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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Feb 05. 2022

초등학생에게 컴퓨터 게임을 못하게 하려면?

매일 5시간 보드게임의 늪에 빠져 보시겠습니까?

동글이는 아침에 6시 반이면 일어납니다. 평일도 주말도 상관없이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납니다. 아기 때는 더 일찍 일어났습니다. 평균 6시 반이면 일어나서 가족들이 일어나기 전 혼자만의 시간을 즐깁니다. 주로 TV보기, 탭으로 유튜브 영상 보기, 흔한 남매나 그리스 로마 신화, 와이 같은 만화로 된 책을 읽습니다. 7시 반~8시 정도 되어도 엄마가 거실로 나오지 않으면 엄마를 찾아 방으로 들어옵니다.


"엄마, 나 배고파. 밥 줘야지..."


네... 저는 동글이의 밥을 책임지고 있는 우리 집 요리사입니다. 동글이의 아침은 매일매일 주문 메뉴가 다릅니다. 그때그때 아침을 열며 동글이가 주문하는 메뉴로 아침을 챙겨줍니다. 무엇을 먹고 싶은지 이야기해주는 것은 나름 효율적입니다. 밥상을 차리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도 벌어주고, 주문한 메뉴로 차려주니 잘 먹습니다. 주말이 되면 가족들이 잘 먹는 재료로 냉장고를 채워둡니다. 덕분에 어떤 메뉴를 주문해도 문제없습니다. 오늘은 찐만두와 누들 샐러드를 주문받아 아침을 챙겨주었습니다.


겨울방학을 한 후 시간이 많아진 동글이는 컴퓨터와 한 몸이 되었습니다. 아무리 천사 같은 엄마라도 아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몇 시간이고 게임과 혼연일체가 된다면 고운 마음씨를 접고 호랑이의 탈이라도 쓰고 싶어질 겁니다. 제가 그렇거든요...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해보았습니다. 약속판을 만들기도 하고, 주간 계획표를 시간차를 두고 세밀히 짜보기도 하였습니다. 자유롭게 게임을 할 수 있는 시간의 한도를 정하기도 하고, 컴퓨터에 타이머를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 보았지만 제일 좋은 것은 스스로 조절하는 법을 익히는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조절하는 법을 익히기 전에 2주간 컴퓨터 게임을 중단하는 경험을 해 보자고 약속을 했습니다. 2주가 지난 후에는 서로 의견을 조율하여 더 좋은 방법을 찾아볼 예정입니다.

문제는 컴퓨터 게임으로 보냈던 시간들을 보다 재미있고 알차게 보내는 방법을 함께 모색해보는 것입니다. 11살 아들 혼자서 하루 24시간 중 8~9시간은 잠으로 사용하고, 남은 15~16시간을 보람차게 보내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하루 일과를 심심하지 않게 보내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함께 놀아주기 3일 차입니다.


첫째 날에는 눈놀이로 하루를 알차게 보냈습니다. 둘째, 셋째 날은 보드게임으로 함께 놀아주고 있습니다. 동글이의 생활패턴 바꾸기를 위해 앵글이도 나섰습니다. 덕분에 놀이가 풍성해졌습니다. 둘이 하는 것보다는 셋이 하는 것이 훨씬 더 재미있으니까요...


"같이 놀아줘서 엄마는 좋은데 시간 많이 뺏기는 거 아니니?"

"괜찮아. 어차피 개학하면 동글이랑 놀아 줄 시간이 없을 텐데 뭘... 나도 재밌어."

"네가 같이 노는 거랑 동글이랑 둘이 노는 게 많이 달라. 특히 부루마블은 네가 없으면 정신이 하나도 없어."

"내가 은행을 맡아주니까 좋지?"

"그러니까... 은행 하랴, 부동산 하랴, 주사위 돌리랴... 놀이에 집중할 수가 없다니까...?"

"나도 쉬면서 같이 놀아주는 거라 괜찮아. 동글이가 컴퓨터 게임 안 하고 같이 노니까 좋은데 뭘..."



부루마블은 한 번 시작하면 두세 시간이 눈 깜짝할 새 지나갑니다. 게임이 진행되다 보면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어느 누가 파산을 해야 끝이 나는데 막상 게임을 하다 보면 한 사람이 파산해서 철수하면 게임의 흥이 떨어져 재미가 없어집니다. 그런 이유로 조금씩 봐주고 변칙을 사용하게 되다 보니 끝없이 계속 진행이 되죠. 오늘도 세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결국 게임을 접는 대신 다른 놀이를 더 해주기로 하고 마무리를 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놀고 있는데 퇴근 후 들어선 아빠가 놀이 삼매경의 세 식구를 보더니 놀이 판돈 삼만 원을 지원해주었습니다.


