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운 Oct 06. 2021

'나'를 사랑하고 '너'를 존중하기

중학생과 함께 나눈 성 이야기

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7명의 청소년들과 함께 ['존중하는 성']에 관하여 토론의 장을 열었습니다. 학교에서 듣던 일반적인 강의가 아니라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점을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된 토론은 처음 60분 계획에서 90분으로 변경해서 진행했는데 학생들과 토론을 하다 보니 120분 토론이 되었습니다.




처음 만나는 학생들이라 긴장을 풀기 위해 [브레인짐]으로 뇌체조를 한 후, 가족도를 통해 학생들과 가족들 간의 관계를 엿볼 수 있는 간단한 미술치료 활동을 했습니다. 관계 형성을 위한 활동으로 마음열기가 마쳐졌으니 학생들이 궁금한 '성'에 대한 마인드맵부터 만들어보았습니다.


T : '성'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성을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단어들 중 일부


T : 이 모든 내용을 짧은 시간 안에 다 이야기할 수는 없으니, 궁금한 내용 세 가지만 골라봅시다.

C1 : 이성친구요.

C2 : 사랑이요.

C3 : 여자(남자) 친구 사귀는 것이요.

T : 제일 궁금한 이성교제에 관해서 먼저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C1~7 : 네~ 좋아요.


학생들이 궁금한 것은 지금 바로 직면한 나의 이야기와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어쩌면 여자와 남자의 몸, 성폭행(성추행)에 대처하는 법 등은 직접적인 궁금증이 아닌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러한 내용들은 이미 학교에서 연간계획으로 자주 접하는 내용이므로 아이들과 함께 토론할 수 있는 주제를 가지고 ['나'를 사랑하고, '너'를 존중하기]에 관한 내용으로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토론수업에 집중하는 학생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학생들은 이성에 관한 관심이 높아집니다. 초등학교 때에는 자신들의 감정이 어떻게 흐르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다가 중학교에 들어서면서 그것이 '이성에 대한 관심'임을 알아채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커플이 되는 친구들이 생기게 됩니다.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학창 시절에 이성교제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공부에 방해가 되고, 시간을 빼앗기고, 혹시나 하는 사고를 염려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람의 감정은 통제한다고 통제되는 것이 아니라서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표현하게 됩니다. 청소년기의 학생들의 생각은 어른들처럼 다양한 사고의 체계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위험 부담률보다는 좋은 감정에 치중해서 가볍게 사귀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며 이성을 경험합니다.




1, 2교시로 나누어 1교시는 '나'를 사랑하기, 2교시는 '너'를 존중하기로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제대로 알고 나와 너를 사랑하고 존중하면 건강하고 건전한 이성교제를 할 수 있고, 인간의 다양한 감정에 대해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10대의 이성교제로 경험할 수 있는 [인간의 감정에 대한 예의]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성교제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 학생들에게 문제를 냈습니다.


도도는 학교에서 인기도 많고 공부도 잘하며 못하는 운동이 없는 매력적인 남학생입니다. 미미는 도도에게 호감이 있지만 표현하기 부끄럽고, 먼저 대시할 용기도 없습니다. 그런 미미가 도도와 친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체로 10대의 학생들은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더 용감합니다. 사귀는 친구들 중 상당수가 여학생이 먼저 대시해서 커플이 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정서 및 감성에 대해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더 민감하기 때문에 여학생이 표현을 해도 알아채지 못하는 남학생들이 많습니다. 여자 형제가 있는 집에서 자란 남학생의 경우, 남자 형제만 있는 남학생보다 센스 있고 눈치가 빠를 수도 있으나 대체로 남학생이 둔감합니다. 학생들이 궁금해해서 약간의 팁을 알려주었습니다. 이 방법은 꼭 이성간 관계에서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호감을 얻고자 하는 대상이 있을 때 사용하면 좋습니다.


※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


1. 대상의 근처에 머물라!

- 호감의 대상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하고, 교실에서 쉬는 시간에도 시선의 반경 안에 머물러 있는 것이 1단계입니다. 눈을 돌릴 때마다 그(그녀)가 있는 것이죠. 아무 말도,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저 목표한 대상 주변에 늘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2. 가벼운 인사부터 시작하라!

- 어느 날 목표한 대상의 친구로부터 반응이 올 수 있습니다. 시선이 마주치고, 살짝 미소를 지을 수도 있고, 먼저 알은체 하며 인사를 건넬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무심하게 "응, 안녕?"하고 반응합니다. 여기까지 오면 50%의 호감은 얻은 셈입니다. 그 이후로는 인사를 나눈 사이가 되었기 때문에 가벼운 안부 정도는 물을 수 있는 단계가 되었습니다.


