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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sh 직장인
Sep 13. 2022
추석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지난 글에서 말했다시피 "특징짓지 않는 현상은 아무 의미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아무튼, 추석은 저에겐 "특징짓지 않은 현상"입니다. 그저 빨간 날일 뿐입니다!
이번 빨간 날이 오기 전까지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서울대 나온 선생님과 함께 'Stanford dictionary'에서 Aristotle's <Categories>를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아리에서 렘프레히트의 <즐거운 서양철학사>를 강독하고 있습니다.
글 주제는 ‘추석’인데 이게 무슨 소리냐고요? 말 그대로입니다. 추석은 일상적인 날들과 다를 바 없다는 의미입니다. 특정한 주제에서 특정한 글을 쓰라고 하면 쓸 수 있는 능력도 없지만, 특정 공휴일-추석-이 저에게는 특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 추석은 특별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바라고 요청한 사람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 사람을 볼 때마다 웃음이 나고, 그 사람을 볼 때마다 좋아하는 감정이란 이런 것이라는 점을 느낍니다. 그래서 특별합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추석은 어느 때 보다 특별합니다.-제 작년 생일보다, 제 군 입대보다 더- 누군가는 저에게 “가족과 친척 만나는 날인데, 그 외의 사람들 만나는 게 더 중요하냐!”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가족, 친척 만남보다 그 사람을 만남이 더 중요합니다.
추석은 ‘빨간 날’일 뿐입니다. '친척과 가족을 만나야 한다'는 사유에서 저를 지적한다면, 그것은 당신이 틀 속에 갇힌 것을 시인한 셈입니다. ^^
이번 추석은 빨간 날입니다. 물론 예전서부터 추석이 무슨 의미를 갖는지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 의미가 현재도 유효한지 궁금합니다. 우리 집은 친척이 없어 가족들끼리만 추석을 지냅니다. 제 유일한 친구 집은 외가와 친가에서 ‘괜히 오지 말고 휴일을 편안하게 즐기자’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경우를 보았을 때도 추석은 친지·가족들만 만나는 날인가요?
모든 공휴일은 빨간 날입니다. 의미부여 하실 거면 하시고, 아니면 안 하셔도 됩니다.-물론 저는 8.15, 개천절, 한글날 같은 공휴일은 챙깁니다.- 텍스트에 갇히고, 그것에 규정 받으면 다른 창의적인 생각을 못 합니다. 추석 같은 황금연휴에 소중한 사람과 함께 좋은 시간 보내러 가는 게 더 유익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휴일이 왜 휴일일까요? 말 그대로 쉬는 날입니다. 나는 휴일의 궁극적인 의미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사람은 항상 최선-또는 차악-의 것을 택합니다. 만약 당신이 추석 때 친척과 가족을 보러 간다면, 그건 당신의 관점에서는 친척과 가족을 보는 게 최선-또는 차악-의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나에게 최선의 추석 연휴는 제사를 지내는 전·후에 그 사람을 또 보는 것입니다. 휴일에 사람 보는 게 문제 있나요?
우리는 텍스트의 의미에 집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필요 없습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도덕을 준수하는 한에서 뭐든지 해도 됩니다. 텍스트에 갇힐 필요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갇힌 존재가 아니라 열린 존재니까요.
풍성한 한가위 보내셨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