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자리에 놈을 공간이 없어서요. 돌려드리겠습니다."
당황하고 언짢은 그 표정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지금의 저라면 그때처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수기의 물이 시에서 정수한 물이었습니다. 저는 그 물을 먹으며 일했었습니다.
근데 한 공무원은 물 맛이 이상하다며 드시지 않고, 물을 사 와서 드셨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은 콜라 1.25L를 사 오셨습니다. 일이 답답하신 건지 업무량이 많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탄산이 드시고 싶으셨나 보다고 생각했습니다. 1.25L 콜라를 페트병째로 입은 대지 않고 조금씩 드셨습니다.
"콜라가 맛있네요. 이거 자리에 두고 마셔요."
먹던 콜라 1.25L 페트병을 제 자리에 두고 가면서 위와 같이 말하셨습니다. 그 콜라는 페트병 바닥에서부터 높이가 7cm 정도 담겨있었습니다. 정말 기분이 나쁘고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싶었습니다.
그때는 다른 공무원분이 요청한 일이 있어서 그 일을 하느라 아무 말도 못 했습니다. 그런데 속으로 점점 짜증이 올라왔습니다.
'나를 쓰레기통으로 본 거 아냐? 먹다가 남은 거 버리고는 싶은데, 처리하기 싫어서 내 자리에 주는 척 놓고 갔구나.'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그 콜라 퍼트병을 들고 그분 자리로 갔습니다.
"제 자리에는 자리가 없어서 둘 공간이 없네요."
라고 말하고 콜라 1.25L를 그분 책상어 두고 왔습니다. 그때 그분의 표정은 당황함이 묻어 나오고 얼굴이 일그러졌는데, 저에게 아무 말도 못 했습니다.
사실 제 자리 책상은 다른 공무원처럼 맡은 업무가 없었기에 업무 관련 자료나 지침들이 있지 않아 자리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먹다 남은 것을 준다는 식으로 말하며 두고 간 것은 제가 겉보기에 순해 보이고 약하게 보였나 봅니다. 대부분 처음 저를 보는 분들은 참하고 시키는 거 거절 안 하고 다 할 것 같고 착하게 보시더라고요. 그러나 저는 할 말은 하고 싸가지가 없을 때도 있습니다. 또한 시키는 일이 제가 판단했을 때 걸리는 부분이 있으면 일목요연하게 그 부분을 정리해서 말씀을 드립니다. 그래서 제가 그 걸리는 부분이 납득이 되면 그 일을 합니다.
그날 이후로 그분은 제 눈치를 보셨습니다. 말도 조심히 하려는 게 느껴졌습니다. 신기하게도 정수기 물도 맛있다며 드시기 시작했습니다.
거, 참 사람이 겉모습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되고, 얕보면 안 되는 것은 기본적인 것인데, 종종 이를 잊는 분을 보게 됩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과연 저때처럼 똑같이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듭니다. 조용히 화장실에 가서 남은 콜라를 버리고 페트병을 분리수거할 확률 50%, 저렇게 할 확률 50%입니다. 그날 이후로 이런 일이 현재가지는 없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일이 없기를 바라며 찬찬히 출근준비를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