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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Jun 22. 2021

혹시 프로필 사진이 '꽃'인가요?

"브런치"를 시작하고 사진을 잘 찍고 싶어졌습니다.

눈부시게 하얀 구름이 파란 하늘에 버젓이 버티고 있는데 굵은 빗방울이 느리게 혹은 후드득 떨어져 차창밖을 적셨다.


'호랑이가 장가가는 날'이라던가,

'여우가 시집가는 날'이라던가...


여우비가 후드득 떨어지는 날 좋은 오후,

하늘의 색이 너무 맑아서, 구름 색이 너무 깨끗해서 달리던 차를 갓길에 세우고 사진을 찍어 본다.


구형 핸드폰이라 사진이 눈에 보이는 것을 다 담지 못하고 그 예쁘고 맑은 자연의 색을 탁하게 비추는 것이 못마땅했다. 지금 갖고 있는 핸드폰에도 맘껏 표현할 수 있는 기능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기계를 익히는 데는 시간을 참 안 쓰게 된다. 너튜브 한 번만 들여다봐도 핸드폰 카메라 사용법을 옆에서 설명해 주듯 알려줄 텐데 기능을 익히지 않아 다 표현 못할 수도 있으련만 애꿎은 핸드폰만 두고 나무라 본다.


차 안에서 빗방울에 젖은 차 창과 맑은 하늘의 대비를 담고 싶은 욕심으로 찍은 사진
하늘의 색이 한껏 표현되지 못하는게 아쉬워 끝내 참지 못하고 창을 열어 찍었으나 빗방울이 표현되지 못해 이마저도 아쉬운 사진 한 컷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눈으로 마음으로 가득 담아 그 느낌을 한껏 누려도 좋으련만 눈에 보이는 증거를 남겨야 속이 시원하니 말이다.


집으로 돌아와 갤**시가 어쩌네 애*이 어쩌네 하며 애꿎은 카메라 타령을 하다가 여차하면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애*으로 바꿔버리겠다 으름장을 내 본다. 그러다 이내 이제야 약정기간 끝나고 최저요금제로 핸드폰 유지비를 내고 있음에 감사하자 싶다가 이 좋은 세상, 누릴 것 누리라고 계속 좋은 것들을 만드는데 몇 푼 아끼자고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나 변덕이 죽 끓듯 하는 날 보며 피식 웃음이 나왔다.




김치냉장고가 10년을 훌쩍 넘기니 홀로 제 명을 다해 서서히 힘을 잃어갔다. 기사님 말씀이 서서히 냉기를 잃다가 어느 날부터 온장고로 변신할 수도 있다는 말씀을 하시고는 고치는 것보다 새로 구입하는 것이 좋겠다 하시고 총총 제 길을 가버리셨다.


없다가 있는 건 티가 안 나는 데 있다가 없으려니 불편하기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사? 말아? 반년을 고민하다가 사자!! 결정하고 트****로 갔다. 전자제품을 한눈에 진열 해 놓으니 사려던 김치냉장고에는 관심도 없이 마트를 누비고 다녀본다. 눈요기거리가 천지삐까리였다.


함께 간 남편은 남편대로, 나는 나 대로 제 관심 있는 것 구경하느라 함께 갔는지 혼자 갔는지 알 길 없이 각자 돌아다니다 마주쳐 서로 하는 말이


"우리 돈 좀 더 많이 벌어야겠어. 그리고 좀 더 오래 살자. 세상이 갈수록 좋아져. 저것들 다 써보지도 못하고 죽으면 억울할 것 같아." ㅎ ㅎ ㅎ


멋모르는 아이들은 세상 살 맛 안 난다고 이런저런 불평 가득이고, 어르신들은 세상이 잘못 돌아간다며 이 나라가 어쩌려고 이렇게 흘러가냐 한탄하며 태극기를 흔드시는데 우리 부부는 세상이 날로 좋아지고 편해지고 누리 고프고 그런 걸 보면 참 부창부수다.


가정 하나 잘 꾸려가는 것도 에너지가 들고 정성을 들여 챙기고 가꾸고 보살펴야 유지된다. 내 식구, 내 살림도 아끼고 귀히 여겨야 상처 안 나고 오래간다. 안에서 귀한 대접받는 내 가족이 밖에서 설움 당해도 당당하게 제 주장을 편다. 평생 함께 살아야 하니 더 조심하고 아껴야 지켜진다.


가슴에 멍울 하나씩 쥐어주면 멍울이 점점 자라 도려내야 할 병증이 된다. 그런데 때로 우리는 가까이에 있는 사람에게 함부로 하거나 만만히 대할 때가 있다. 친할수록 더 조심하고 약간의 거리를 두고 예의를 갖춰야 관계가 오래간다.


그중 가족이 제일 그렇다.


남편도 자녀도 고객이라 생각하고 대접하면 울컥하는 화를 잘 다스릴 수 있다. 고객 중에는 진상 고객도 있으니 말이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는 과한 친절을 베풀면서 평생을 함께 할 내 가족의 서운함을 그냥 지나치는 누를 범할 때가 많다. 그래서 나는 내 가족을 고객이라 생각하며 적당한 거리에서 예의를 갖추려고 노력한다. 적게는 30년, 많게는 50년 정도 더 함께 할 내 가족에게 상처 주지 않고 사랑만 나눠주고 싶어서다.


밖에 나갔다가도 얼른 돌아가 쉬고 싶은 집, 며칠 집을 비우게 되면 가족이 눈에 밟혀 안부를 묻고 싶은 관계, 굳이 애쓰지 않아도 서로의 부족을 채워가는 가족을 만드는 것이 나의 꿈이고 현재이다.


맑은 하늘에도 여우비가 내린다. 어쩌면 늘 똑같지 않아 자연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나이가 들면 들수록 자연스레 시간차를 두고 서서히 바뀌어가는 자연의 조화로움이 눈에 담긴다.


어느 날 딸아이가

"엄마~ 까똑 프로필 사진을 보면 대충 나이를 알 수 있어. 엄마 친구들 프로필은 애들 사진 아니면 거의 꽃 사진이야. 봐봐. 엄마도 꽃이잖아. 되게 신기해."


얘기를 듣고 열어보니 열이면 아홉은 꽃이었다. 나이 든 내 모습이 꽃보다 아름답지 않아서라기 보다는 딱히 사진을 채울 것이 마땅찮아서 일수도 있는데 약속이나 한 듯 꽃이었다. 그 꽃이 내 모습 이려니... ㅎㅎ


가끔씩 내 안에 빗방울이 뚝뚝 떨어져도

안정되고 평안한, 언제든 편히 쉴 수 있는 집이 있고, 한껏 치대도 귀찮다 마다하지 않고 어르고 안기는 가족이 있어 오늘도 감사하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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