도 편집이다. 가령 '골 때리는 그녀들'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막을 빼버리면 밋밋하기 그지없다. 자막을 다는 스태프를 "새끼 작가"라 부른다. K-작가는 대한민국의 구체적 현실, 불편한 진실을 비판적이고 총체적으로 분석, 연구해서 원작과 시나리오를 쓴다. K-감독은 편집 과정을 거쳐 구체적인 현상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제시한다. 대한민국을 이야기하지만, 보편성이 있어 전 세계의 공감이 따른다. 가령 '기생충'에서는 상습 침수 지역 반지하에 사는 기생충 같은 존재와 유명 건축가가 지은 저택에 사는 상위 1%를 극명하게 대비시켜 빈부격차의 현실을 darstellen (제시, 표현, 연출, 공연)한다. 빈부격차는 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을 지닌다.



K-'스토리 텔링'이 가능한 이유가 있다. 한국 사회는 작가나 감독이 대한민국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까발려도 용인되는 사회다. 일본은 그렇지 않다. 10여 년 전, 일본 영화 '만비키 가조꾸' (좀도둑, 들치기 가족)가 칸영화제에서 최고상을 수상했다. 당시 아베 수상은 축하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일본의 치부를 세상에 까발렸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과 사회 분위기도 냉랭했다. "냄새나는 것에 뚜껑을 덮는다"는 일본 속담이 있다. 똥 치울 생각은 하지 않고, 신문지로 덮는 일본 사회의 분위기에서는 세계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스토리 텔링이 요원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런 일본 사회의 경직성이 싫어 유에스 시티즌이 된다. J-감독 타이틀을 내다 버렸다. 비판이 허용되지 않는 사회에서는 독창성과 창조성 그리고 다양성이 위축된다. 중국 같은 전체주의 국가에서는 아예 죽는다. '장진호' '전랑' '너자' 같은 중뽕 콘텐츠만 살아 남고, C-작가나 C-감독들도 알아서 "긴다." 이번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일본인들은 '귀멸의 칼날'이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게 "발리자" "한국은 감성 팔이로 상을 탄다""고 비난한다. K-스토리 텔링이 서정과 서사를 황금 비율로 반죽해 내는 데 탁월하다는 사실을 모르고 한 말이다.



우리 역사에서 성 개방이 가장 활발한 시기는 1,500년 전 신라 시대라 한다. 신라 토우 (흙 인형)를 보면, 대담한 성 표현이 인상적이다. 신라인은 흙 인형을 빚어내면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그 스토리 텔링이 궁금하다. 성에 솔직하고, 건강한 쾌락을 추구하는 신라인의 성 문화, 성 풍속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부활과 영생, 자손 번창, 다산의 기원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실제 신라의 성 개방이 " 넘사벽"이었다는 예는 신라의 팜므파탈 '미실'에게서 찾을 수 있다. 신라인이 작성한 '화랑 세기'의 필사본에 자세히 나온다. 선덕여왕이 즉위하기 전 최고 권력자였던 '미실'은 3명의 왕 (진흥, 진지, 진평), 1명의 태자 (동륜), 화랑의 우두머리인 풍월주 4명 (사다함, 세종, 설화랑, 미생랑)을 사타구니 속에서 녹였다. 진짜 남편인 세종은 아내의 "외도"에 입도 뻥긋 못했다. 선덕여왕도 여럿 남자들을 "굳이" 마다하지 않았다. 성 개방의 풍속과 문화 때문에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신라인은 기마인물 토기를 빚어면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무슨 생각을 하면서 돌을 깎아 왕릉을 지키는 무사상을 만들었을까? 말잔등을 보면, " 밥 해 먹고, 국 해 먹는" 구리 솥이 있다. 전형적인 훈족, 투르크족의 풍습이다. 신라 문무왕 비문에는 조상이 '훈'이라 되어 있다. 훈족이 '진한' 땅으로 넘어와 토착민을 굴복시키고 신라를 창업했다는 것이다. 신라 성골이 하얀 피부, 푸른 눈의 훈족, 투르크족이라는 설도 있다. 신라 화랑이 하얗게 분칠 한 것도 피지배층인 토착민과 구분하기 위해서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왕릉을 지키는 무사들도 '서역인'이다. 훈족의 후예다. 왕족이 훈족의 후예이니 이들의 주검도 훈족의 후예가 지킨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고려 시대도 성 개방 문화와 풍속이 이어졌다. "냇가에서 남녀가 부끄럼 없이 함께 목욕을 한다!" 송나라 사람의 고려 기행문에 나온다. 고려에서는 혼욕이 자연스럽다. 개성에서 발견된 청동거울 뒤면을 보면, 4가지 성행위 체위가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다. 고려인은 이런 거울을 만들면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성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즐기는 고려의 성 문화를 이야기하고 싶어서였을까?


