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그 애는
자신이 타인의 동의로 오늘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귀띔을 해줄까 하다가 그것도 모를 것 같아서 그냥 말을 삼키고서 꽉 안아주었지
좋다고 막 웃더라 왜 그런지도 모르면서 그냥 안아주니까 온기가 좋아서 애정이 좋아서 뭐야 뭐야 하면서 웃었어
하긴 나도 타인이지
동의하지 않았지만 방관했으니 어쨌든 공범이었지
방조한 게 미안할 뿐인데 걔는 자기가 받은 게 사랑인 줄 알고 웃었어 뭐든 주고 싶어도 줄 게 없어 줄줄 흘러 넘치는 그 애에게 사람들은 무관심과 질투 시기 이기심 다수의 실리를 모으고 뭉쳐 죽음을 만들어주었어 그 애는 오늘 그것을 손에 쥐고 이게 뭐야 물어보다가 죽겠지
애정과 관심에 갈증나고 허기진 마른 몸에 평생에 가장 많은 시선을 받으면서 말이야
혹시나 죽기 싫었으면 어쩌지
우리들 모두를 합친 것보다도 더 간절히
죽기가 싫었으면 어쩌지
*바람의 열두 방향. 어슐러K.르귄 지음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