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머리 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좋습니다.
"00번 자리 컴퓨터가 시험 보는 프로그램이 켜지질 않습니다. 시험통제 컴퓨터로 그 자리를 재부팅하고, 본체와 모니터의 여러 선도 점검했는데 켜지질 않습니다."
"가만히 좀 있어봐요! 본사 측의 시스템이 문제인 것 같으니까!"
저는 보고를 드렸는데, 상사께서 짜증을 내시니 순간 당황스러웠습니다.
갑자기 시험장의 모든 컴퓨터가 통제되지 않았습니다. 켜지지 않는 컴퓨터, 켜졌으나 바로 시험 프로그램이 켜져야 하지만 바탕화면에서 멈춘 컴퓨터 등 시험 진행을 할 수 없었습니다. 예정된 시험시작으로부터 20분이 지나도록 시험이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많은 수험생이 자신의 자리를 봐달라고 손을 들었고 바삐 움직였습니다. 앞서 말했듯 선 연결확인, 통제 컴퓨터로 재부팅을 해봤으나 먹통이었습니다.
여기저기서 수험생들이 손을 들고 안된다고 문의하고, 우리 손으로 해볼 수 있는 것이 없다 보니 상사께서 짜증이 나셨던 것 같습니다. 상사께서 본사 측에 문의하니 시스템 오류가 생겨 복구 중이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몇 시쯤 복구가 되는지는 말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본사 측에서 대안으로 문제지를 2가지 버전으로 보내줄 테니, 지필시험으로 진행 후 저희 직원이 채점하도록 하라고 하였습니다. 문제지가 이메일로 오고 40명가량의 수험생들의 문제지를 출력하는 시간도 꽤 걸렸습니다. 이러한 사항을 본부에도 듣게 되어, 본부 처장님과 부장님이 소보루, 팥빵, 크림빵과 우유 200ml를 잔뜩 사서 저희 시험장으로 오셨습니다. 수험생이 시험이 끝나서 푼 문제지를 제출하실 때 빵과 우유를 드렸습니다.
"시험이 지연되어 죄송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빵과 우유 가져가시거나 드세요."
정상적으로 운영되었다면 5시 20분에 시험이 끝났어야 했으나 6시 15분에 시험이 끝났습니다. 수험생분들도 진이 빠지고, 저희 직원들도 진이 빠졌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지연이 되었으나, 민원이 발생하지 않고 모든 분이 시험을 보셨다는 것이었습니다. 여러 직원들이 조치를 하기 위해 빠르게 각 컴퓨터를 하나하나씩 선을 점검하고, 본사에 전화하는 모습들을 보여드리게 되어 수험생분들도 저희의 노력하는 모습에 민원이 발생하지 않았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직까지도 앞 회차의 시험 진행은 잘 진행되었는데, 왜 갑자기 마지막 회차시험에서 컴퓨터가 먹통이 되었는지는 모릅니다. 곳곳에서 컴퓨터가 안된다고 손을 들었을 때, 가서 체크할 때마다 해결이 되지 않으니 눈앞이 깜깜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다시 한번 더 '세상은 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라는 말을 상기시키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빨간 머리 앤에서 봤던 말도 생각이 났습니다.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진 것 같아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난다는 거니까요!
이 말처럼 이러한 상황이 멋지진 않았지만, 세상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매 순간에 충실하자고 다시 한번 더 마음먹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