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 계 일주

죽음의 아명은 삶

by 형화

너는 푸름이 우거질 때

매번 신경증을 앓았고


이후의 시간과 공간과 감각은

어떻게 되는지 어디로 가는지를

궁금해 하느라 시간을 좀먹었다


사람들은 아무 걱정없이

당연하게도 십년 후, 그 다음을 기약했고


죽음의 아명은 삶

사실 슬프고 우울하고 절망하고 탄식하고 무기력한 건

전부 살아있음에 따르는 것들인데

어째서 온갖 나쁜 수식을 다 떠안게 된 것인지

죽음은 늘 괴로워했다


삶의 또 다른 이름은 원자

죽음 역시 원자

물비린내 나는 오래된 지우개

반쯤 굳은 시멘트

강아지털 묻은 발매트

멘홀 구멍에 낀 꽁초

상아색 스포츠 브래지어

물때 낀 플라스틱 컵

사포자국 남은 나무 의자

의 다른 이름도 원자


나로 이뤄진 원자들도

쉬이 미래를 기약했다

다음 해에도 크리스마스 파티를 할 것이고

그 다음 해에는 발목에 하얀 파도 거품을 묻힐거라고

아마도 결혼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어쩌면 죽지 않는 삶을 그만 생각할 수도 있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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