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운 Jul 30. 2021

엄마의 마음

올림픽에 출전한 우리 선수들을 응원합니다.

삼복 중이라 더워도 너무 덥습니다. 저녁마다 자기 전 거실에 네 식구 옹기종기 함께 잘 이부자리를 깝니다. 에너지 절약을 이유로 거실에 모두 모여 자는 것도 나름 캠프 맛이 납니다.


에어컨 온도를 28도에 맞춰 두고 잠을 청합니다. 엄마는 밤에도 새벽에도 잠을 편히 못 잡니다. 온도에 민감해져 밤새 온도를 올렸다 내렸다 하느라 분주합니다. 혹시 창문을 꼭꼭 닫아놔 공기질이 안 좋을까 새벽녘 환기도 시켜줍니다. 남편과 아이들은 밤새 엄마가 분주히 온도를 맞춰주는 수고를 모릅니다. 엄마의 마음은 그저 가족들이 편히 자는 것으로 이미 보상받은 기쁜 마음이라 굳이 색내지 않으니까요.


어른이 된다고 엄마의 마음을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며 세월의 흐름을 겪어내는 경험치만큼만 알게 되는 게 엄마의 마음 같습니다.

아침이 온 것도 있고 아쉬워 가지 못한 달님


거실에서 잠을 자면 단점이 있습니다. 여름은 해가 빨리 떠서 새벽 4시면 밝아오기 시작하거든요. 오늘도 멀리서 우렁차게 울려오는 수탉의 울음소리를 애써 외면하다 5시에 일어났습니다.


날은 밝았는데 미처 몸을 감추지 못한 달이 하늘에 두둥 남아있습니다. 청명한 하늘과 밝은 햇살에 반사되어 더욱 하얗게 수줍은 얼굴을 디밀고 있는 반달이 너무 예뻐서 사진기부터 들이밀어 보았습니다. 그러나 눈에 담긴 모습만큼 예쁘지는 않습니다. 5년이 다 돼가는 핸드폰 사진기는 오늘 하늘을 담아내기에 너무 구식입니다.

멀리 보이는 반달을 줌으로 당겨 찍었어요

아쉽지만 그래도 잘 담긴 것 같네요. 잠에서 일찍 깨어난 아들과 하늘 감상으로 아침을 열어 보았습니다.


낮에 나온 반달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해님이 쓰다 버린 쪽박인가요
꼬부랑 할머니가 물 길러 갈 때
치마끈에 달랑달랑 채워줬으면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해님이 신다 버린 신짝인가요
우리 아기 아장아장 걸음 배울 때
한쪽 발에 딸각딸각 신겨줬으면


아들아이에게 [낮에 나온 반달] 동요를 들려주었습니다. 처음 듣는다고 해서 잠시... 세대차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낮에 나온 건 아니고 아침이 밝았는데 들어가지 않은 반달이긴 하지만 말이죠.




여느 해 같았으면 여름 방학을 했고, 여름휴가의 절정인 주간에 시원한 나들이로 즐겁게 더위를 식히고 추억을 만들었을 시기입니다.


작년과 올해 우리 가족은 휴가도 여행도 없이 집콕으로 방학을 보내고 있습니다. 대신 전기세 아끼지 말고 더위를 식힐 만큼 에어컨을 틀어도 좋다는 프리패스권을 주었습니다. 그런데도 에어컨을 빵빵하게 돌리는 것에 익숙지 않은 아이들은 매번 물어봅니다.


"엄마, 에어컨 틀어도 돼요? 너무 더운데?"

"그럼, 틀어. 더우면 틀어도 돼. 허락 안 받아도 괜찮아."


하루에도 몇 번, 7월 중순 이후 매일 같은 말을 하는데도 매일 물어보고 틉니다. 전기세와 에너지 절약 안내방송을 의식한 걸까요? 아이들이 저보다 낫습니다.



시원한 바다 대신 청명한 하늘로 푸르름을 대신하고, 파도풀에 몸을 담가 누릴 시원함 대신 옹기종기 모여 최소한의 에어컨으로 땀을 식히며 올림픽 응원으로 올여름을 보내봅니다.


질서의식은 개인이 혼자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바람 러 산으로 들로, 사람이 적은 곳으로, 다중이용시설을 피해서, 감염 위험이 낮은 곳을 찾아 선별해서 휴가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저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슬쩍 '차에서 내리지 말고 눈요기로나마 바람을 쐐러 가보자'라고 이야기했다가 아이들에게 거절당했죠.


"엄마! 4단계 거리두기라고 뉴스 나오는 거 못 봤어? 나라에서 지키라고 뉴스에서 자꾸 얘기하는 거잖아. 그냥 집에 있어."


10살 아이만 못한 엄마가 돼버렸습니다. 방학을 집콕으로 보내게 하는 게 못내 미안해서 한마디 거들다 되로 주고 말로 받았네요.


그래도 질서를 지키려고 하고, 공공의식을 갖은 아이들로 자라주고 있는 아이들이 고맙습니다. 놀고 싶을 텐데도 올림픽을 보며 우리 선수들을 진심으로 응원하며 함께 울고 웃는 아이들이 예뻐 보입니다.


소리치고 손뼉 치며 2002년 월드컵 때 기분을 소환해 보았습니다. 온몸으로 응원하며 6:0의 쾌거를 함께 누리게 해 준 한국 선수들... 감사합니다. 덕분에 집콕 생활이 행복하게 느껴졌네요.

올림픽이 마쳐질 때까지 선수들 건강하게 잘 치르고 돌아오길 부모 된 마음으로 기도하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