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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Nov 04. 2021

'집 나간 정신'을 찾아주세요.

초3의 인생사

엉뚱 발랄 동글이의 '집 나간 정신'을 찾아주세요.


#01. 동글이가 피아노 학원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따르릉~ 따르릉~' 동글이의 전화입니다. 동글이 전화를 받을 때는 최대한 밝고 친절하게 받아줘야 해요. 마음이 비단결 같은 동글이는 퉁명스럽게 전화를 받으면 대뜸 '화났어?'라고 묻거든요.


엄마 : (밝은 목소리로) 안녕? 이제 끝났어?

동글이 : 응. 엄마. 근데 엄마~ 피아노 끝나고 지금 1층인데 친구를 만났어. 친구랑 놀이터에서 놀다 가도 돼?

엄마 : 괜찮지. 점퍼는 입고 나갔어?

동글이 : 아니? 그런데 하나도 안 추워.

엄마 : 그럼 놀다가 5:30 되면 집으로 와.

동글이 : 엄마, 근데 오늘 학교에서 핸드폰 필름이 떨어졌어. 어떡하지?

엄마 : 괜찮아. 핸드폰만 땅에 안 떨어뜨리면 괜찮아.

동글이 : 그런데 엄마, 나 핸드폰을 피아노 학원에 두고 나왔는데 어떡하지?

엄마 : 어떡하긴 뭘 어떡해. 가서 찾아오면 되지.

동글이 : 근데 나 벌써 놀이터까지 다 걸어왔는데?

엄마 : 동글이 핸드폰은 위치추적 기능이 있어. 꼭 갖고 다녀야 해서 있어야 하는데 어쩌지? 가서 가지고 오면 안 돼?

동글이 : 그냥 엄마가 피아노 선생님한테 전화해서 내일 가지러 갈 테니 잘 맡아둬 달라고 부탁해주면 안 돼?

엄마 : 그럼, 학교 갈 때 핸드폰을 못 가져가잖아.

동글이 : 근데 친구랑 벌써 놀이터까지 와서 다시 가기 힘들어.


이 정도 이야기를 나눴을 때쯤, "엥???" 갑자기 현타가 왔습니다.


엄마 : 그런데 동글아. 너 지금 엄마랑 통화 중인데?

동글이 : 엥? 엄마랑 통화 중이라고?

엄마 : 지금 너 누구 핸드폰으로 통화하고 있어?

동글이 : 이거? 엥?? 이거... 푸하하하하~~~ 엄마, 이거 내 폰인데?

엄마 : 야아~~~ 너 정말...

동글이 : 이게 왜 내 손에 있지? 엄마... 푸하하하하~ 나 정말 몰랐어.


누가 좀 우리 동글이 '정신' 좀 찾아주세요. 그런데 더 정신없는 엄마는 어쩌면 좋죠? 분명 동글이 이름이 뜬 것을 확인하고 전화를 받았는데 핸드폰 찾으러 학원에 다시 가라고 말하는 제 '정신'도 안드로메다로 날아갔네요. 우리 모자, 어쩌면 좋을까요? ㅎㅎㅎㅎㅎㅎㅎ




동글이의 슬픈 마음을 위로해주세요.


#2. 동글이가 축구를 마치고 집에 도착.


동글이 : 엄마, 나 왔어.

엄마 : 잘 다녀왔어? 배고프진 않고?

동글이 : 괜찮아.


오늘따라 동글이의 표정이 슬퍼 보이네요. 동글이는 웬만해선 슬픈 아이가 아니에요. 아기 때부터 일부러 장난치고 괴롭혀야 울었던 아이거든요. 그런데 오늘은 목소리도 힘이 없어요. 무슨 일일까요?


동글이는 밖에서 속상한 일이 있어도 먼저 이야기하지 않아요. 엄마가 듣고 속상할까 봐 말하지 않는 걸까요? 그래서 대체로 선생님께서 전화를 주시고 나서야 알게 될 때가 많아요. 그런데 오늘은 표정이 좋지 않네요.


엄마 : 동글아, 무슨 일 있어? 표정이 슬퍼 보이는데?

동글이 : 응... OO이가 이제 나랑 끝 이래.