3. '나'를 각인시켜라!

- 이야기를 할 때 어떠한 대상에 '나'를 이미지화하는 방법입니다. 가급적 먹는 것으로 하면 좋고, 그 먹을 것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면 더욱 좋습니다. 예를 들면,


"나는 귤을 너무 좋아해."

"귤을 밥보다 더 많이 먹어."

"한 자리에서 10개는 넉근히 먹을 수도 있어."

"귤이 너무 좋아서 귤 하고 결혼할 수 있을 정도야."

"귤이 1년 365일 계속 열렸으면 좋겠어."

"귤이 좋아서 색깔도 오렌지색을 좋아하고 카카오 이모티콘도 귤을 사용해."


라는 식으로 대화의 중간중간 귤과 '나'를 매칭 하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대화를 하다 보면 귤을 볼 때마다 '그(그녀)'를 떠올리게 되겠죠.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제가 제시한 솔루션(solution)에 학생들은 환호와 공감을 했습니다. 좋은 방법이라며 긍정의 사인을 보내주었죠. 하지만 제가 여기서 멈추면 아이들과 만난 의미가 없으니 본격적인 이야기를 해야겠죠?


시간은 '나'를 사랑하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므로 ['나'를 사랑하는 법]에 대해서 나눴습니다.


자존감(自尊感)  
스스로 품위를 지키고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

자존심(自尊心)
남에게 굽히지 않고 스스로의 가치나 품위를 지키려는 마음

자긍심(自矜心)
스스로에게 긍지를 가지는 마음

열등감(劣等感)
자기를 남보다 못하거나 무가치하게 낮추어 평가하는 마음

출처 : 다음 어학사전


위의 네 단어 중 세 단어는 모두 '나'를 향한 단어입니다. 누군가와 갈등이 생겼거나 혹은 경쟁구도에서 밀렸을 때


"자존심 상해!"


라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자존심이 상한 것보다는 '열등감이 올라왔다'는 것에 더 가깝습니다. 나의 [자존감, 자긍심, 자존심]이 높으면 어떤 상황에도 여유롭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불쑥 올라오는 '열등감'이라는 감정은 나의 [자존감, 자긍심, 자존심]을 스스로 낮추게 됩니다.


'나를 사랑하는 방법으로 [자존감, 자긍심, 자존심]을 튼튼히 하고 [열등감]을 다스리는 것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성교제]에 대한 예의에 대해서도 함께 나눴습니다.


고백을 하려면 용기가 필요합니다. 먼저 고백을 한 사람이 얻을 수 있는 감정은,

좋아하는 마음
고백한 용기
(거절당했더라도) 거절에 대한 무안함, 상처
마음을 재정비할 수 있는 여유
사랑을 주고, 받는 마음

등... 사랑을 얻기 위해 한 걸음 나아간 사람은 거절당했더라도 손해날 것은 없습니다. 그것으로 인해 얻은 다양한 감정을 얻었으니 말입니다.


'만남'에도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고 했더니 학생들 모두 공감했습니다. 만나서 사랑을 할 때는 세상의 별도 달도 따줄 것 같다가 헤어질 때는 상대의 마음이 다치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매몰차게 이별을 통보하거나, 곧바로 환승하는 것은 나에 대해서도 상대에 대해서도 예의가 아님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너'를 존중하기입니다.


T : 사귀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헤어짐'에 예의를 갖추는 것은 아무나 하지 않습니다.

C1 : 맞아요. OO이도 바로 갈아탔다니까요?

C2 : D는 인기 엄청 많아요. 그런데 진짜 둔해요.

C3 : F는 모쏠이에요.


저마다의 이야기로 웃음꽃이 활짝 폈습니다. 그래서 [이별에 대한 예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T : 10대의 사랑은 하루짜리, 일주 일자리, 한 달짜리, 혹은 6개월, 1년... 짧게도 길게도 사귈 수 있고, 또 다른 친구를 만날 수도 있지요. 그렇지만 사귀기로 했고 연인이 되었다면 그 기간에 상관없이 헤어짐을 통보한 사람이 통보받은 사람에게 정리할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해 주어야 합니다.

나는 이별을 생각하고 준비할 시간이 있어서 '이제 그만 헤어지자!'라고 말을 해도 미리 준비되었기 때문에 상처가 덜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이별을 통보받은 사람은 갑작스러운 이별통보로 상처가 될 수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사귀는 것도 헤어지는 것도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가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할 시간을 가졌으니 오늘 함께 나눈 이야기들을 다른 친구들과도 나눠보고 가르쳐 주면 좋을 것 같아요.




