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만 모르던 브런치 작가! '기어코 탄로 났다.'
"뭐해?"
"일기 써요."
"일기를 뭐 그리 비장하게 써? 그리고 블루노트 있잖아. 거기다 쓰라니까..."
"나는 이게 더 편해."
"매일 그렇게 쓸 말이 많아?"
"많네? 하루하루가 똑같아 보여도 똑같지가 않거든요..."
"도대체 뭔데 그래? 뭔데 그렇게 안 가르쳐줘? 걍 그냥 까~"
"아녀자 하는 일이 뭐 그리 궁금하실까요~? (^^;) 이건 나의 '해방 타운' 같은 거니까 그냥 모르는 척해요."
"아니, 그게 뭐라고 숨겨?"
"궁금해요?"
"궁금하지. 애들도 다 아는 것 같은데 나만 모르니까... 당신이 나라도 궁금했을걸?"
"하긴... 그렇긴 하네요~"
"엄마, 오늘은 '누나 라면 먹는 거' 조회수가 얼마나 나왔어?"
동글이가 온라인 클래스 할 때 주로 옆에 앉아 글을 쓰기에 나의 브런치 생활은 동글이가 제일 먼저 알았어요. 동글이도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어 할 정도니까요...
딸아이의 라면 사연은 아직도 조회수가 올라가고 있고 동글이 입장에서는 누나가 주인공인 글이 제일 궁금한가 봅니다.
"음... 잠깐만, 볼게... 오늘까지 라면 글은~ 동글이가 읽어볼래?"
"와~ 뭐야? 이거 실화야? 엄마... 110,209명이나 읽었어. 대박 사건!"
"그러게... 라면 싫어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나 봐."
"그거야 엄마가 라면을 맛있게 끓이니까 그렇지."
"동글이랑만 속닥속닥 하지 말고 나한테도 알려줘. 인터넷에 글 쓰는 거 내가 모를 줄 알고? 내가 그거 하트 눌러주고, 구독자도 돼 줄게."
"아니야. 괜찮아요... 구독자 안 해주셔도 됩니다."
"거기다 내 얘기 잔뜩 써 놓은 거 아니야? 내가 보면 안 될 거를 쓴 거 아니면 왜 안 가르쳐줘? 궁금하게... 내가 안 찾아서 그렇지 찾으려고 맘먹으면 금세 찾아."
"궁금하라고 안 알려 주는 거예요. 사람이 좀 신비로운 맛이 있어야지. 모든 걸 다 알면 매력이 없잖아요. 매일 같이 사는 아내한테도 뭔가 비밀스러운 면이 좀 있어야 새롭지. 안 그래요? 컴퓨터 박사님이 찾을까 봐 겁나네. 그니까 찾지 마세요~"
띠리링~
"남편님이 내 브런치를 구독합니다."
거실에서 컴퓨터 작업 중인 남편에게 쫓아가서 물었죠.
"구독했어요? 아~ 왜~~~"
"뭐, 별 것도 없더구먼. 뭘 그리 안 가르쳐주고 그래?"
"그니까, 별 거 없다며 왜 찾아내?"
"네 글이 계속 다음 피드에 올라오잖아. 딱 봐도 너드라."
"그걸 어떻게 알아?"
"네가 쓴 편지를 내가 몇 년을 읽었는데 그걸 몰라. 딱 보니 알겠더구먼."
"그래서, 읽어보니 어땠어요?"
"거, 뭐... 사는 얘기 써 놓았더구먼... 우리 아내 맛깔나게 글 잘 쓰는 거는 내가 제일 잘 알지."
그렇게 "쥐도 새도 모르게 브런치 작가" 아니,
"남편만 모르는 브런치 작가" 생활은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 오빠, 동생으로 연애를 하고 부부가 되어, 남편은 주로 이름을 부릅니다. 저는 집에서는 '오빠'와 '여보'사이 어느메 쯤 부르고, 존댓말과 반말 사이 그 어디메 쯤으로 사용하죠.
"브런치... 그거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 거야?"
"왜요?"
"나도 글 한번 써보려고..."
"일하면서 글까지 쓰려고요? 하고 있는 일만 해도 바쁜데...?"
"내가 안하서 그렇지 글 쓰는 거 당신만큼 잘할 수 있어."
"알죠... 그럼 나랑 라이벌 되는 거야? 그런데 브런치에 글 쓰려면 작가 승인받아야 해요."
"그거 어떻게 받는 건데?"
"일단 글을 써야죠? 글을 한 세 개 정도 쓴 다음 얘기해줘요. 그럼 내가 어떻게 신청하는지 알려줄게요."
"뭐가 그리 복잡해? 브런치는 아무나 글을 못쓰나 보지?"
"작가 승인을 99번이나 떨어졌다고 글 쓰는 사람도 있는 정도인데? 아내가 쓴다고 브런치 작가 되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한 거 아니에요?" ^^;
"딸이 여섯 살 때 일어난 계란부침 사건일세. 43년 전의 쓰라린 아픔을 잊지 않고 기억해서 기록하여 방송 응모한 게 당첨되어 방송을 탔누먼. 자세한 내용은 기회가 되면 하고 내용을 들어보게. 아로니아편과 계란 이야기 일세. 편히 쉬시게."
브런치는 스며드는 맛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