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운 Jul 31. 2021

엄마가 쓴 글이 제일 재밌어!

브런치가 준 선물 [브런치=작가=자존감]

동글이의 비대면 수업이 있는 주간에는 함께 나란히 컴퓨터 앞에 앉는다. 쌍방향 수업이라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그 시간을 온전히 글쓰기로 할애할 수 있었다. 집중할 시간이 허락된 3시간은 나에게 주는 선물 같다.


동글이의 눈으로 본 엄마는 어떨까? 물어보았다. 10살의 시선으로는 매일 밥 주고 자기를 돌봐주는 엄마가 글을 쓰는 게 마냥 신기한 모양이다. 글을 쓰느라 주변 살필 새 없이 집중하다 힐끔 옆을 보니 동글이가 제 수업은 뒤로 하고 내 글을 읽고 있는 거다.


"동글아~ 수업에 집중해야지. 선생님께서 다 보고 계시잖아. 엄마 글을 읽고 있으면 어떡해?"

"엄마 글이 공부하는 것보다 더 재밌어."

"안돼. 읽지 마! 작가의 허락도 없이 읽는 건 반칙이야. 엄마 글에도 저작권 있어. 작가가 퇴고를  한 후에 글을 올리면 그때 읽어야지."

옆에서 쌍방향 수업인데도 수업은 뒷전이고 자꾸 엄마 모니터만 바라보는 동글이에게 괜스레 으름장을 놔 봤다.

"재밌으니까 읽는 거지..."

"엄마가 쓰고 있는 게 무슨 내용인지는 알면서 재밌다고 하는 거야?"

"응. 엄청 재밌고 신기해."

"뭐가 신기해?"

"엄마가 글 쓰는 거... 엄청 신기해."

파는 책만 읽다가 옆에서 글을 쓰고 실시간으로 읽으니 더 재밌나 보다. 가끔씩 제 이름이 글 속에 등장하니 더 재미있겠지...


그러던 어느 날,

"엄마, 나도 브런치 작가 할 수 있어?"

"왜?"

"엄마가 글 쓰는 거 재밌어 보여서 나도 해보고 싶어 졌어."

"그래? 동글이도 작가가 될 수 있지. 근데 브런치에 글을 쓰려면 작가 심사를 받아야 해."

"그건 어떻게 받아?"

"일단 글을 써봐. 글을 써 놓으면 작가 신청서 쓰는 건 도와줄게."

"글을 써야 돼?"

"그럼... 작가는 글 쓰는 사람이잖아. 작가 신청을 하려면 글부터 써야지."

"에이. 그럼 난 안 되겠네."

"왜?"

"나 글 잘 못 쓰잖아."

"ㅋㅋㅋㅋㅋ "


작가가 되고 싶다면서 글을 잘 못써서 작가 신청을 못하겠다고 삐지는 동글이와 함께 매일 나란히 앉아 글을 썼다.


글을 쓰려니 많이 읽게 되고, 매일 연재를 하려니 글 쓰는 시간을 많이 할애하게 된다. 책에 별 관심이 없던 아들아이는 매일 글을 읽고 쓰는 엄마를 보며 '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긍정적인 효과다.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기에 글을 일단 많이 읽으라고 이야기해주었다. 요즘은 자발적으로 책을 가져다 읽는다. 브런치가 준 가장 귀한 선물이다. 앵글이를 키울 땐 책 읽기로 실랑이를 하지 않아도 됐었다. 오히려 바깥놀이 없이 너무 책만 읽어서 초등학교 2학년 때 안경을 쓰게 될 만큼 종일 책을 읽었었다. 동글이는 책을 좋아하지 않고 흥미를 느끼지 못해서  좋다는 흔한** 시리즈를 신간이 나올 때마다 사준다. 만화책이라도 읽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엄마가 글을 쓰면서 호기심이 발동한 동글이가 자발적으로 책을 읽고 글쓰기에 관심을 갖는 것은 꽤 긍정적인 간접 효과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나 역시,

책을 좀 더 많이 읽게 되었고, 드라마와 웹툰을 보는 빈도가 줄었다. 집안일을 하는 중간중간 시간에 공백이 생길 때마다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실시간 알림이 뜨며 내가 구독한 작가님들이 올린 글을 읽는 시간만으로도 하루의 시간이 부족하다.


소소한 일상에 관심을 두다 보니 가족 간 대화량도 늘고 사물 하나하나를 살필 때도 진중해졌다. 글을 쓰고 다수의 사람들과 나의 생각을 공유하는 것에 대한 책임감이 생기면서 편중된 사고가 둥글게 다듬어진다. 주관적인 생각에서 객관적인 사실을 전하는 글로 사고체계가 변화되는 중이다.


브런치를 통해 출간의 목적을 향해 가까이 다가가는 분들도 많이 계신 듯하다. 내게는 아직 먼 일로 느껴지지만 출간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에게 읽히는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책임감은 쓰면 쓸수록 더해지는 것 같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글을 쓰는 것을 알리고 시작한 브런치가 아니어서 구독자가 되어주신 분들은 일면식도 없는 분들이다. 그래서인지 한 분 한 분이 귀한 독자들이다. 덕분에 세상 어느 것에서 느낄 수 없는 '자존감'을 선물 받았다.


브런치=작가=자존감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의 유혹 [제9회 브런치 북 출판 프로젝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