※ '나'를 지킬 수 있도록 당당히 요구하기

도도가 미미와 사귀게 되었다. 처음 사귈 때는 좋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잘 맞지 않고, 공부할 시간을 놓치게 되고, 데이트와 통화하기, 카톡, 페메 등으로 시간을 쓰는 것이 부담이 되었다. 그래서 도도가 미미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도도 : 우리 이제 그만 사귀자. 그냥 친구 하면 안 돼?
미미 : 사귀다가 헤어졌는데 친구를 어떻게 해?
도도 : 그냥 친구로 학교에서 같이 이야기 나누고 하면 돼지.
미미 : 싫어!
도도 : 그럼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미미 : 너는 헤어질 준비를 하고 나한테 이야기했지만 나는 갑자기 들어서 당황스러워. 내가 너를 정리할 수 있도록 배려해줘. 너랑 같이 먹던 떡볶이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고, 너랑 같이 갔던 스터디 카페도 내가 자주 가는 곳인데 너랑 헤어지고 내가 떡볶이도 못 먹고, 자주 가던 곳도 못 가게 되는 것은 너무 불공평하잖아. 그러니까 지금부터 딱 10번만 내가 나오랄 때 네가 나와줘야 해. 그래서 내가 떡볶이 먹고 싶다고 하면 같이 먹어주고, 카페에 가고 싶다고 하면 같이 가줘. 내가 이별을 받아들일 시간 동안 네가 그 정도는 해줘야 하지 않을까?


학생들에게 [이별에 대한 예의]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며 전해 준 루션(solution)입니다. 사귐과 헤어짐이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치고 예의를 다해야 하는 것은 '나'에 대한 사랑이고 '너'에 대한 존중에서 기인합니다. 학생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긍정적이었습니다. 상대방의 감정을 함부로 넘나들지 않고, 적어도 '교제'라는 이름으로 누군가를 만나면 '나 역시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예의에 대해 나눠보았습니다.




제대로 모르면 상처를 주면서도 자기가 잘못된 줄 모르는 사람이 됩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이야기와 '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이성교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100분이 훌쩍 지나가서 그 후, 미성년자의 성관계, 미성년자의 임신과 출산, 여성의 생리, 생리대의 종류(생리대, 탐폰, 생리 컵)와 사용법, 콘돔 사용법에 대한 이야기를 끝으로 [존중하는 성]에 대한 나눔의 시간을 마무리했습니다.




직접적으로 와닿는 내용으로 학생들과 나눈 첫 시간,


학원을 다녀온 후 저녁시간에 모인 것이라 저녁 식사도 거르고 진행된 2시간의 강의였습니다. 힘들 수 있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발표하며 자신의 생각을 전해 준 학생들과의 만남은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2차, 3차 강의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긍정적인 답변이 전해져 뿌듯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학생들의 카톡 후기.

C1 : 선생님은 가치관이 훌륭하신 것 같아요.

- 제가 중2 학생에게 가치관이 훌륭하다는 칭찬을 들었습니다. 하하하...

C2 : 오늘 수업 내용 모두가 하나하나 기억이 새록새록 새겨졌습니다.

C3 : 내가 지켜야 할 가치관에 대해 정확히 알게 되었어요.


직접적인 토론과 학생들이 전해 준 강의에 대한 피드백을 전해 들으며 행복했습니다. 앞으로도 더 많이 성장할 수 있도록 공부하는 로운이 되어야겠습니다.


T : 언제든지, 궁금한 것이 생기면 또래 친구에게 묻지 말고, 선배나 어른, 부모님께 물어보세요. 내 옆의 친구는 그 친구도 경험하지 못해서 옳은 방향을 안내할 수 없을 거예요. 혹시 함께 나누고 픈 어른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그러면 여러분이 좋아하는 푸라푸치노와 함께 이야기 나눠주겠습니다.


학생들에게 답장을 전해주고 강의 내용을 정리해 봅니다. 살아야 할 날들이 많은 우리 아이들은 인생의 시간 중 그 흐름이 가장 길게 느껴질 10대를 살아내고 있습니다. 배움의 전 과정이 모두 새로운 내용이고 처음 접하는 감정이며 곱이 곱이마다 펼쳐진 시험과 경쟁 속에 살아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수가 용납되는 학창 시절에 많은 것을 경험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10대가 누릴 수 있는 축복이 아닐까요?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청소년의 마음을 공부하는 로운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생각이 깊어지는 가을 '마장 호수 출렁다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