첫 번째 체위는 '정상위' 다. 남자 위, 여자 아래다. "클래식 체위, 선비 체위, 엄마 아빠 체위, 가족 체위, 선교사 체위"라고도 불린다. 두 번째는 '측위' 다. 같은 방향으로 나란히 누워서 한다. 세 번째는 '좌위' 다. 앉은 자세로 한다. 자연스레 입도 맞춰진다. 마지막이 '후배위' 다. 뒤에서 한다. 가장 "야성적인" 체위다. 성행위를 묘사한 신라 토우 중 '후배위' 체위가 가장 야하다.



동이족이 만든 갑골문에서도 성을 이야기하는 글자가 있다. 좋을 '길' 합칠 '합'은 '"남녀의 속궁합이 좋다"를 이야기한다. '정상위' 체위다. 세모, 화살표는 남자 소중이를, 역삼각형, 네모, 비읏, 우물은 여자 소중이를 뜻한다. 들 '야'는 들판 나무 밑에서 성교하는 걸 묘사한다. '야합'은 들판에서 개가 교미하는 걸 뜻한다. '후배위' 체위다. 그래서 '후배위'가 가장 "야성의 체위"가 된다. "야하다"는 말의 어원이기도 하다. 일본 성씨 '노지리' (野尻: "들판의 엉덩이")는 야합을 연상시켜 묘하다.


고려 충렬왕 때 '쌍화점'이라는 유행가가 있었다. 개방적인 성 문화가 낳은 히트곡이다. 쌍화점은 만두 전문점이다. 고려 유행가 '쌍화점'은 모두 4연으로, 여인이 만두 전문점 주인, 삼장사 주지스님, 우물가 용, 술집 주인과 몸을 섞는 노래다. 쌍화점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고려의 시대상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만두 전문점 '쌍화점' 주인 "회회 아비"는 색목인(터키, 위구르, 아랍)이다. 유행가 속의 고려 여인은 눈이 파란 엑조틱(exotic:이국적인) 만두 전문점 주인에게 손목이 잡히길 고대했다. 같이 잔 대가로 아랍산 유리 공예품이나 귀금속도 챙겼을 것이다. "님도 보고, 뽕도 따고!"

2연에 나오는 삼장사 주지스님도 섹스 파트너다. 불교가 국교인 고려 때는 절이 권력과 부가 모이는 곳이라, 스님은 돈 많은 단골손님이었을 것이다. 명색이 스님인데, 꽃값은 후하게 받았을 것이다.

3연은 우물가 용이다. 우물은 둥그런 궁궐을, 용은 왕을 뜻한다. 풍자가 대담하다. 충렬왕은 궁중 연회를 열고, 유행가 '쌍화점'이 불려지는 연극을 즐겼다고 한다. 왕에게 손목을 잡히면, 운 좋으면 후궁 자리를 꿰찬다.

4연은 그냥 술집 주인이 꼬셔서 잠자리를 함께 하는 내용이다. 감히 스님, 왕을 풍자했으니, 수위 조절용으로 술집 주인을 유행가 4절에 집어넣은 느낌이 든다.

'쌍화'는 '상화'(서리꽃)이다. 만두 찔 때 김이 서리처럼 올라온다 하여 만두를 '상화'라 불렀다. 오래전 개봉한 영화 "쌍화점" (frozen flower: 서리꽃)도 고려시대 개방된 성 문화를 잘 보여준다. 공민왕과 경호실장 사이의 브로맨스, 왕비인 노국공주와 경호실장 사이의 찐한 사랑으로 화제가 됐다. 영화 제목을 "만두 전문점"이라 안 한 게 다행이다!



조선의 미술은 초기는 유교 성리학의 영향이 워낙 강력했기 때문에, 상상 속의 산수, 중국의 산수를 그리는 데 머물렀다. 영, 정조 시대에 이르러서야 조선의 산수를 그리는 '진경 산수화'가 등장한다. 산수화에 머물지 않고, 조선 백성들의 구체적인 삶, 현실, 사랑을 그리는 풍속화는 양반, 백성 가리지 않고 사랑을 듬뿍 받았다. 김홍도, 신윤복의 풍속화는 유명하다. 특히 이 두 천재화가의 춘화는 유교 성리학 양반들의 "내로남불"과 위선을 위트 있게 비꼰다. 김홍도, 신윤복은 그런 사회적 메시지를 춘화로 darstellen 한다.


조선의 춘화는 절제와 여백, 여유와 풍자, 은유와 암시로 이야기한다. '사시장춘' (일 년 내내 봄)은 사랑을 나누는 남녀의 살점 하나 보이지 않고도 충분히 야하다. 폭포는 여자 소중이를, 소나무는 남자 소중이를 암시한다. 소나무의 푸르른 침엽은 건강한 음모를 은유한다. 술상을 든 계집아이는 콩닥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기가 힘들어 보인다. 온갖 상상을 불러오는 K-'이바구 텔링'이다.


