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미스터리

도서관에서 만난 사람들

by 푸르미르

도서관은 오시는 분들만 지속적으로 오십니다. 그중 한결같이 술을 드시고 얼굴이 붉고 알딸딸한 느낌을 가진채 오시는 분이 계셨습니다. 항상 대출하시는 책은 청구기호 100번대의 고전과 인문학, 철학 책이었습니다. 공자, 맹자, 플라톤 이 분들의 책이었습니다. 그래서 수준 높은 술주정인지, 아님 술을 너무 좋아해서 술 드시고, 맨 정신으로 도서관을 오시는지가 궁금했습니다.


이 분과 두 가지 에피소드가 생각납니다. 말없이 제 자리 앞에 서 계시다가 갑자기 말을 거시곤 했습니다.


그분 : "귀신이 있다고 생각해요?"

나 : "글쎄요"

그분 : "없어요."


일하고 있는데 앞에 와서 쳐다보면서 서계시니 신경이 쓰였습니다. 거기에 술 냄새도 항상 풍겨서 약간 긴장도 되었습니다. 무슨 일 생길까 봐서요. 근데 오늘은 귀신의 존재 유무를 물어보시니 조금 황당했습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웃겼습니다. 역시나 술 냄새를 풍기며, 오셨는데, 이 날은 오자마자 말을 하셨습니다.


그분 : 분명 내가 책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친구들이랑 오랜만에 술을 마셨는데, 책이 없어졌어! 하아

나 : 분실하셨으면 똑같은 책으로 구매해오셔야 해요. 책 제목이랑 출판사, 작가 이름 말씀드릴게요.

그분 : 내가 분명 옆에 놓고 마셨는데, 그게 왜 없어졌지?

나 ;...(할 말 없었습니다)

그분 : 정말 환장하겠네 그 책이 어디로 갔을까

선생님, 진짜 제가 책을 딱 테이블에 놓고 술을 마셨어요. 근데 다 마시고 나니 책이 없어. 감쪽같이 사라졌어! 돌겠네

나 :...(말없이 제 일을 했습니다)

그분 : 그 책을 분명 가지고 나와서 옆에 두고 마셨는데. 진짜로 사 와야 돼요? 돈으로 주면 안 되나?

나 : 네 저희는 돈을 받지 않은 똑같은 책으로 변상을 받습니다. 책을 구매해오신 날이 반납일이 되니 빠른 시일 내에 구매해오실수록 연체일수가 줄어듭니다. 책 정보 적어드릴게요.


그분께 책 정보를 적어서 드렸습니다. 그래도 제 자리 앞에서 한참 서계시다가 가셨습니다.


고풍스러운 술주정일까요?? 술 마시고 고전을 빌리러 오시는 것이요. 아님 취하지 않을 정도로 술 드시고 도서관에 오시는 걸까요?



술 드셔서 벌게진 얼굴, 술 냄새, 걸음걸이는 갈지자로 걷지 않으셨습니다.

혹시 제 앞에 와서 서계시는 것이 주사일까요??

아직도 미스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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