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어찌 그렇게 가만히 있니

도서관에서 만난 사람들

by 푸르미르

주말에 아동자료실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동자료실은 꽂을 책이 많아서 출근해서 텀블러에 물만 담아놓고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얼추 책을 거의 다 꽂아서 데스크로 이동했습니다. 책을 꽂을 때 오전 9 시대임에도 혼자 씩씩하게 자료실에 와서 책을 읽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남자아이였는데, 바른 자세로 책을 들고 읽었습니다. 아동 자료실은 갓난아기부터 중고등학생뿐만 아니라 성인도 옵니다. 근데 그중 중학생 이하인 친구들 중에서는 막 뛰어다니고 소리 지르고 다니는 친구들도 종종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이 친구들에게 좋게 말을 합니다.

"도서관에 다른 사람도 이용하니까 뛰지 말고 걷는 게 어떨까? 뛰다가 다칠 수 있어"

그러면 한 5분 정도 제 말을 들어주고 행동합니다.

근데 다시 또 뛰거나, 크게 소리 지르면 저도 데스크에서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왜냐하면 아동자료실은 책을 가족회원으로 해서 보통 30~40권씩 한꺼번에 빌려가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그분들 대출반납, 상호대차 처리, 딸림 자료도 챙겨드리려면 손과 발이 바삐 움직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목소리를 높여서 2차 경고를 합니다. 엄중하지만 깍듯하고 존댓말로요.

"조용히 해주세요!!! 모두가 이용하는 공간입니다!!!" 그러면 분위기가 확 차분해지면서 자료실에 있던 이용자들이 눈이 똥그래져서 저를 쳐다봅니다.

제가 키도 아담하고 힘도 없어 보이는데, 힘 있는 목소리로 공간을 압도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면 보통 분위기가 잘 잡힙니다. 그러나 이것도 10분 후에는 다시 또 시끄러워질 때도 있었습니다.

이럴 때는 저도 뭐 가차가 없어집니다. 도서관에 이용방법에 대한 안내도 액자로 크게 걸어놨고, 2번이나 얘기했음에도 또 그럴 경우에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무리 데스크에 사람들이 줄 서 있어도 "죄송한데, 잠시만요."라고 말하고 그 친구들한테 갑니다.

가서 눈 마주치고 말합니다.

"2번 얘기한 거 못 들었나요? 계속 이렇게 할 거면 나가서 뛰어놀다가 오세요."

이 얘기할 때는 목소리를 저음으로 깔고 굉장히 차분하게 말합니다. 그러면 그때서야 "아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거나, 그냥 나가버립니다.

근데 오전 9 시대부터 와서 예쁘게 책을 즐기는 아이를 보니 너무 기특했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 일할 맛이 납니다.

그런데 10시가 조금 넘자, 갑자기 비상벨이 울렸습니다.

저는 재빨리 데스크로 나가 아동자료실에 그 아이 혼자만 있었기에 그 아이에게 다가갔습니다.

다급하게 저는 말했습니다.

"어서 밖으로 나가자!"

근데 그 아이는 꿈쩍도 안 하고 책만 보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거 누가 잘못 누른 걸 거예요! 여기 있어도 돼요.!"


아니, 어찌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저런 말을 하는지 너무 놀랐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어서 일어나자."라고 말했습니다.

그때 경비직원분이 오셔서 오작동이었다고 말씀해주셔서 한시름을 놓았습니다.


터덜터덜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오는데, 아이의 행동과 말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습니다.

가만히 있는 채로 비상상태가 아닐 거라는 말이.


이건 정말 아니다 싶었습니다. 조금 더 비상사태에 대한 대처 교육이 필요하고 인식개선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위의 일들은 2013년에 근무하면서 겪었던 일입니다.

근데 현재 2022년에도 사람들의 위기상황에 대한 인식개선이 바뀌었는지, 위기 대처법에 대한 교육과 시설이 잘 구비되어 있는지 의문입니다.


엊그제 이태원 참사를 뉴스를 통해 접하면서 9년 전과 무엇이 달라졌나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앞으로 해나가야 하는 일들이 많음을 느꼈습니다.


일단 저부터 더 위기상황에 대한 분석과 공부를 하고 그와 관련된 사례와 법령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9년간 제 자신이 더 나아졌는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 더 촉각을 세우고 지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생각을 끊임없이 하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안타깝게 돌아가신 분들에 대해 기도와 묵념만 속으로 계속하고 있고, 그와 관련된 일들을 하시는 분들에게는 응원과 지지만 보내고 있습니다.


부디 제 마음이 좋은 에너지로 닿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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