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누군가의 부족한 첨언.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다음 같은 말이었다.
입사 후 3개월은 정신이 없다. 업무 파악하기도 바쁜데 회사 분위기까지 익혀야 하고, 올빼미족으로 생활하던 몸의 리듬을 직장인 사이클로 바꿔야 하기 때문에 육체적으로도 힘들다. 실수가 많은 건 당연한 건데 3개월 쯔음 되면 슬금슬금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일이 나랑 맞는 걸까?’
'어차피 그만둘 거면 빨리 그만두는 게 낫지 않을까?'
‘내가 생각한 건 이런 그림이 아닌데...’
일반적인 회사에서 3개월의 수습기간으로 두는 건 채용한 직원이 본 회사의 이념과 문화 등에 잘 맞는지 면접에서는 알 수 없던 부분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이 기간은 채용된 구직자에게도 해당된다. 내가 다닐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살펴보고 자신이 지원한 이유와 실상이 크게 다르다면 그만둘 수 있는, 서로가 알아가는 기간이다.
그러나 새로운 무언가를 알아가는데 3개월이란 시간은 짧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회사가 직원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으로써 3개월보다, 직원이 한 회사에 대해 알아가는 3개월이 더 짧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는 직원 한 사람만 살핀다면 채용된 직원은 회사 전체, 업무를 비롯해 문화, 주변 사람들까지 알아가야 할 것들이 배로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자신이 이 회사를 선택한 어떠한 기준과 실제가 다르다거나,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월급이 밀린다거나 회사가 부도덕적이라거나 등)이 아니라면 1년은 버텨 보기를 조심스럽게 권해본다.
도움이 안 되는 경력이라면 빨리 자리를 접으라고 말하지만, 사회 초년생들에겐 전혀 연결성 없는 회사에서 1년은 업무가 아닌 사회가 어떤 곳인지 배우는 시간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러니 자신의 실수에 맘 졸이며 조급해 하기보다, 섣부르게 회사와 업무에 대해 결정을 내리기보다, 한 1년은 알아간다는 마음으로 일해보는 건 어떨까 싶다.
특별한 일이 없었는데, 매일이 비슷한 날의 연속이었는데 어느 순간 일이 너무 하기 싫어진 적이 있다. 당시 해보고 싶은 일이 있었는데 기존 회사에서는 가로막힘을 당한다고 있다는 느낌이 크게 느껴졌다. 결국 혼자 고민을 하다 이직을 결정했다.
아래에서도 이야기하겠지만 이직을 하거나 그만두는 일에 대해 나는 찬성하는 편이다. 나 역시 이직을 한 회사에서 원하는 일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오래 일하지 못했다. 당시 알지 못했는데 몸이 지쳐있었다. 쉼에 필요했는데,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그러한 이유로도 슬럼프가 올 수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무엇보다 원하던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왔으니 새로운 일이 주는 흥분에 내 몸 상태는 뒤로 하고 이직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조직에 적응하기에 마음이 지쳐 있었고 결국 길게 일하지 못하고 그만두게 되었다.
안타까운 건 기존에 일하던 직장에서 내게 새로운 기회를 주려 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퇴사라는 결정을 내리고 온 나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왜 회사를 그만두려고 하는지에 대해 입을 다물었기에 회사 마음을 1년이 지나서야 전 상사를 통해 알게 되었다. 만약이라는 가정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때 내가 선배들에게 고민을 이야기했다라면 익숙한 그 공간에서 차근차근 경험해보고 싶은 일들을 더 많이, 안정적으로 접해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경험으로 3-5년 차에 접어든 후배들에게 슬럼프가 찾아오면 우선 며칠이라도 휴가를 내 보길 권하게 되었다. 몸이 쉬면 짜증 나던 일들도 상대적으로 가벼워진다. 진짜 퇴사하고 싶었던 게 아닌 쉼이 필요했다는 것도 알게 된다 하지만 스스로가 더 발전하고 싶은 마음에 여전히 퇴사가 고민된다면, 먼저 믿을만한 선배와 이야기를 나눠보라고 하고 싶다. 선배를 통해 업무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거나,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이 방법, 저 방법 다 해봤는데도 자꾸 마음이 뜬다면 그때 그만두어도 손해 보는 건 없지 않을까?
믿을만한 선배가 없다면, 이판사판 업무 결정권자에게 가는 수 밖... 에.... (파이팅)
하지만! 정말로 회사가 싫고 이젠 지쳤고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어!!! 미쳐버릴 것 같아!!!! 이대로 가면 병이 날 것 같아!!!! 서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에 대부분은 그만 둘 이유가 오조오억 개나 되지만 친구나 부모님을 설득시킬만한 이유는 없는 듯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고 다음 스텝이 준비되어 있는 것도 아니라서 퇴사에 겁이 난다.
모두가 내 맘 같지 않기에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나 현실은 백번을 설명해줘도 완벽히 이 마음을 이해시킬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 사람들의 완벽한 이해와 동의를 기다리고 있다면, 결정에 대한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전과하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나중에 알았지만 나의 어떤 퇴사에 이런 도망치는 마음이 있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그런 마음으로 한 퇴사는 내내 타인의 눈치를 보느냐 마음 쉴 틈이 없었다. 그렇기에 이런 마음으로 하는 퇴사라면 나는 반대다. 무엇보다 모든 일에 납득할 만한 온전한 이유가 있을 필요가 없다. 그것이 온전한 이유라고 결정해줄 사람도 없다. 이 일의 당사자인 나 밖에.
이직 후 1년을 일하다 그만 둘 당시 나는 원인을 모르는 아픔들이 있었는데 그만두고 나니 몸은 건강해졌고 웃음이 돌아왔으며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 동안 ‘모든 잘할 수 있는 나’였음을 재발견하게 되는 좋은 기회의 시간이었다. 어차피 인생은 모르는 길을 걷는 일이다. 가다가 마주하는 길들에 여러 변주를 맞이하며 사는 것이 삶이다.
그렇기에 주제넘게도 나는.... 그만두기로 마음을 정한 이의 발걸음을 응원한다. 그만두기까지 정말 수천번을 망설인 발걸음인 것을 알기에, 결정까지 오래 걸렸을 그 결심을 응원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모든 결정을 내리고 무계획 속으로 들어 선 발걸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겁내지 말자. 열심히 살아온 당신이라면 이 선택이 후회가 되지 않도록 만들 사람이니까. 지금까지 성실했던 당신을 조금 더 믿고, 지금처럼 걸어 나가길. 나도 자주 겁을 내기에 이 말을 여기에 적음으로 기억하려 하는 것일지 모른다.
그리고 삶의 모습은 모두 다르기에, 나의 이야기는 그저 한번 읽는 것으로 넘어가길. 앞서 말한 것처럼 이건 각 자의 인생이니 누구의 말이 아닌, 자신을 되돌아보아 내리는 책임감 있는 선택이길 바랄 뿐이다. 이 글 또한 ‘누군가’의 말일 뿐이니까.
/매거진에 올린 지난 글들을 조금씩 수정하여 다시 올리는 중입니다:)
2019.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