엄마 : 왜?

동글이 : 축구 끝나고 돌아오는 차에서 끝말잇기를 했거든?

엄마 : 끝말잇기? 그게 왜?

동글이 : OO 이는 끝말잇기를 안 하고 ●●이랑 했는데, OO이가 나더러 아이큐가 두 자리라고 놀렸어.

엄마 : 게임에서 졌어?

동글이 : 그게 아니고 ●●이가 '희망찬'이라고 했는데 내가 그런 말 없는 말이니까 그거 틀렸다고 했거든? 그랬더니 OO이가 그런 말도 모른다고 아이큐가 두 자리래.

엄마 : 그래서 동글이는 뭐라고 했어?

동글이 : 아이큐 갖고 놀리고, 나쁜 말 하면 안 된다고 했어.

엄마 : 그런데 동글이랑 이제 안 논다고 했어?

동글이 : 응.

엄마 : 그래서 동글이는 어떻게 하고 싶어?

동글이 : 나는 OO이랑 계속 놀고 싶어.

엄마 : 엄마가 어떻게 도와줄까?

동글이 : 나도 잘 몰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 15분 동안 아이들끼리 다툼이 있었나 봅니다. 그런데 갑자기 '희망찬'이란 단어를 동글이가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번뜩 떠올랐어요.


엄마 : 그런데 동글아, '희망찬'이란 말이 어떤 말인지 몰라?

동글이 : 응. 진짜 그런 말이 있어?

엄마 : 희망이라는 말은 알아?

희망차다 [希望--] 밝고 좋을 것이라는 기대가 가득하다

동글이 : 잘은 몰라.

엄마 : 그렇구나. '꿈'이랑 비슷한 뜻이야. 좋은 일이 꽉 찼다는 이야기거든.

동글이 : 그래? 나는 잘 몰랐지.

엄마 : 모를 수도 있지. 그런데 끝말잇기는 보통 단어(명사)로 하는 게임이라 '희망찬'이라고 이야기한 것도 맞는 것은 아니었어.

동글이 : 그런데 나 머리 나빠?

엄마 : 왜 그렇게 생각했어?

동글이 : 돌고래도 아이큐가 90이잖아. 그런데 친구가 나한테 아이큐 두 자리라고 하면 나쁜 말 한 거 아니야?

엄마 : 동글이 마음이 상할 수 있는 말이지. 그래도 친구와 이야기 잘해서 다시 사이좋게 놀고 싶은 거 맞아?

동글이 : 응. 내가 OO이랑 ●●이랑만 놀고 있는데, 친구들이 나랑만 안 놀아주면 슬프잖아.


일방적인 동글이 말만 듣고 상황을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OO이의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동글이 이야기를 전해주고 OO이의 이야기도 들어준 다음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동글이는 너무 슬프고 속상해서 집에 돌아왔는데 OO 이는 해맑게 집에 돌아간 거예요. OO이의 엄마가 물어보니 "그래? 동글이가 속상했대? 난 기억이 잘 안 나는데?"라고 했다는군요. 결국 엄마들의 중재로 잘 마무리짓게 되었습니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놀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서로서로 집에서 집으로 왕래하기도 어렵고, 놀이터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표정을 읽기도 어렵습니다. 갈등이 생겨도 표정을 못 보니 오해하게 되기도 하고, 학교에서는 서로 이야기 나누는 것을 제한하니 서로 눈만 바라봐야 합니다. 아이들이 너무 짠하고 안쓰럽습니다.


위드 코로나가 되어 이제 11월 셋째 주부터는 매일 등교할 수 있게 되었지만, 확진자는 여전히 늘고 있습니다. 등교를 해도 마스크를 벗거나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팀을 이룬 게임 등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학교에 가서 친구를 만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세월이 흐르면 2020년과 2021년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요? 우리 부모님 세대가 6.25를 겪으셨듯 우리 아이들도 코로나 이야기로 "라떼"를 들먹이게 되겠죠?


마음껏 웃고 떠들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리움이 되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안전하고 행복하게 학교에 갈 수 있는 세상이 어서 왔으면 좋겠습니다.


손에 손을 맞잡는 내일이 그리운 로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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