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잘렸잖아요."
"아, 다시 발급해 드릴게요."
"자격증에 사진 칸에 꽉 차게 못해요?"
"계속 다양한 수치를 넣어서 조정해서 발급해서 제가 보기에 가장 잘 나온 것으로 드린 거예요."
카드형 자격증을 발급하는데, 사진이 윗 머리가 잘렸다, 사진 칸에 딱 맞게 해 달라 이 말을 2시간 동안 들었습니다. 제 사수님이 이 민원을 응대했는데, 옆에서 일하면서 그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안쓰러웠습니다.
사수님은 2시간 동안 자격증발급기의 수치를 조정하며, 한 사람의 자격증을 20장이나 발급했습니다. 저도 제 일보다 그 민원이 급해 보여 10장 발급했습니다. 4시쯤부터 6시까지 이 자격증을 발급하고 6시에는 발급했던 자격증을 다 민원인에게 보여줬습니다. 제 눈에는 자격증번호, 자격취득일, 사진이 다 들어가 있어서 30개 중 어느 것을 가져가도 괜찮았습니다. 그러나 민원인에게는 아니었습니다.
"제대로 안되었잖아요! 2시간이나 기다렸는데 2만 원이나 발급비용 받고 못하는 게 말이 돼요? 사진을 왜 딱 칸에 못 맞춰요! 환불해 줘요!"
"죄송합니다. 발급한 자격증에서는 괜찮은 것이 없으신가요?"
"머리 잘리고, 위로 치우치고, 사진 칸에 딱 안 들어오고, 환불해 줘요 당장!"
"네.. 환불해 드릴게요. 오늘은 늦었으니, 제가 내일까지 발급해서 제 사비로 발급비용과 우편비용 내서 배송해 드릴게요, 주소, 휴대폰번호 남겨주세요."
결국 그 민원인이 간 후, 다음날 다른 직원이 사진칸에 딱 맞게 발급을 해서 그것을 익일특급으로 보냈습니다.
하... 그 민원을 해결하는데 너무나 많은 비용과 감정이 소모되었습니다. 3명의 인력, 1일 하고도 반나절이라는 시간, 사비, 응대하면서 느낀 스트레스.
자격증에서 중요한 건 자격번호, 자격명, 취득자 생년월일, 이름, 취득일이 잘 나와야 합니다.
사진은 눈, 코, 입,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 정도면 됩니다. 정말 행정낭비가 어마어마했다고 생각합니다. 하필 그날 저희 부서 총괄 담당자가 휴가라 안 계신 점도 안타깝습니다. 제 사수보다 높은 직급은 총괄 담당자여서 그 민원을 직원 사비가 아닌 민원인의 비용으로 당일에 해결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 시달리는 민원은 참 해결하기 어렵고 많이 지칩니다. 거, 사람이 하는 일인데, 융통성 있게 좀 받아주시는 분도 계신데, 이분은 참.. 휴..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답답합니다.
때로는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방, 즉 민원을 해결하려는 직원도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딱 한 번만요. 제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