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 계 일주

by 형화

긴긴 세월간 달을 보며 시를 쓴 사람이 얼마나 많았던가


어릴 때 보았던 달은 눈 시리게 희었는데


지금 보는 달은 왜 오래된 조명처럼 누렇게 빛나는지



초승달 끄트머리에는 소녀도 소년도 되지 못한


유년들의 꿈이 은실로 엮어 대롱대롱 매달린다고 했다


달이 차오르며 옥신각신 자리를 뺏기다가


결국 툭툭 떨어지고 마는 것이다


주류로 태어난 사람들은 떨어지는 꿈을 보며


두 손 모아 소원을 빈다


추락하는 것에 무슨 영험이 있어 그네들의 소원을 이뤄주리이까.



탐욕으로 세워진 송신탑의 끄트머리에는


어릴 적 꿈꿨던 중 무엇도 되지못한 사람들의 목이 매달려있다


무엇으로 끈을 엮었는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한낮의 열기가 욱신거리게 남은


아스팔트 위에 등을 대고 누우면


달의 끄트머리와 송신탑의 끄트머리가 닿을 것 같다


결국 무엇도 되지 못한 것은 같으면서


서로 손에 잡히는대로 쥐고 흔들며 대상없는 원망을 쏟을 것이다


미끄러져 떨어진 꿈들은 어디로 가서 죽고 있을까


누구의 디너쇼에 쓰여지는 장식품이 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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