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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May 30. 2017

결국 위로는 현실에서 왔다.

쌈마이웨이 -

우리가 드라마를 보는 이유가 현실을 잠시 잊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예쁘고 잘생긴 사람들밖에 없는 드라마 속의 주인공들은

우리가 선망하는 직업들을 갖고 크고 넓은 집에 살며

세상 완벽한 남주는 절대 한 여자만 바라보고,

키다리 아저씨 같이 적재적소에 도움의 손길이 등장하고,

정의가 항상 이기니까.


하지만 위로는 결국 현실에서 왔다.



태권도 국대를 꿈꿨고 아나운서를 꿈꿨고 현모양처를 꿈꾸던 이들의 미래는

세균 박멸 위생업체 직원, 백화점 인포, 홈쇼핑 계약직 상담원이 되었다.


꿈과 많이 다른 현재.

이들은 현재 주어진 자리에서의 매일의 삶을 살아가지만 가슴속에 과거 꾸었던 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아버지 앞에서 밥풀을 다 튀겨가며 똥만이가 한 대사는 내 주변의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예중, 예고, 예대를 나와 꿈을 키워갔지만 실력도 있었지만 결국 그 길을 떠나야 했던 어떤 이의 가슴을.

심장을 두근두근 뛰게 하는 피아노였지만 집안 사정을 먼저 생각했던 일찍 철이든 어떤 이의 가슴을 말이다.



"너무 좋아. 너무. 너무.
 사람은 진짜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야 하나 봐."
"하고 싶은 거 해보니까 그렇게 좋아?"
"죽지."

#쌈마이웨이 3화. 사내 방송을 하게 된 애라의 대사.


해보니까 죽고 못 살 정도로 좋았는데

왜 우리는 그 좋아하는 것을 하고 살지 못하는 걸까?



"돈이 있어야 꿈도 꾸고, 마음도 쓰는 거잖아요.
나는 우리 엄마 집도 사주고 싶고요. 우리 아빠 똥차도 바꿔주고 싶어요.
그게 다 내 마음인데 그게 다 돈이잖아요.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다들 거짓말하면서
사실.. 이 마음도요... 다 돈이었잖아요."

#쌈마이웨이 3화.


똥만이의 울부짖음에 그의 사범이었던 코치는 중간 중간 이런 대사를 한다.


"애가 왜 자꾸 돈 돈 거려. 야 뭐 인생 돈 보고 가냐! 돈보다는 뭐 꿈 뭐 노력, 마음 뭐 이 딴 거 보고 못 먹어도 고하는 거지!"
"새파란 게 왜 자꾸 찌들어 빠진 소리하고 있어."

#쌈마이웨이 3화.


어른들은 모든 걸 할 수 있는 청춘이라는데, 그 시간으로 되돌리면 나는 뭐든 다 할 거라고 말씀들 하시는데

우리는 왜 찌들어 빠진 소리만을 하고 있는 걸까?



이젠 어린아이들의 장래희망에서 대통령, 선생님, 과학자, 척척박사(친척 동생의 꿈이었다.)를 찾아보기 힘들다. 아이들이 가수, 연예인, 셰프를 꿈꾸는 것은 화려함도 있지만 돈을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중고등학생들은 대학 입학과 함께 취업을 생각하며 진로를 계획한다. 아이들의 장래희망의 많이는 '안정적인' 공무원이다.


다이내믹하게 꿈을 꿔야 할 때에 꿈꿀 수 있는 기회 조차 일찌감치 빼앗긴 건 아닌가? 미안한 마음이다.

나는 언제 '니들은 뭐든 될 수 있다'는 어른들의 말이 사기, 거짓말이었다는 걸 깨달았던가?


사실 꿈을 갖고 살 필요는 (맞다!) 없다.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없어도 정말로 괜찮다.

하지만 꿈이 없는 인생을 피폐하거나 반짝이지 못하거나 지친 사람 취급하는 세상 때문에 고 스펙, 다양한 이력에 꿈까지 만들어 넣어야 한다.


