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도서관에서 만난 사람들

by 푸르미르

대출기간은 기본이 2주이며, 연장 시 1주가 더 가능해 최대 3주간 책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3주 안에 책을 반납 못하고 연체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저도 아주 가끔 연체합니다.;;; 아예 반납을 못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책은 도서관과 시민들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그래서 미반납 도서에 대해 이용자님께 전화를 걸어 반납 독려를 합니다.

또한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며 대응할 때 미반납 도서가 있다면 코라스(도서관리시스템)에 빨간색으로 음영돼서 뜹니다.

이때 "이용자님 00 책이 00월 00일까지 반납이었는데요, 아직 반납이 되지 않았습니다. 반납 부탁드립니다."라고 말씀드립니다.

그러면 대부분 죄송하다고 말씀하시며 알겠다고 하시고, 2% 정도가 그 책 잃어버렸다고 하거나, 이미 반납했다고 하시거나, 빌린 적이 없다고 합니다.


직접 대면하면서 있었던 일입니다.


나: 이용자님 00 책이 아직 반납이 되지 않았습니다. 반납 부탁드립니다.


이용자: 아.. 그 책 제 아들이 빌린 건데, 사고로 아들이 죽어서요... 그 책이 어디에 있는지 물어볼 수도 없고 모르겠습니다.. 죄송해요..


순간 조금 당황스럽고 제가 죄송했습니다. 아픈 기억을 떠오르게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나: 아.. 죄송합니다. 아드님의 명복을 빕니다.. 제가 그 책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08. 미스터리를 읽으셨다면 책을 구매해서 변상해야 한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일단 이용자의 회원번호를 적어놓고, 미반납 책을 제 이름으로 희망도서 신청을 했습니다.


희망도서 신청은 도서관에 구비되지 않은 책인데, 구비되었으면 하는 책을 도서관에 신청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보통 신청해서 검토가 이루어지고 구입 후 도서에 RFID칩과 바코드, 도장작업까지 수서 업무가 된 후 도서관에 구비되기까지 약 1달이 걸립니다.


신청했다고 모든 도서가 다 구비되는 것은 아닙니다. 타 도서관에 있거나, 공익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신청이 반려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문제집은 반려됩니다.


제가 자체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신청한 책이 반려가 되었습니다. 타도서관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근데 그 책이 시리즈물 중 한 권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근무하는 도서관에서 서가 정리할 때 그 시리즈가 꽂힌 곳을 보게 되면 "이빨 빠진 호랑이"같이 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시리즈물이라 구비를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도서관 예산이 한정적이고, 타 도서관 책은 상호대차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가 대출하고자 하는 가까운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기에 반려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반납하지 못하는 이유를 이용자들에게 들었던 것 중 가장 많은 생각이 들었던 순간이었습니다.

부디 그분이 좋은 곳에 가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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