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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Sep 03. 2022

‘잘할 수 있을까?’ 걱정한다는 건,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Tvn, 20220>

잘할  있을까?


어렸을 부터 숱하게 해온 질문이다. 못할  같은, 걱정이 앞선 날이면 불안감에 울기 일수였던 나는 그럴 때마다 엄마가 냉장고에 붙여 놓은   있다는 찬양 가사를 외우곤 했다. 지금도 마음에 물음표가 던져지면  찬양 가사가 떠오른다. 일생의 절반 이상을 함께 하고 있다 보니 이제는 반려 질문 같다.


기억력이 좋지 못해 그날, 그날,  ,   시간 속에 느낀 감정이나 깨달은 생각을 글로 적고 있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다. 그래서 브런치에는 이미 '잘할  있을까?' 대한 생각이 담긴 글이 여러  있다. 그중에서도 드라마 <질투의 화신(SBS < 2016)>  대사를 인용해  글을 자주 생각한다. 아나운서 시험을 보고  나리(공효진 ) 불안해하며 ‘ 될까?’ 물었을 , 인생에 물음표를 붙이지 말고 느낌표를 붙이라던 화신(조정석 ) 대사를 떠올리며, ‘잘할  있다!’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 말해 왔다. 말엔 힘이 있기에 이것만으로도 생각은 꽤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었다.


 눈엔 한없이 부족해 보이는데, 이런 내게 누군가 기회를 줬다면 실력을 의심하며 거절하기보단 내가 보지 못한 무언가를 발견했을, 나를 선택한 이의 안목을 신뢰하기로 한건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Tvn, 2022)>  코치(김혜은 ) 리더십을 보면서 정리된 생각이다.   해서 기회를 준이에게 누를 끼칠까 그게 걱정돼서 거절해왔는데, 그 겸손이 아니라 경험의 기회를 놓치는 아쉬운 선택이었단 후회로 남았다.


그렇게 ‘잘할  있을까?’ 대한 생각은 ‘잘할  있다 방향을 잡았지만, 여전히  질문을 떠올린다는 사실에 나는 자주 무력해졌다.  질문 자체를 그만하고 싶었다.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 과정은 양의 차이가 있다 해도, 시간과 감정이라는 에너지가 사용된다. 그렇게 사용되는 에너지를 줄여  많은 일을 거침없이 하길 바랬다. 무엇을 하든 자신감 있게 하는 사람이 되길 원했다.



드라마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Tvn, 2022)>에는 트라우마로 침을 놓지 못하게  의원 세풍(김민재 ) 대신해 그의 손이 되어주는 은우 아씨(김향기 ) 등장한다. 은우 역시  사건을 거치면서, 의녀로서 자신의 인생을 살기로 선택했던 참이다. 함께 환자를 살피던 둘은 환자의 상태를 자세히 알기 위해 지체 높은 마님과 대화 자리를 잡는다. 풍보다 여인인 은우가 대화 상대로 좋았기 은우가 마님을 만나기로 지만, 이제  의술을 배운 데다 환자에 대해 정보를 감추려는 마님의 마음을  수 있는 방도가 딱히 떠오르지 자, 은우는 잘할  있을까 걱정됐다. 걱정하는 은우에게 세풍은 자신감이 부족하다며 나무라지 않고, 그렇다고 무조건 잘할 거라는  말로  마음을 위로하려 들지 않았다. 그저 격려했다. 불안한  마음 자체를.


 “걱정을 하고 있다는 건 도리어 잘해 낼 수 있다. 나쁜 일은 걱정을 안 한 데서 온단다.”


소심했던 세풍에게 해주시던 어머니의 말이다. 어머니는 세풍이 걱정하는 마음속에 담긴 진짜 마음을 보았다.  안에 담겨있는  해내고 싶은 마음, 하고 싶은 마음 말이다.  하겠고, 하기 싫다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을 테다. 그러니 걱정하는 마음은 잘해   있는 방도를 찾게  것이다. 세풍이 삼장 장원이 되고, 왕실이 인정하는 의원이  것처럼. 은우가 마님을 진료하고 환자의 치료 방법을 찾아낸 것처럼. 이들이 가진 걱정하는 마음은 나아갈 길을 찾는 등불이 되어주었다.


걱정하는 생각,  자체는 나쁜  아니었다. 오히려 이런 질문을 나쁘다고 생각하고, 하면  된다고 기며 시작부터 불편한 마음에 짐을 만들었다. 그 마음이 또 무거워 시작을 주저하고 말았다. 걱정을 하고 있으니 도리어  해낼 거다. '잘할  있을까' 대한 생각의 물고를 다른 방향으로 트니 부담스럽기만 했던 이 질문이 도리어 설렌다. 어떻게 해낼까 하는 두근거림이 느껴진다. 


걱정이 된다면 걱정해도 된다. 염려가 된다면 염려하되,  속에 담긴 해내고 싶은 의지도 살펴봐주자. 괜찮을 거라 넘겨짚기보단, 돌다리를 하나  만드는 용도로 쓰자. 스스로가 부족하기에 드는 생각이 아닌,  해내고 싶은 마음이 만든 불안이라면 해내는 답도 반드시 찾게  테니까!


부디,  글이 ‘잘할  있을까?’ 대한 마지막 글이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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