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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Aug 16. 2021

그냥 사랑하는 사이 : 대사 편

<그냥 사랑하는 사이> 리뷰 바로 가기


문수가 떨어진 참치캔을 집어 들 때, 강수가 여동생 앞에서 웃을 때, 주원이 도시락이 쌓인 천을 꽉 잡을 때. 문수는 슬픔을 누르고 있음을 느꼈다. “그냥 사랑하는 사이” 제목이 말하듯 대수롭지 않게 슬픔을 누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슬픈... 그러나 우리들도 일상을 살면서 이렇게 순간순간 치밀어 오르는 슬픔을 참을 때가 있었다. 많은 말보다 눈빛으로 말하는 이 드라마를 매주 기다릴 것 같다.



기쁨도 슬픔도 행복도 지나간다. 하지만 슬픔만은 귀소본능이 강하다. 사라진듯한 슬픔이, 익숙해졌다 여겼던 슬픔이 다시 돌아와 있는 때가 있다. 어쩌면 시간만은 약이 될 수 없나 보다.


주원에게 과거 그 일은 바로 잡아야 할 일이다. 처음엔 억울한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는 일이었지만 나중에, 나중에는 반복되지 않음을 위한 바로 잡음이 되었으리라. 하지만 실망과 권태로움이 깔린 시간들에 이러한 다짐은 그 다짐만으로 쉽지 않다. 혼자선 갈 수 없던 길을 함께 걸어준 이들. 나는 그 마음들이 사랑이라 생각된다.


문지방에 발이 찧으면 비명이 안 난다. 숨이 멎을 정도로 아픈 순간의 찰나엔 그렇다. 조금 지나 감각이 돌면 그제야 짧은 숨이라도 내뱉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지인들이 너무 조용하면 한번씩 안부를 묻는다. 무소식은 희소식이라 믿지만 그래도 만에 하나 당신이 숨도 못 쉬고 있을까 봐.


우리 강두 철벽 치는 거 좋아 :)   

멍뭉미 있는 건 더 좋아 :)       

다 알 수 없다면 차라리 아끼는 마음이, 말이 더 귀하다. 과한 관심이, 지나치는 마음보다 더 아프게 할 수도 있겠다.


추모비를 만들기로 하면서 강두는 깨닫는다. 추모비의 의미를. 나는 이 대사가 이 드라마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란 생각이 들었다.




억지로 안 되는 건 그냥 두라. 애쓰지 마라. 슬프고 괴로우건 노상 우리 곁에 있는 거야 받아들여야지 어카네. 애쓰지 마라, 애써서 될 거라면 이미 되었을 거니까.


완벽한 괜찮음, 완전한 회복은 드라마 속에서도 판타지라 진심 담긴 나문희 씨의 대사가 위로가 됐다.




그렇게 보면 감정은 참 한도 끝도 없는 것 같다.





멀리 한다는 건 그만큼 자네를 아끼는 거라고.

드라마에 보면 많이 나오는 장면이다. 내가 사랑하는 여자가 나보다 더 나은 남자에게 갈 수 있도록 사라지는 그런 장면. 그런데 이런 대사는 처음인 듯싶다.


나문희 씨의 투박한 말투에 강두의 진심이 담겨 특별하게 다가왔다. 아낀다는 마음이 슬프게 다가왔다.

하.. 우리 강두... 짠해. 이런 남자 없나 싶고.



오늘은 우리 약장수 할머니 대사로-


#

다람쥐가 도토리 두 개를 하나는 지 입에 넣고 다른 하나는 겨울에 묻어두었다고 먹겠다고 땅 속에 묻어두는 거 너 아네?

그 수고를 하고는 고 바보 같은 것이 난중에 그걸 못 찾아 먹어 까먹고. 아깝지? 그 잠깐 아까운 대신 겨울 내 땅 속에 묻어 둔 도토리에서 싹이 나고 나무가 되고 또 숲이 되는 것이지. 우리한테는 얼마나 고마운 일이네.


