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는 그 사람의 본질을 드러낸다.

없어 보이면 어때? 빛나는 미래가 있는데!

by Miracle Park

1시간에 1,200원. 시내 중심가에 있는 PC방에 자주 간다. 물론 노트북을 가지고 브랜드 카페에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카페를 드나드는 크고 작은 소음과 옆자리에 앉은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에 자꾸 신경이 쓰인다. 카페에 있으면 내가 주도적으로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말 그대로 ‘시간을 죽이게’된다.


그래서 한적한 카페를 찾아갈 때도 있다. 물론 인적이 드물고 비교적 잡 소음이 없는 대신, ‘너무 조용해서’ 키보드 치는 소리가 가게에 가득 차게 된다. 아마도 이건 흔히 말하는 ‘개인 취향’ 일 것이다. 카페에서 공부도 하고 문서를 작성하는 사람들도 꽤 많이 있기 때문이다.


PC 방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막 탄 자판기 커피’와 ‘라면’이다. 집에서는 박스로 사 줘도 잘 먹지 않는 ‘믹스커피’와 3분 컵라면. 이상하게 PC방에서 먹으면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다. 그리고 누르기만 하면 맘대로 마실 수 있는 자판기 커피. 아마도 이름 모를 청춘들의 ‘허기’를 달래준 음식일 것이다.


내가 가는 PC방은 ‘아날로그 정서’로 가득한 곳이다. 최신식 시스템을 갖춘 곳이 아니라서 그런지,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하다. 아르바이트생도 없고 수염이 덥수룩한 사장님이 거의 24시간 상주한다. 만 원을 내면 12시간을 넣어 준다. 가끔 출출하면 컵라면에 콜라도 먹을 수 있다.


예전에 공동저서 원고를 수정하면서 급한 대로 찾아오던 것이 요즘 들어 단골집처럼 드나들게 되었다. 나름의 이유를 들자면 첫째, 적당한 소음이 오히려 집중력을 높여주고 둘째, 아날로그식 시스템이 감성을 돋우며, 셋째, 눈부신 조명이 아니라서 모니터에 집중하기 쉽다.


그중에서 가장 큰 이유는 간식으로 먹는 ‘컵라면 맛’ 덕분이라고 말하고 싶다. 주로 ‘튀김우동’과 ‘육개장 큰 사발면’을 주문해서 먹는다. 라면 주문 정도는 요즘 거의 시스템화 되어서 모니터에서 하는데, 이곳은 직접 사장님께 ‘여기요’를 외치면서 주문이 시작된다.


잠시 후에 보글보글 끓는 커피 보트 소리가 들리면 ‘라면 주문 끝’이다. 코끝에서 느껴지는 튀김우동 국물 냄새가 PC방 한편에서 난다. 튀김 우동 냄새에 자극된 옆자리의 손님이 ‘짜파게티’를 연이어 주문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작은 PC방 가득 ‘라면 냄새’가 진동하게 된다.


물론 최첨단 시스템에 쾌적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덜 시스템화 된 이곳이 더 맘에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위에 말한 조건 말고도 발걸음을 이끄는 힘, ‘강력한 끌림’이 있는 곳이다.


또 한 가지 특징은, ‘사장님’ 자체가 ‘게임’을 한다. 아마 ‘게임 고수’인 것 같은 포스를 풍긴다. 따라서 라면 주문을 할 때는 약간의 눈치가 필요하다. 사장님이 실컷 ‘전투 중’이거나 신중하게 ‘캐릭터’를 고르고 있을 때는 한 템포 늦춰야 한다.


예를 들어, 잠시 웹툰으로 화면이 넘어가거나 드라마, 영화 감상 모드로 들어갈 때가 절호의 찬스다. ‘한바탕 전투’를 치르고 나서 휴식을 취한다는 사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장님이 냉동 만두나 도시락을 먹은 후에는 바로 ‘담. 타(담배 타임)'가 예상되므로, 이때를 놓치면 안 된다.


PC방을 찾는 사람들 중에서 연세가 지긋하신 형님도 있다. 막걸리 한 잔 걸치고 고스톱이나 칠 거라는 생각을 하면 오산이다. 이 형님의 주종목은 포카인 것 같다. ‘콜’, ‘다이’,‘레이스’라고 외치는 여자 성우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모두 다 자기 나름의 전문 분야가 있기 때문에, 영역은 존중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분야’에서 밤새도록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 왠지 ‘경쟁심’이 생긴다. 1시간만 집필하러 갔다가 그들에게 밀리는 느낌이 들어 퇴근길에 또 한 번 들른다. 그러던 중에 ‘얻어걸린 글’도 상당수 존재한다. 언제든지 키보드와 모니터, 컵라면이 준비되어 있으니 ‘영감’이 떠오르면 바로 글을 쓸 수 있다.


그러고 보니 내 입맛과 취향이 그리 고급스럽지는 않은 것 같다. 최근에 새삼스럽게 느낀 사실이다. ‘소박한 분위기’에서 ‘블루오션’이니 ‘잠재력’이니 하는 단어가 떠오르는 것은 ‘언발란스’ 한 일이다. 어느 선배 작가님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작가님, 왜 진작에 PC방 얘기를 안 했어요?”
“있어 보이는 척하는 것보다
‘약간의 찌질함’이 신선해서 더 좋아요.”

내친김에 하는 얘긴데,
“기안 84 같은 콘셉트는 어때요?”

“......”



순간 ‘피식’하는 웃음소리가 마음속에서 나왔지만, 그래도 최대한 ‘있어 보이려고’ 몸부림치는 나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찌질함 of a little’이 오히려 좋은 콘셉트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출간을 한 작가는 뭔가 보는 눈이 다른 것 같았다.


‘찌질’하면 어떻고 ‘있어 보이면’ 어떠랴. ‘진실’된 이야기를 글로 담는 것이 작가의 중요한 미션이기에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든지’ 상관없다. 예전에는 ‘있어 보이려고’ 무진장 애를 썼지만 지금은 별 의미가 없는 것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나는 태도를 운명을 움직인다>의 저자 김태웅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뜨거운 열정을 품고 있는 인간이라면,
가능성은 현실성으로 바뀐다.”



그는 48살에 ‘고3 신분’으로 돌아가 뒤늦게 학력을 쟁취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구두닦이, 껌팔이에서 ‘인생 역전’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었다. ‘실패했을 때 그 사람의 본질이 드러난다’고 말하면서 상황을 바라보는 ‘태도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였다.


‘뜨거운 열정’을 마음에 품고 있다면 그 무엇이 중요하랴. 고급 브랜드 카페든, 지하의 낡은 PC방이든 글 속에 담는 콘텐츠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 ‘가능성을 현실성’으로 바꾼 인생 역전한 저자 김태웅의 꼭지 제목이 내 마음을 흔들었다.



‘이제 곧 물이 나오는데 왜 우물 파는 것을 멈추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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