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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Dec 27. 2021

(동화/공감에세이) 행복이라는 이름의 행성

4장의 그림을 자유롭게 섞어 이야기를 완성하라!


12월의 책 ['동글이'의 그림 속 세상]
두 번째 주제

4장의 그림을 자유롭게 섞어
이야기를 완성하라!


행복이라는 이름의 행성


드넓은 우주에 나만의 행성을 만들고 싶던 때가 있었다. 이왕이면 내가 속한 행성이 우주에서 가장 큰 행성이었으면 하고 바랐다. 1년 365일 아름드리 나무가 자라고, 넓은 벌판에는 오곡백과가 넘실대는 곳, 눈에 보이는 곳마다 유실수가 가득 채워져 지나가던 길에도 주린 배를 채울 에덴동산 같은 행성이 나의 세상이기를 꿈꿨다.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얼마든지 노력만 하면 만들 수 있는 세상이라 믿었다. 그래서 열심히만 살았다. 그렇게 한 해, 두해,... 시간의 흐름에 맞춰 무작정 달리기만 하던 내가 멈춰 섰다. 그리고 깨닫게 되었다.


'혼자서는 살 수 없어! 세상은 더불어 살아가는 거야.'


혼자 만들려던 세상에서의 나의 삶은 고되고 버거웠다. 잠을 줄이고 바삐 움직여도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었고 도움의 손길이 절실했다. 내가 만들려는 행성만으로도 감당하기 벅차 옆도 뒤도 보지 않고 무작정 직진만 했다. 앞만 보고 달리는 길은 지루하고 공허했다. 외로운 길을 함께 걷는 이가 없으니 조언해 주는 이 또한 없었다. 커다란 행성을 만들고 싶은 것은 욕심이 되었고, 홀로 걷는 길은 결국 '이룰 수 었는 꿈'이 되었다. 꿈에서 깨어나니 옆도 보이고 뒤도 보였다.


몰랐었다. 옆과 뒤에 무수히 많은 행성이 있던 것을... 앞만 보고 직진만 할 때는 저 멀리 아득한 곳에 눈을 마주칠 수 없을 만큼 크고 붉은 태양만 있었다. 그런데, 옆과 뒤를 바라보니 태양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행성이 함께 걷고 있었다. 그래서 손을 내밀었다.


'홀로 걷기가 힘이 드니 함께 걸어주시겠어요?'


수많은 행성들은 흔쾌히 손을 잡아 나를 이끌어주었다. 고난과 역경이 만들어 낸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이제 혼자가 아니다. 나만의 행성이 우리의 행성이 되었다. 마음을 나누며 우리가 되었고, 그 속에서 사랑이 움텄다. 사랑이 결실을 맺어 둘이 하나가 되었고, 둘은 넷이 되어 우리의 행성은 충만하게 채워졌다.


우리는 각각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사랑으로 넷이 되었으니 공간을 넷으로 나누었다. 각자의 개성에 따라 자기 만의 공간을 마음껏 꾸밀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그들만의 규칙을 만들 수 있도록 자유 의지도 주었다. 그들의 공간에 들어갈 때는 양해를 구하고 허락을 받아야 한다. 우리의 공간이지만 각자의 삶이 보장되는 곳, 그렇게 만든 공간평화로웠다.


함께 하는 공간에는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웠다. 햇볕이 따사롭게 비치는 곳에 마주 앉을 테이블을 놓았다. 그곳에 들어서면 아름다운 음악이 잔잔히 흘러 분주한 마음을 정돈해 주었다. 그리고, 한쪽 벽에는 책들을 가득 채워 넣었다. 공간의 중심에는 그림을 그리고 악기를 연주할 수 있게 만들었다. 가족과 함께 달콤한 케이크와 향기로운 차를 먹고 마시며 이야기 꽃을 피울 수 있는 나눔의 공간이 완성되었다.


커다란 통창에서 바라보면 햇살에 비친 초록 잔디가 눈부시게 펼쳐졌다. 마당을 둘러싼 아름드리 나무에 탐스러운 과일이 열리고, 텃밭에는 싱싱한 채소들이 사시사철 자라고 있다. 고구마, 감자, 상추, 토마토... 좋아하는 채소들을 심고 거두어 이웃과 함께 나누었다. 내 것을 주었는데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가득 채워졌다. 채워짐으로 얻은 기적과도 같은 결실은 감사였다.





딸, 아들이 자라면 그들의 우주 속에 새로운 행성을 만들어 떠나갈 것이다. 가정을 이루고 새 생명이 태어나면 안락하고 포근한 공간에 와서 한바탕 재롱 잔치가 펼쳐지겠지... 한 명, 두 명,... 아이들이 태어나면 그들만의 공간도 필요해질 테다. 한쪽에는 로봇, 블록, 게임기를 채워 넣고, 반대쪽에는 인형과 소꿉놀이, 동화책도 넣어주어야지. 한껏 놀다 피곤하면 언제든지 쉴 수 있도록 2층 침대도 놓아야겠다. 동심으로 채워진 아이들공간에서 흥미로운 이야기와 웃음꽃이 피어나도록 행복한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



나이가 들어가니 느닷없이 닥치는 부모의 죽음을 마주하게 된다. 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를 추억할 사진을 찾아보니 아버지의 핸드폰에도 아버지가 없더란다. 손주들을 쫓아다니며 영상을 남겼는데 손주들의 모습만 가득하고 '여기 봐!'라고 아이들을 부르는 음성만 남아있어 어머니와 자녀들이 함께 울음보를 터뜨렸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아이들이 놀러 오면 함께 뒹굴며 놀아주고 싶다. 까르르까르르 담장 밖을 넘나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그 어떤 소리보다 아름다울 것이다.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놓치지 않도록 사진과 영상 속에 담아둬야겠다. 가족과 함께 찍은 영상을 스크린으보여주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리라. 그러면 아이들은 마치 TV 속 주인공이 것 마냥 신이 나 들뜨겠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흡족하여 미소가 흘러나온다. 나에서 우리가 되어 서서히 스며드는 우리의 행성은 소소한 일상마저 행복한 잔치로 만들어줄 것이다.


행복은 억지로 애쓴다고 채워지는 것이 아님을 이제는 알고 있다. 행복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곳곳에 행복의 씨앗이 뿌려진다. 우리가 뿌린 행복의 씨앗이 자라 나무가 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그 열매를 먹고 나누었더니 충만한 행복으로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고 있다.




나의 우주에는 행복이라는 행성에서 살아가는 지금의 가족과 미래의 가족이 함께 꿈을 꿉니다. 홀로 외로이 걸을 때 알지 못했던 행복이 더불어 살며 함께 나누니 그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남을 배워갑니다. 광활한 우주 속에 던져져 외로웠던 행성은 이제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행복 나무를 키우며 열매를 맺어가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나에서 우리가 되었고, 나의 행성은 "행복이라는 이름의 행성"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더불어 사는 삶에서 행복을 채워가는 로운입니다.




내가 꿈꾸는 우주 속 '행복이라는 이름의 행성' (Design by 회인)






6명의 고정 작가와 객원 작가의 참여로 보석 같고 보배로운 글을 써 내려갈 '보글보글'은 함께 쓰는 매거진입니다.

다양한 글을 각각의 색으로 소개합니다. 주제는 그림책을 매개로 하여 선정됩니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매일 한 편씩 소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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