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라는 이름의 카오스
# 제주에 가면 바다 대신 브레이크등을 봅니다.
힐링하러 제주도 갔다가 히스테리만 힐링해 온 사람, 손들어보세요.
푸른 바다? 감귤 향기?
다 착각이다.
당신이 제일 먼저 마주할 것은 앞차의 빨간 브레이크등이다. 그리고 한 시간 동안 멈췄다 움직였다를 반복하는 제주도판 ‘자동차 메트로놈’이죠.
제주도에서 차가 막히면 “왜 막혀요?”가 아니라,
“여기 왜 안 막혀요?”가 더 자연스러운 질문이다.
# “교통지옥도 ‘로컬 경험’이라면, 제주는 이미 월드클래스”
제주도의 도로는 지금, 말 그대로 터지기 직전의 풍선이다. 아니 이미 ‘터졌는데 다들 못 들은 척’하고 있는 중일지도.
제주 인구는 약 70만 명,
등록된 렌터카는 약 5만 대,
성수기 하루 관광객 수는 최대 12만 명,
이들이 몰고 나오는 차량이 폭풍처럼 도로에 쏟아진다.
그 결과?
"1차선 도로가 10차선 감정선을 만든다."
출근길 20분 거리 → 50분
점심시간 근처 마트 왕복 → 1시간 반
공항에서 숙소까지 거리 5km → “우린 여기에 살게요”
# 렌터카 공습! 이건 이동이 아니라 생존이다
렌터카를 몬다는 건 제주에선 일종의 적응 시험이다.
특히 운전에 익숙지 않은 관광객이
내비게이션 보며 저속 주행,
갑자기 급정거,
무턱대고 유턴,
차선 변경 시도 후 다시 직진…
그 와중에 뒤차는 급브레이크 + 경적 + 인내심 테스트 풀코스. 현지 도민 운전자는 이미 직감한다.
“아, 저 차는 공항에서 바로 나온 차다.”
심지어 차 옆에 스티커까지 있다.
# ‘렌터카’ 스티커 = 전방주의보
제주 교통 인프라는 20세기인데, 차량은 21세기 속도로 늘어난다. 도심을 벗어나면 왕복 2차선 도로가 대부분인 제주. 이 길이 감당해야 할 건,
도민의 출퇴근 차량
관광객의 렌터카
택배차량
관광버스
그리고 갑자기 멈춰 선 전기자전거까지.
여기에 신호체계는 한참 느리고, 회전교차로는 운전면허 실기 2차 시험장이 되었으며, 버스는 하루 2~3대밖에 오지 않는 곳도 허다하다.
이쯤 되면 제주는 자연과 싸우는 섬이 아니라, 자동차와 싸우는 섬이다.
# “우리 마을, 이제 카페촌 됐어요” – 도민의 현실
애월, 구좌, 세화, 협재… SNS에서 “감성 카페”로 떠오르면 그 지역은 멸망이다. 조용하던 바닷가 골목이 렌터카로 뒤덮이고,
텃밭 옆엔 “잠시 주차 중입니다”라는 피켓이 등장한다.
현지인은 이제 마트 가려면 점심시간을 피하거나, 주말엔 외출을 포기해야 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삿짐을 싼다.
“교통 때문에 더는 못 살겠어요.”
# 관광산업, 남는 건 무엇?
관광수입이 늘었다고? 도민의 삶의 질은 줄고, CO₂는 늘었다. 렌터카는 하루 평균 70~100km를 달린다.
거기에 교통정체는 공회전을 부르고, 공회전은 탄소배출을 부른다.
이쯤 되면 제주는 친환경이 아니라 '친탄소 섬'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관광과 도민이 공존하는 제주를 만들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변화가 필요하다:
렌터카 총량제 도입: 등록 대수 상한 설정
대중교통 고도화: 급행노선, 버스앱, 정류장 정비
공유모빌리티 확대: 전기스쿠터, 자전거, 무인차량
주차 관리 강화: 유명 관광지 주변 주차 유료화 + 셔틀 운영
관광지 분산 정책: ‘감성 스폿’ 집중도 완화, 비인기 지역 개발
“이 섬은 멈춰야 다시 움직일 수 있다”
제주는 여전히 아름답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점점 차창 밖에만 존재하는 풍경이 되고 있다. 자연을 느끼기 전에 클러치부터 잡아야 하는 섬,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ㅡ 차가 아니라,
ㅡ 속도가 아니라,
ㅡ 사고방식부터 브레이크를 밟을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