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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무선 Jun 19. 2016

마이마이부터 아이팟 터치까지 (2)

MD 미니디스크를 아시나요



내 첫 CD PLAYER 소니 E880 . 조그 방식의 리모컨이 편했던 기억이 있다.


[CD플레이어의 시대]

2000년대 전후는 누가 뭐래도 CD플레이어의 시대였다. CDP의 가격이 10만~20만 수준으로 내려오면서 대중성이 높아졌다. 고등학교 1학년때 우리반 역시 1인 1 CDP 흐름이었는데 그래서 서로 자신의 디바이스를 치켜세우고 부러워하고, 또 뺐고 뺏기던 기억이 있다. (다행히 나는 뺐긴적은 없었다. '교환' 하여 잠시 들어본 적은 있어도 ) CDP의 보급이 대중화되면서 자연스레 CD 음반의 판매량도 급증하는데 200만장 판매의 전설 조성모의 '아시나요' 엘범이 딱 2000년이었으니 그 시대상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소니의  충격 방지 시스템 이름은 G 프로텍션이었고 파나소닉은 안티쇼크 메모리 였다.

시장은 역시 소니가 주도했지만 파나소닉의 맹렬한 추격도 눈여겨 볼만한 경쟁이었다. 우리반에도 열명중 세네명은 파나소닉 CDP를 들고다녔으니 소니의 입장에선 제법 위협을 느낄만한 시장 상황이었을 것이다. 어렸을때  '소니' 와 '파나소닉' 이 어떤 어원인지는 모르겠지만 'panaSONic' 즉 이름중간에 소니가 들어가는 부분때문에 항상 소니의 아류 브랜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왔었다. 생각해보면 고등학생 나이에 단어의미에 집착했던걸 보면 나도 참 난놈인 것 같긴 하다.


작고 예뻤지만 손이 많이가는 기기였던 MD. 예쁘면 까다로운건 진리인걸까

[소수의 유저들만 고집했던 MD]

포터블기기 시장은 CD플레이어의 독주였지만 친구중 한 두명은 MD(MINI DISK) 를 가져다니며 차별화 전략을 택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MD는 단순히 간지용이었던 것 같다. CDP나 오디오에 광케이블로 녹음을 해야만 들을 수 있는 포맷으로 여러모로 손이 많이가고 범용성에서 최악인 디바이스였다.


오로지 광출력 디바이스를 통해서만 녹음이 가능했고 기록하는 시간이 재생시간만큼 걸려 그냥 앉아서 모든 음악이 끝날 때 까지 손가락빨며 기다려야만 하는 인고의 과정이 동반되었다. 대신 이러한 과정이 있기에 당시 MD를 가지고 다니던 친구들의 자부심은 실로 대단했다. "나는 광출력 광케이블 그리고 실시간 녹음을 해서 음악을 듣는 리스너야!"  당시 MD의 가격은 CDP보다 비싸서 그들의 으쓱한 어께를 더욱 올려주는 역할을 했다.


하드디스크처럼 생긴 최초의 MP3플레이어 새한 MP맨 . 심플한 디자인이 오히려 기기의 정체성을 잘 알려주었다

[MP3플레이어로의 전이]

컴퓨터로 음악을 들을 때는 나우누리에서 MP3파일들을 받아 들었었다. 곡 하나당 3~5M 하는 용량에 당시 컴퓨터 스피커라도 음질이 나쁘지 않았던 수준이어서 CD를 살 수 없는 형편이었을땐 그냥 집에서 다운받아 듣곤했는데 이 파일을 휴대해서 들을 수 있게 해주는 기기가 나왔다고 하여 호기심을 가졌었던 기억이 있다. 그 때만 해도 이 하드디스크같이 생긴 MP3 플레이어가 당시 시장 지배자였던 CDP의 퇴장을 가져올줄은 예측하지 못했다. 아무리 MP3가 음질이 좋다 할 지라도 음손실이 있기 때문에 CD의 그것을 넘을 수 없다는 꼰대스러운 아이디어가 리스너들 사이에 팽배했기 때문이었다.

100% 디지털 기반의 MP3 플레이어는 크기와 디자인의 제약이 없었다.
MP3 플레이어의 역사에서 뺄 수 없는 모델 아이리버 N10. 디자인과 마케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 상품

기존의 테이프, MD, CD, LP 와 같은 기기들은  '현물'이었다. 선이 존재하는 테입, 크랙이 존재하는 CD, LP,  말 그대로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기기들 이었는데 이 MP3 플레이어는 100% 디지털 기반이다보니 손에 잡히는 것이 없었다. 크기와 디자인의 자유도도 무한하여 한없이 작아지기도 필요에 따라 커지기도 하는 기기였다. 단 몇개월 사이에도 디자인의 트렌드가 바뀌고 새 상품이 나오는 역동적인 시장이었다.


대학교시절을 가장 오래 함께한 MP3플레이어 삼성 옙 U3

MP3시장은 'USB 메모리 형태의 플레이어' 와 아이팟과같이 'BAR형식' 의 플레이어로 양분화되었다. 전자는 휴대와 충전, 파일 넣고 지우기의 편의성 면에서 강점이 있었고 (보통 저렴했다), 후자는 큰 용량과 액정 그리고 기기로서의 무게감에 강점이 있었다. 나는 삼성전자의 YEPP U3모델을 수년동안 사용했는데 단점이라면 너무 작아서 주머니에서 빠지거나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일이 잦았던 기억이 있다. 실제로 2회나 잃어버려 똑같은 제품을 2번 산 경험이 있으니 말이다. 아이팟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 담을 엄두가 안나 아래의 사진으로 대체하고 날로 먹을려고 한다.


아이팟에 대한 이야기는 이 사진 한장으로 대체한다

[Ipod TOUCH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언제나 나의 기기욕구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시작한다. 2009년 호주 스키장에서 일 할때 아일랜드 룸메이트가 들고있던 아이팟 터치 3세대는 다시한번 나의 음악기기 욕구를 터뜨리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특유의 감각적인 터치와 브라우징, 와이파이 기능을 통한 포터블 인터넷 접속, 앱스토어를 통한 다양한 어플리케이션, 풀 스크린 액정. 사실 그땐 그 기기가 아이폰 3세대에서 전화,문자 기능만 없는 기기인줄은 몰랐다. 호주 워킹과 여행을 모두 마치고 나오는 날 브리즈번에서 남은돈으로 아이팟 3세대를 구매했을때의 그 희열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마지막 휴대용 음악기기 아이팟 터치 3세대


지금은 어느 곳 어디에서나 원하는 음악을 스트리밍을 통해 듣는 자유를 가져다 주었으니 기술의 발전은 매우 달콤하다. 누군가 나에게 그래도 테이프와 CD의 시절이 황금기가 아닐까냐고 물어본다면 단호히 NO 라고 말 하고 싶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처럼 누군가에게 테잎+CD 세대가 '골든 제너레이션'일 수 있겠지만 우리 이후의 사람들에겐 지금의 스마트폰 스트리밍 세대가 '골든 제너레이션' 일테니 말이다.


가끔 지나간 CD와 테잎, 기기들을 꺼내보며 시간을 갖는 것 으로 향수에 대한 자극은 충분하다. 현재를 즐기는 것에 충실하다보면 그 것이 또 다른 향수가 될 테니까 말이다.


2000년 200만장을 찍은 조성모의 아시나요. 미안하지만 이 엘범은 안샀다 SES 엘범을 사야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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