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닥터스는 내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함께 보고 싶은 드라마이다. (닥터스_리뷰_바로가기)
여자는 사랑을 잘 모르고, 그래서 어려워하고 막연히 두려워한다. 남자는 그런 그녀를 이해하고 그녀의 속도에 맞춰 발걸음을 걷는다. 그리고 둘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려는 노력을 통해 함께 걷게 된다. 내가 선망하는 관계의 모습이었다. 많은 드라마에서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닥터스는 그중에서도 좀 더 어른스럽고 성숙한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처럼 다가왔다.
하명희 작가의 신작, 사랑의 온도를 기다린 이유다.
이 드라마는 하명희 작가의 소설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가 원작이다. 그래서 네이버에 원작의 결과를 묻는 글들이 많았다. 나는 원작의 결말이 나와 있는 글들을 읽지 않았다. 소설은 드라마가 끝나고 읽어볼 생각이다. 고작 1-4회를 보았지만 드라마가 주는 감성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각 음식에 따라 최적 온도라는 것이 있다.
사랑에도 최적 온도가 있다.
문제는, 최적 온도가 남녀 두 사람이 동시에 같은 온도여야 한다는 것이다."
-드라마 소개 글 중에서-
그녀는 그의 고백에 "나이"로 답한다.
사실 그는 잘못이 없다. 그의 말대로 나이 많은 것이 좋은 것도 아니고, 나이 많은 건 그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거니까. 그냥, 누군가의 관심을, 친절을, 호의를 고지 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늙어버린 내가 문제다. 그렇게 때 묻지 않고, 자신의 것을 거침없이 보여주면서도, 겁먹지 않고, 상처 받지 않을 거라는 당당한 내가 잃어버린 그 어린 패기가 부러워서 꼬여버린 것이다. 어느 사이 그의 고백 속에 담긴 진실을 찾아볼 여유도 사라져 버렸다. 그냥 그런 건 치기 어림이고, 장난이고, 나이 많은 날 무시하는 거라고, 경험적 판단에 맡겼다.
다 겪어본 어른이란 자만으로.
내 허락 없이 들어버린 이 나이가, 사랑의 온도를 쉽사리 켜지지 못하게 막고 있다. 그리고 온전히 사랑에만 집중하기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그에게만 집중할 수 있던, 치기 어리기도 한 그의 나이가 부러워, 질투가 났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를 향해 뛰어갔다. 그도 그녀를 향해 뛰어 왔다.
하지만 그녀는 시간이 한참 지나서 알았다. 사랑이라는 것을.
그는 지금 그녀를 향해 가는 이 순간 알고 있었다. 사랑이라는 것을.
"현수와 정선은 타이밍이 달랐다.
서로가 상대에게서 사랑을 인지하는 타이밍이.
좀 더 일찍, 아님 약간 늦게."
"지금 이 순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가?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지금 이 순간 지나가버리면 당신은 영영 그것을 갖지 못할 수도 있다." -드라마 소개글 중에서-
그는 거침없이 그녀에게 향해갔고 마음을 전했다. 그런 정수를 보는 내가 다 설레었다.
하지만, 이런 자세야 말로 판타지란 생각이 들었다. 정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는 사람이 요즘 어디 있는가. 나부터도 상처 받지 않으려고 마음을 돌려 말하고, 썸이라고 주장하지 않는가. 그래서 그들이 어긋난 온도를 가졌던 건가?
이들의 사랑이 다시 만나, 같은 온도가 되기까지 어떻게 거쳐나갈지 궁금하다.
나는 또 드라마를 통해 사랑의 이상을 그리게 될 것 같아, 조금 겁이 나지만(드라마로 사랑을 배웁니다.)
오랜만에 가슴 설레게 하는 드라마다.
+
정선은 인턴에 합격하자마자 기쁜 소식을 나누기 위해 현수에게 전화를 한다. 현수는 최악에 악의
상황에서 혼자 울고 있다. 정선이 나오라고 했지만 어린애 떼쓰기에 비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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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알아서 척척척, 그렇게 혼자 버티고 감당하고 이겨내야 했던 시간들이 길었다. 프랑스로 떠날 나이 어린 정선에게 마음을 주기보단 자기 앞가림을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났다. 그게 지혜로운 거라고. 그를 믿는 것보다 자신을 믿었다. 그래서 이전 날처럼 그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하지 않고 노트북 앞, 자신의 현실이라 여겨지는 그 자리에 앉아 울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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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많은 게 죄냐, 왜 나이에 스스로 걸려 넘어지냐, 아직 젊다. 고 하지만, 나이는 상대적인 것이다. 비교될 수밖에 없다. 나이 많은 사람에게 시간은 계산해서 써야 할 기회비용이 된다. 사회적 편견도 무시 못한다. "사회적 통념에 잘 적응"했으니까. 조보아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는가(아, 술잔을 집어던져주고 싶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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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많은 사람이 가이드를 잡아줘야지. 마음을 단속하고 감정 죽이는걸 더 잘하니까. 사랑이라 생각할 수 없었다. 해서도 안되었다. 그렇게 서로를 향해 맞춰지던 사랑의 온도가 다시 달라졌다.
인스타 @by.ybo _ 각 회 마다 리뷰가 담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