너무 힘들면 그저 잊어버리고 다 묻어두는 것도 방법이야 그 난중에 어떻게 풀릴지 어게 아니 인간사 세옹지마라고 아네.


#

아새끼리 그건 네가 결정할게 아니라

문수가 결정할 일이야

아이고 아새끼리 어디서 멋진 척이야

꼴 같지 않게, 쫄리지 말라우

그게 너한테 젤 안 어울리는 거야



요즘 이런 드라마 찾기 힘든 듯하다. 상처를 진지하게 마주 하게 서로가 서로를 돕고 있다는 걸 이들은 알까? 강두의 작은 표정 하나하나가 세밀하게 보여준다. 가진 것을 보는 게 아니라 환경을 보는 게 아니라 마음을 보게 하는, 겨울에 생각 날 드라마.


모든 일에 때가 있다면 슬퍼하는 일에도 때가 있는 것 같다. 마음껏 슬퍼할 수 있는 시간에 우리는 누군가에게 미안해서, 괜찮아져야 한다는 강박에 서둘러 슬픔을 덮으려 하는 것 같다.


그 후유증을 너무 잘 아는 문수의 배려가 예뻐 보였다. 자신의 보고 싶은 마음보다 강두가 마음껏 슬퍼할 수 있도록 혼자 주려는 마음. 이들이 만들고 있는 추모비가 그런 의미인 것처럼, 강두에게 문수가 문수에게 강두가 그런 존재가 되어 주는 것 같다.

마음 써 줌이 화면을 뚫고 나오는 이 드라마가 나는 여러모로 예쁘다:)

그럼 이건 뭔데

이건 명령이다.


어른 말 잘 들어야지. 우리 강두는 조금은 니 멋대로 해도 돼. #있는힘껏행복해라

위로에 익숙지 않다 보니 어설픈 행동이 되려 상처를 줄 때가 있다.

미안하다는 말,

고맙다는 마음 모두 내려놓고.

충분히 슬퍼할 수 있도록 곁에 있어주는 것. 그것도 위로고, 사랑임을 알게 되었다.

#그냥사랑하는사이OST #어떤말이필요하니


슬픔, 우리 곁에 늘 상 있는 것. 슬픔에 대하여 살아내는 이야기. 특히 죽음이란 이별이 주는 슬픔이 가장 큰 슬픔일 텐데, #황천기담 이란 책으로 드라마가 시종일관 이야기하는 주제를 더욱 느끼게 해 준 것 같다.


자주 하는 생각,이지만 저런 답을 들은 적은 없다.

너무 예쁜 말, 고마운 마음.  네가 있어 다행이야.



평범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하는 장면에서 눈물이 그렁했다.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무조건 문수 편. 지치는 삶 가운데 그런 네가 있어 다행이야. 너무 예쁜 두 사람.



그동안 #기억하자 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부끄럽게도 나는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 왜 그래야 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던 것 같다. 드디어 #그냥사랑하는사이 가 끝났다. 마지막까지 감정선을 잃지 않아 줘서 좋았다.


그리고 무엇을, 왜 기억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우린 이러한 안타까움, 슬픔을 기억해야 한다. 가슴 아파하며 또는 미안해하며 혹은 원망하며 살아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 일 것이다.

드라마를 끝내며 나는 다시 한번 바라게 되었다. 마지막에 청유 건설이 보여준 의지가 드라마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니라, 진짜로 신문이나 뉴스에서 볼 수 있기를 말이다.



이럴 거면 왜 살려준 걸까? 그 어두운 시간을 혹독하게 이겨냈는데 왜 강두에게만 이렇게 잔인한 걸까? 그런 강두에게 극적인 기회가 주어졌다. 드라마니까 가능하다는 생각보다, 강두와 문수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이런 기적이 한번쯤은 올 수 있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토록 나는 이들의 행복을 바랐다.


과거 일에 대해 억지로 덮고 잊고 무시함으로 끊어내려 했던 그때보다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고 아픔을 드러내었을 때 이들은 점차 더 행복해졌다. 삶이 이렇게 아이러니하고 양면적이다. 삶을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좀 더 행복해지길. 그래야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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