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걸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by 프록시마

나는 걷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흔히, 체육 시간에 선생님이 자유 시간을 주면 구석에 앉아 비슷한 유형의 친구들과 쓸데없는 잡담을 하는 그런 타입의 사람이었다.


그렇게 그런 유형의 사람으로 오랜 시간 지내다가 우연히 걷기가 주는 장점을 알게 되었다. 그토록 남들이 걷기가 좋다고 했을 때는 짧은 거리도 걷기 싫어하던 내가, 조금씩 걷다 보니 그냥 그렇게 자연스럽게 걷는 것이 주는 장점을 체득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걷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어느새 바뀌었다.


변덕스러운 나는 한참 열심히 걷는 사람이었다가, 또 어느 틈엔가 여러 가지 핑계를 이유삼아 ㅡ 예컨대, 겨울 날씨를 핑계로 ㅡ 꾸준히 걷는 것을 멈추자, 나의 머리는 과부하로 곤란해 하기 시작했고, 불안이 나를 조금씩 잠식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나라는 인간은 걸을 수밖에 없는 존재인 것을 인정하고, 다시 조금씩 걷기 시작했다. 자발적으로 걷는다고 생각하기엔 걷지 않으면 불안하고, 침전되었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래서 또 어느 날 변덕스럽게, 다시 꾸준히 걷는 것을 멈출지 모르지만, 다시 열심히 걸어보기로 했다.

이전 13화토하기는 무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