청춘시대에서 뒤늦게 (소위 말해) 철이 든 하영이 미술 학원을 끊으면서 이런 대사를 한다.

"나 이거 큰일 난 거 아닐까? 어정쩡한 나이에 어정쩡한 목표를 만들어버렸어."

그녀는 디자인을 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왜 꿈이 아니라 목표라고 표현했을까?


재미있는 건 꿈을 꾸지 못하게 만들어 놓고서 꿈을 꾸라고 한다는 것이다.

어떤 마음으로 꿈을 포기했는지,

애써 포기한 그 마음을 헤아려 주지 못하고 다 안다는 듯

꿈을 꾸라 혹은 이제 그만하라는 등의 말을 하는 입을 (가끔 손을 뻗어 잡아 버리고 싶은 충동이 든다.)


수상한 파트너 10화


캘리그래피란 취미를 가지면서 펜도 사고 어플도 돈 내고 사봤다. 그런데 요즘 아이패드와 아이펜슬이 갖고 싶어 졌다. 최소 돈 백 들어가는 이 장비가 내게 꼭 필요한가? 취미도 돈이 있어야 한다.

아는 동생이 어머니께서 취미 생활로 시작한 미술을 서포트했다. 동생의 어머니는 얼마 전 작은 전시회를 여셨다. 우리 엄마도 그림 잘 그리는데... 엄마한테 미안해졌다. 효도도 돈이 있어야 한다.

결혼도 돈이 있어야 한다.

나의 입엔 한동안 만몬 신 숭배자적인 발언이 떠나질 않았다. (사실 지금도 좀 그렇다.)



코치의 말이 다시 생각난다. 왜 자꾸 돈, 돈 하는 걸까?

돈이 아니면 승부를 볼 수 조차 없게 만들어 놨으니까.

내정자가 있는 면접을 보는 애라의 기분이 뭔지 알 것 같다.

면접을 보는 장면인데 닳고 닳은 신발이 클로즈업되고 얼마 후 입사 지원에서 탈락되었다는 문자를 받은 윤선배, 윤진명의 장면이 생각나는 이유일지도. (#청춘시대)






드라마 청춘시대의 마지막은 특별한 게 없다. 함께 어울리며 상처를 치료해 가며 살아가려는 것뿐.

시작도 현실적이었고 마지막도 일상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드라마도 그랬으면 좋겠다. 이 드라마에서 비현실적인 요소는 그저 주인공들의 비주얼 정도였으면 싶다.

동만을 위로하던 애라의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을 뿐이고, 그런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고 더 나아가 꿈을 이뤄볼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동만의 울분과 애라의 눈물이 이미 위로가 되었으니까.





+ 드라마 대사는 계속 업데이트됩니다.

+ 대사 손글씨는 무단도용, 불펌 X, 개인소장 O, 재배포시 수정X, 출처밝혀주세요 :)

   감사합니다.


못 먹어도 고. 굉장히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못 먹을 걸 정말 각오해야 하니까.


참신한 여주인공. 쿨하지 못한 촌년. 장비가 롤 모델인 #최애라 신신여성 최애라를 사랑하는 이유.


떨리고  부들거려도 자신의 마음을 전달할 줄 아는 #최애라 난 그녀가 너무 좋다.


면접관이 말했다.

"열정은 혈기가 아니라 스펙으로 증명하는거죠."

이력서에 쓸 수 있는 스펙이 따로 존재하는, 일종의 "이력서 정답"이 생겼다. 인생은 답을 맞추는 것이 아니고 답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래 놓고선 도전하라고, 꿈을 꾸라고 희롱한다. 잠 잘 시간도 없게 만들어 놓고선 말이다.

원하는 고상한 기준과 다르다면 인생을 헛되게 산 것이 되는 건가. 고작 몇줄로 한 사람의 인생을 알 수 있을까? 한 사람을 깊게 보기엔 요즘은 모든 너무 빠르다. 물론 나 역시 빠름중독자이지만.

우리 애라 좀 그만 울렸음 싶다.


