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편의점

by 천동원


중세나 근대까지만 해도 무역상이나 장돌림 같은 상인들이 여기에서 저기로 정보를 옮기거나 소문을 내었다. 저 멀리 전파되는데 몇 달씩 혹은 수 년이 걸리기도 했다.



지금은 SNS를 통해서 정보가 흐르고 한편으로 여론을 형성한다. 또 전파 속도가 빨라서 몇 분 혹은 몇 시간이면 지구 반대편의 사람도 알게 된다.



H가 하는 일은 그런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하루가 지나면 극적 상황은 이미 물 건너갔거나 컨트롤을 할 수 있는 상황을 넘기기 때문이다.



인사이동으로 지역 방송국에서 본사로 온 지 벌써 4년이 지났다. 처음 1년 동안은 현장 요원으로 갖추어야 할 기본 소양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또 1년 동안은 정보 수집, 기구 및 장비 활용, 미행, 살인, 탈출 등 현장 요원으로서 필요한 특별 훈련과 교육을 받았다. 특히 육체적 훈련은 상상조차 못했던 피지컬을 요구했다.



그의 성격은 현실적이었다. 아주 현실적인 생활을 하자는 것이 그의 철학이었다. 그래서 그는 하루하루를 호기심과 흥미로 받아들였다. 그런 긍정적 생각이 교육과 훈련의 고통을 극복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되었다.



본사에서는 현장에서 올라오는 정보들을 처리하여 체계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 주요 일과였다. 모든 일은 큰 건물의 지하에 있는 정보처리실에서 컴퓨터로 이루어지고 작성된 문건이나 보고서는 내부 전산망을 통해서 처리되고 종결되었다.



사람들과 대면하는 시간은 거의 없었다. 서로 간의 보안 때문이었다. 부서별 혹은 팀별로 분산되어 지시나 보고가 이루어졌기에 팀장이나 부서장이 아니면 종합적 상황을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본사 정보처리 업무에 익숙해질 무렵 지역 사무소로 인사 발령이 났다.



그는 사방이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답답한 공간을 벗어나 외부 활동이 주를 이루는 현장 블랙 요원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더욱이 4년 간의 교육 훈련과 본사 업무 중 2년 간격으로 두 번이나 승급하였다. 월급의 인상분은 그저 그랬지만 현장 요원으로서 받는 위험수당이 꽤 괜찮았다.



지역 사무소는 사람이 제법 북적이는 노점들이 있는 거리의 4층 건물의 3층에 있었다.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받아서 평가서를 작성해 주는 일반 엔지니어링 회사로 위장되어 있었다. 1층은 24시 K편의점이 있었고 2층에 있는 지역사무소의 창구 역할을 하였으며 편의점은 현장 정보 수집 및 연락점이었다. 3층은 K편의점 창고로 사용되었고 화물 운반용 엘리베이터에 의해서 1층부터 4층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4층은 아파트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요원들의 쉼터 역할을 하였다.



본사로부터 지시가 내려왔다. N옷가게를 주시하고 감시하라는 지시였다. 그것은 통상적으로 시간별 일지를 써야 하는 업무였다. 그리고 감시대상인 N옷가게는 편의점과 도로 건너 대각선상으로 위치해 있어서 망원경이 없이도 출입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