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다. 좋다. 취향이 분명하고,
특히 싫은 것에 대한 입장이 분명한 나는 '싫은 게 많은 사람'이다.
꽃도 싫어한다. 향에 예민해서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엔 향수뿐만 아니라 내 머리에서 풍기는 샴푸 냄새에도 두통이 인다. 그런데, 그래도 가끔 꽃 선물이 받고 싶다.
좋다, 싫다. 명확히 구분해 낼 수 있다고 여겼다.
적어도 나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분명히 안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굳어져만 갈 것 같았던 취향은 물론 습관도 바뀌었다. 무엇이 바뀌게 했는지 모르겠다. 아마 한 두 가지 사건이 나를 변화시키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쌓이는 경험은 나의 생각을 바꿔만 갈 텐데,
확신에 찬 나의 글들이 떠올랐다. 무엇도 자신할 수 없게 되니 글을 쓰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전처럼 편하게 생각이나 취향을 말하지도 못했다.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 봐 그래 나도 변했으니까.'
변덕쟁이가 돼가는 건 아닌가 싶었지만, 이 명확하지 않음이 나를 더 탐구하게 만들었다.
오래 봐서 이미 다 안다고 생각한 지인들을, 익숙한 상황을, 나 자신을 좀 더 들어다 볼 수 있게 했다. 확신 속에 생긴 작은 틈이 불안을 주는 줄 알았는데, '그럴 수도 있다'는 작은 단서를 주었다. 이해의 폭을 넓혀주었다.
확신 대신 끝없는 관심과 사랑으로 나와 우리를 알아가는 사람이 되어가는 중이다.
/수정 2019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