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휴지가 왜 거기로 들어갈까?
도서관에서 만난 사람들
여느 때와 다름없이 근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자료실에는 보통 오시는 분들이 80%를 차지하고 나머지 20%가 잘 못 보던 분입니다. 그래서 회원증보다 얼굴이 더 회원증 같습니다.
자주 오시는 분 중 항상 같은 옷차림에, 겨울이면 패딩만 하나 더 걸치고 오시는 분이 계셨습니다. 가방도 항상 같은 배낭이었습니다.
옷이 그뿐이고, 씻지도 어려우신 분 같아 보였습니다. 자료실에서 이용자가 책을 찾아달라고 하시거나, 서가 정리하거나, 반납된 책들을 제자리에 꽂으러갈때 가끔 그분 주위를 지나쳐야 하는데, 냄새가 좀 났습니다.
그래도 항상 오시면 조용히 책을 보시거나 잠시 눈을 붙이시는 분이라서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화장실에서 휴지를 3 덩이를 가지고 와서 배낭에 넣으시는 모습을 봤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자연스럽게 본인 것 마냥 배낭의 지퍼를 지직 열고 한 덩이, 두 덩이, 세 덩이를 넣고 다시 지퍼를 지직 닫으셨습니다. 그리고는 바른 자세로 앉아서 엎드리셨습니다. 주무실 준비를 하시는 거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제가 놀래서 옆 직원에게 말했더니, "어쩔 수 없겠어요. 모르는 척합시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도 공감이 되고 괜히 그분께 가서 말을 걸었다가는 큰일이 날 것만 같았습니다.
한편으로는 오죽했으면 공공기관의 휴지를 챙겨가실까 싶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부디 안전하고 쾌적한 곳에서 잘 지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근로계약이 끝날 때까지 매일 오셨었는데, 꼭 어딘가에 취업도 하셔서 잘 살고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혹여 그렇지 않더라도 잘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