사랑을 나누는 그림도 직선적이지 않다. 주변에 바위와 나무를 배치한다. 여자 소중이와 남자 소중이를 은유한다. 여백으로 여유를 준다. 정상위, 좌위, 카우걸, 후배위, threesome까지 온갖 체위가 다 있다.



춘화의 원조는 중국과 인도다. 중국은 춘화를 '춘궁비화'(춘궁은 동궁을 뜻한다)라 한다. 왕자, 공주들의 성교육용 그림책에서 비롯된다. 중국인 취향에 걸맞게 "비까 번쩍 " 화려하다. 호화로운 가구가 잘 구비된 넓은 방의 넓은 침대에서 사랑을 나누는 걸 사실적으로 그린다. 넓은 정원이나 정자도 배경으로 들어간다. 자위 도구도 등장한다. 제삼자가 지켜보면서 같이 몰입한다. 인도는 성이 종교차원으로 승화된지라, 성이 성스럽다. 춘화도 성스럽다. 왠지 옆에서 구경하면 큰일 날 것 같다.



일본의 춘화는 "시작은 늦었으나, 끝은 창대하다." 목판으로 대량 생산한 '우키요에' (浮世絵: 세상을 떠도는 그림)가 도자기의 포장지로 유럽으로 건너갔다. 19세기 프랑스의 미술계를 강타했다. 특히 "춘화 우키요에"인 '마쿠라에' (베개밑그림)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마네, 모네, 르느와르, 드가, 고흐, 세잔... 인상파를 태동시킬 정도였다. 화려한 색채는 물론이고, 세밀한 붓터치는 "넘사벽"이었다. 일본의 춘화는 여백이 없다. 과장되게 그려진 남녀 성기에 질식할 것 같다. 삽입 정사가 여백을 꽉 채운다. 일본 춘화는 직진이다. 은유, 절제가 없다. "노 빠꾸"다. 성행위 자체에 몰입한다. 이게 또 19세기 유럽에 통했다.

나라마다 나름의 춘화가 있겠지만, 몽골의 '마상 정사' 춘화는 경이롭다. 아크로바틱 하다. 몽골스럽게 달리는 말위에서 한다. 세계를 정복하려면, 말위에서 활도 쏘고, 사랑도 나눌 만큼 빨라야 함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2년 전 한강 작가가 한국역사상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우파 일각에서 한강을 "좌파 작가"로 몰아붙였다.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가 5.18과 4.3을 왜곡시켰다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 문예계를 지배하고 있는 세력은, 엄밀히 말하자면 '좌파'가 아니라, "왼쪽으로 기운 리버럴 (liberals: 자유주의자)"이다. 좌파라고 똑같은 좌파가 아니다. 스펙트럼이 넓다. "극좌, 오리지널 좌파, 자본주의 꿀 빠는 반미 강남좌파, 샴페인 좌파, 캐비어 좌파, 리무진 좌파, 라테 좌파, 무늬만 반미 좌파, 생업만 반미 좌파..." K-스토리 탤링을 주도하고 있는 세력은 "왼쪽으로 기운 자유주의자"다. 대통령 직속 '대중문화 교류위원회' 위원장직을 받아들였다 해서 '박진영'이 좌파는 아니다. 대한민국은 자유와 비판, 다양성이 무한대로 보장된다. 문화 예술은 속성상 자유, 독창성, 창조성, 다양성을 추구하고, 현실 비판을 담는다. 아무래도 오른쪽보다는 왼쪽으로 기운다. 중국 같은 전체주의 사회에서는 그런 속상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국가 검열과 자기 검열 때문이다. "열린 사회"의 적은 "비판에 재갈 물리기"와 "유일주의, 획일성 추구"다.


대한민국이 "리틀 아메리카"에서 "리틀 차이나"로 바뀌는 순간 "쓰잘데기 있는 바보"는 "쓰잘데기도 없는 바보"로 나락 간다. 지금 대한민국의 K는 고구려 광개토왕이 말달려 주변을 정복해 나간 이래 처음 느껴보는 웅장함으로 밀려든다. "하드 제국주의 (경제, 군사가 바탕)"가 아니라 "소프트 제국주의 (문화 바탕)"가 주는 웅장 함이다. "리틀 차이나"로 되면, "K-문화 제국주의"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방탄소년단이 군복무를 마치고 "전역소년단"으로 돌아왔다. 완전체로 또다시 세계를 누빌 것이다. "리틀 아메리카"의 BTS는 특히 "유에스 아메리카" 팬들의 환호를 받을 것이다. 미국은 군인을 존경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Go K-Pop! Go K-Storytelling!




작가의 이전글K-끈기의 D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