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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Jul 26. 2021

멸치 똥 따기

단순함이 주는 행복

멸치 똥 따기


엄밀히 말하자면 멸치 내장 가르기?

오맛! 이 말이 더 무서~~~@.@


멸치내장가려내기 중


멸치를 가를 때마다 느끼지만

굳이 국물용 멸치를

최상급으로 살 필요는 없다.

오히려 국물은

조금 등급이 낮은 게 더 잘 우러난다.

알면서도 식재료를 살 땐

늘 제일 좋은걸 사게 된다.

가족들에게 좋은걸 먹이고픈

주부의 마음이겠지...


깔끔하게 발려 내어 진 멸치살


워킹맘 일 때는 살림을 거의 안 했었다.

주부의 으로 돌아선 후로 

늘 시간이 부족하다.

하다못해 멸치 가르기를 하는 동안

한 자세로 앉아 작업을 시작하고

벌써 2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이렇게 숨은 시간은

누가 알아주지도 드러나지도 않는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일 수도 있는데

굳이 난 매번

이렇게 번거로움을 자초한다.

시판용 다시 백이 비싸다는 둥,

국물이 진하게 안 나온다는 둥

이유는 분분하다.

왜 편한 걸 두고

시간을 들여 잔업을 계속할까?


쓴 맛이 난다는 이유로 버러질 멸치내장


오늘은 멸치 내장을

가르며 생각했다.

살아있을 때에는

새끼손톱만 한 이 내장 덩어리가

멸치에게 생명을 주었을 텐데

죽고 나니 덜어내야 맛이 나는

쓸모없는 것이 되었구나...


저 기~다란 것은 갈치 치어일까?


멸치를 가르다 보니

이것은 무얼까 싶은

정체불명의 치어가 나오기도 한다.

이 기다란 것은

갈치의 치어가 아닐까 싶었다.

어쩌면 얘는 불량 손님이다.

멸치 박스에서 나왔으니

잘못 들어간 불량품이 맞다.

그렇지만 난 곱게 넣어뒀다...

이 아이가 들어온

나름의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


오늘의 성과! 2시간 수고의 결과물


살다 보면 예기치 않은 일들이 일어난다.

내게 이로우면 좋은 일,

내게 해로우면 나쁜 일로 단정 지으며

울고 웃곤 한다.

지극히 주관적이다.

나를 중심으로 도는 세상에선

늘 내가 주인공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의 좋은 점은

그러한 일들에서

조금 여유롭고

자유로와 진다는 것이다.

죽고 사는 일 아니면 그저 다 괜찮더라...


오늘 2시간여 시간을 들여

가르기를 마친 멸치와

북어 부스러기,  북어머리,

건새우, 건홍합, 건 바지락 등을

내일은 오븐에 구워

다시마와 함께 조금씩 모아

다시 백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이 순간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그 무엇?

간절히 매달리다 집착하게 되는

그 무엇도

세월이 지나 뒤돌아보면

굳이 없었어도 될 것들이 될지도 모른다.




 "인생 거 뭐 없더라"

무언가 악착같이 매달리고 싶어지는

무엇과 마주할 땐

한 숨 돌리고 내려놓아보자.

단순해지면 오히려 더 행복하더라...


 멸치 똥 따면서 드는 별별 생각
"오늘도 수고 많았어"













사진출처:픽사 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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