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 흐르는 비명은 메아리가 되지 못하고
변하면 안되는 것들만 자꾸 변해가서
돌풍 속에 서서 모래를 한 아름 끌어안고 있다
비어버린 품에 채울 것이 없나 버석한 눈을 하고
소리내어 울어본 것이 언제쯤인가 가늠할 때
요즘은 좀 어떠냔 물음에
수화기 너머로 나긋한 음가가
아무렇지 않다는 답을 하고서야
나는 이만 죽길 바랬다
삶은 대체로 러닝타임이 너무 길어 끔찍하리만치 지겨운 영화다
모두가 관심 없어진 때 아주 중요한 대사가 등장한다
청자 없는 말은 멋쩍게 흩어지며 사라졌다
준비된 것을 모두 소진한 주인공은 퇴장해야 하는 때임을 직감한다
배드엔딩을 맞았던 이후의 주인공은 절망을 도려낸 채 살았다
저며낸 살갗 위에는 새 피부가 돋아났다
십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흔적만이 남은 상흔을 보며 알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