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 계 일주

신도들에게 마귀를 미워하는 것은

by 형화

그저 원망할 무형이 필요 했을지도 모른다


그거 별 것도 아닌 일들인데

자꾸 겹치니까 온 세상이, 내 삶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다 내게 적대적인 것 같았고

이미 진창에 빠져있는 나를 죽으라고 벼랑에다 마구 밀치는 듯 하였고

하필 그 때 비척비척 걷다 발목이 꺾여 넘어졌어

덤덤히 툭툭 털고 일어설 힘마저 몰수당해 그대로 엎어진 채 흐느끼게 되었고

왜 이것마저 나를 도와주지 않아,

왜 내 몸마저 내 뜻대로 되지가 않아.

아무거나 핑계 삼아 원망하고 욕설을 퍼붓고 싶은데

아무것도 원망할 대상이 없었어.

그 순간에 나 자신을 원망하면 너무 서러워 질 것 같았거든.

조물주가 내 몫으로 준비해 둔 것이 이미 전부 동난 거면 어떡하지.

내 평생에 취할 모든 경험과 내 것들을 이미 전부 가졌던 거면 어쩌지.

이제 내가 쥘 수 있는 것은 부스러기조차 남질 않았는데

꾸역꾸역 살아남아 있는 거면 어떻게 해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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