충고, 조언이란 남의 결함 또는 잘못을 진심으로 타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젊은 사람들이 어른들의 충고를 점점 무시한다고 하는데. 관계 혹은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사이에서 "생각해주는 말"은 일방적인게 아닐까? "진심"으로 "타이르는 말"로 다가오기엔 힘들지 않을까?

아프니까 청춘이라는데 그렇다고 해서 아프게 해도 괜찮다는건 아닌데. 청춘들도 아픔에 익숙해지지 말고 사고를 쳐봤으면 좋겠다. 멋진 사고.


사랑하는 사람을 의심하는, 그 나쁜 짓을 시킨 것이 가장 큰 잘못이다.

자고 안 자고 그 전의 문제다.


그는 착한 그녀의 마음을 너무 믿었다. 곰같은 그의 맘 속에 이런 안일한 믿음이 있었다니,

덕분에 그는 후회가 생겼다. 후회 없이 돌아 설 수 있는 설희가 세상 멋졌다.


그녀가 물을 얼굴에 쏟은 장면을 보고 사이다, 라고 하더라. 세상 이렇게 슬픈 사이다가 있을까. 이 사이다의 맛은 쓴 맛일 것 같다. 그녀의 저주가 굉장히 쓰게 나쁜 년에게 먹혔으면 좋겠다.


12화는 동만이의 파이팅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슬펐다. 현실적인 6년차 연인의 이야기.

왜 변치 않는 사랑이 부담스러운 것이 되어버린 건지. 엄마 같은 여자는 왜 세련되다 생각하지 못하는건지.

사실 나 역시도 엄마, 현모양처 의 꿈은 왠지 꿈에 넣지 못했으니까. 그것조차 당연한건 없는데.


누군가의 인생에 전부였던 시절 -

다시 돌아 갈 수 있을까?

드라마를 보는 입장에선 남자와 여자의 상황과 속 마음을 다 알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에, 나는 다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


인스타에 누가 이런 뉘앙스의 댓글을 남겼다.

"가슴이 두근두근 뛰다가 심장마비 올 지경"이라고.

하고 싶은 일, 그 녀석과 이 왠 밀당.



 처음에 당부했던 것 처럼 감사하게도 이 드라마에서 비정상적인 건 주인공들의 비주얼 밖에 없었다.

심지어 건물주 엄마가 등장해서 삶이 좀 바뀌나 했는데, 역시나 건물엔 융자가 붙어 있어야 제 맛. 사업은 세번 정도 실패해야 기본인 초 현실적 묘사에 안심스러운 마음으로 므훗해졌다. 


혹자들은 이들이 꿈에 도전하며 포기하지 않는 모습에

"나의 20대는 어떠했나." "너무 후회된다." "부럽다." 등 의 반응을 보였다.

물론 나도 가슴 속에 접히지 않는 꿈이 있기에 부럽고 부러웠다.


하지만 결국 현실이었다.

설희는 가내수공CEO가 되었고 애라는 MC가 되었고
동만이는 격투선수가 되었고 주만이는 과장이 되었지만
여전히 남일바에서 모인다. 


보통의 드라마라면 꿈을 이룬 그들의 삶이 화려해지는 장면들이 나오기 마련인데

여주인공들은 1회부터 마지막까지 유니폼을 입었고 황금발FC 티셔츠를 입고 있다.

(황금발 축구 동아리 PPL 이었다면, 매우 성공적이었을 듯)


하루 하루 성실히 살았고 그 성실함이 기회를 만들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가슴 속에 품고 있던 꿈을 이뤘다.

그렇기에 꿈을 이루웠다고 특별히 달라질게 없는 것이, 현실이지 않을까? 

주어진 하루 하루를 성실히 살고 가슴에 꿈을 품고 있는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우리의 삶도 매일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 같지만 결코 같지 않은,

꿈에 한발자국씩 다가가고 있는 중이란 기대가 생겼다.


여름이 되면 꺼내 볼 드라마가 또 생겼네. #청춘은매시절이푸르른,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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