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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Apr 15. 2019

봄의 길목에 머물러보기

비가 오자 꽃이 지기 시작했다.

나무 가지에는 듬성듬성 돋아 나는 푸른 잎과 떨어질 분홍 잎이 어우러져 있었다.

봄의 끝자락과 여름의 앞자락이 마주 닿은 모습이었다.


나무 아래는 꽃 향이 그득했다.

떨어지는 꽃잎이 향을 내 가까운 곳까지 가져다주었다.


향기를 잃은 꽃 잎은 이내 곧 발 밑에 뭉개졌지만,

내 걸음을 따라 묻어온 꽃 잎이 그렇게 나와 몇 발자국을 더 걸어가 주며, 꽃 길을 만들어주었다.


덕분에 여태 추운 나는 봄의 길목에 머무를 수 있었다.

언제나 아쉬운 봄이 가면서 내 손 끝과 발 끝에 아리게 남은 추움도 가져가겠지.


그렇게 머물러 떠남으로 이어지는 또 다른 시작을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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