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상종.

by 양보

하루는 외근을 갔다 인근에서 일하는 동생과 점심을 먹었다.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의 수다를 감당하기에 점심시간은 너무나 짧았다. 늦겠다며 서둘러 지하철로 향한 우리는 개찰구 앞에서 좀처럼 헤어지지 못하고 아쉬움에 작별 인사만 반복했다.


“언니. 나는 언니가 좀 더 편안해졌으면 좋겠어. 진심이야.”

강아지 같은 눈망울로 나를 다독이던 그녀의 손을 나의 다른 손으로 포개며 말했다.

“나한테는 네가 그래. 너야 말로 좀 내려놓고 편안해졌으면 좋겠어.”


그녀와 나는 스물 후반 한 직장에서 만났다. 함께 일 한 시간은 일 년 남짓으로 짧지만 격동기 시절이었던 회사에서 정말 다이나믹한 시간을 보냈다. 전우애를 나눈 우리는 퇴사 후에도 관계를 이어갔다. 오랫동안 그녀를 보면서 느낀 건 나보다 동생이지만 훨씬 어른스럽다는 점이다.


그녀는 자신이 속해 있는 곳에서 언제나 솔선수범 일했다. 알아서 한 발 앞서 행동해주는 그녀 덕에 조직은 편했고, 불평과 짜증으로 일하지 않았기에 존경스러울 때가 많았다. 그녀는 가정에서도 나와 같은 막내였지만, 유학 생활로 오래 자리를 비운 언니를 대신 장녀의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그에 비해 나는 지난 십 년을 ‘대충 살자’의 자세로 게으르게 살아가고 있었다. 많은 역할을 내려놓았고, 깊이 생각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었다. 그러했기에 그녀에게 너야 말로 이제 좀 내려놓고 편안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이다. 하지만 나의 말에 그녀는 놀란 토끼눈이 되었다. 언니가 더하면 더 했지, 자기는 괜찮다며 내가 건넨 위로를 돌려주려 했다. 편안해졌다고 생각했다. 이만하면 많이 변한 거라 여겼는데, 그녀의 눈에 나는 여전했나 보다.


유유상종, 같은 성격이나 성품을 가진 무리끼리 모이고 사귀는 모습은 우릴 보고 하는 소리였다. 그녀와 나는 여전히 많은 걸 내려놓지 못했고, 종종 눌렸다. 그 마음이 어떤지 잘 아는 우리는 서로에게서 아픈 부분을 너무도 잘 발견했다. 어쨌든 덕분에 훈훈했던 분위기는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지고, 서로를 향해 어이없다는 웃음을 날리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비슷하다는 건 어렵게 맞춰가지 않아도 되기에 좋다. 함께 있을 때 참 편안하다. 하지만 약점도 같기에 서로를 위로하는 일이 쉽지 않다. 닮은 약점을 위로하는 일은 셀프디스나 다름없으니까. 내가 건넨 위로 끝에 ‘너나 잘하세요’라는 말을 들어도 할 말 없던, 그 날의 우리처럼 말이다.


위로는 여전히 어렵고 서툴다. 나도 못하는데 이런 소리를 해도 되나 고민될 때가 많다. 하지만 어떤 마음과 어떠한 이유로 힘들어하는지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알 수 있기에, 비록 나부터도 그렇게 살지 못 하지만, 그렇게 살고 싶은 마음으로


오늘도 나는 서툰 위로를 건넨다.


강아솔,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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