"게임 이기는 사람한테 용돈!!"

"와~ 이기는 사람이 이거 다 갖는 거야?"

"아니지... 그렇게 하면 동글이가 불리하잖아. 이길 때마다 오천 원씩 주는 거로 하자!"

"좋아!"

"나도 좋아!"



루미큐브부터 시작했습니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동글이에게는 조커 두 개를 주었습니다. 룰을 익힌 동글이가 이제는 제법 루미큐브도 잘 해냅니다. 아빠 찬스로 받은 용돈으로 치열한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덕분에 맹숭맹숭할 수 있는 보드게임에 활기가 돋았습니다. 뭘 할지 몰라 방황하던 동글이도 의욕이 솟고, 방황하는 동생이 안쓰러워 함께 게임판에 앉은 앵글이도 얼결에 생긴 용돈 내기에 신이 났습니다. 루미큐브는 앵글이가 최강자입니다. 어떻게 해도 이기기 어려웠었는데 그래도 조금 동생이 이길 수 있게 적절히 조절해주었습니다. 신나는 루미큐브를 6판 정도 오간 뒤,


"엄마, 우리 고스톱으로 바꿀까?"

"왜?"

"루미큐브는 누나랑 엄마가 잘하잖아. 고스톱은 내가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그래? 그럼 바꾸지 뭐..."



앵글이도, 동글이도 7살 즈음 아빠에게 고스톱을 배웠습니다. 가끔 주말에 자장면 내기, 치킨 내기를 하기도 합니다. 봐주기는 없습니다. 지면 진대로 결과에 승복하며 간식을 쏘는 것이 룰입니다. 동글이는 2승을 하는 순간, 앵글이와 엄마는 3승을 하는 순간 게임의 승자가 정해지도록 약속을 정하고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불꽃 튀는 경기가 이어지고 마무리하였더니 어느새 서너 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오늘의 승자는 엄마입니다.


"여보~ 내가 3만 원 준 것 중에 이만 오천 원을 따버렸네?"

"당신은 져줘야지 그걸 이기면 어떻게 해?"

"져주려고 했는데 오늘따라 계속 이기네?"

"동글이 표정 좀 봐... 심각해졌잖아."

"ㅎㅎㅎㅎ 그러게... 공평하게 만 오천 원씩 줄게... 마음 풀고 웃어~"


아이들 통장으로 만 오천 원씩 송금해주었습니다. 한바탕 놀고 용돈도 받으니 일거양득입니다.


"동글아~ 컴퓨터 게임 안 하고 지내보니 어때?"

"뭐... 할 만 해!"

"그렇지? 2주 동안 다양한 놀거리를 찾다 보면 컴퓨터 게임을 하지 않아도 재미있는 것들이 많아질 거야."

"그건 아닌데... 난 게임도 재밌어."

"그렇겠지... 게임도 재미있는데 게임은 하루에 한 시간만 하자!"

"내가 하는 게임들은 친구들이랑 같이 하는 거라서 한 시간 동안이면 게임이 안 끝나. 중간에 끝낼 수가 없어."

"그래? 그러면 그런 게임을 할 때는 엄마한테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지 이야기해주면 되지."

"그런데 엄마~ 내가 게임 안 하고 지내보니까 2주 뒤에 게임을 할 수 있게 돼도 조절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래? 게임 안 하고 같이 놀아보니까 이렇게 노는 것도 재미있지?

"응."

"2주 동안은 안 하는 것으로 약속했으니까 게임하는 걸 쉬어보고, 2주 뒤에 같이 시간표를 짜 보자."

"좋아."


동글이의 생활 패턴 바꾸기를 위해 온 가족이 마음을 모았습니다. 덕분에 동글이가 컴퓨터 게임 없이도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이와 놀아주다가 문득, 바쁘고 분주하다는 이유로, 혹은 귀찮아서 아이를 혼자 놀게 했던 것이 컴퓨터와 더 친해지게 만든 이유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께 놀아주는 친구와 어른이 있으면 컴퓨터보다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함께하는 놀이에 더 흥미를 붙였을 테니까요... 동글이와 시간을 보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잠자리게 들어가기 전 동글이가 다가와, "엄마, 나랑 놀아줘서 정말 고마워. 많이 많이 사랑해~" 하더니, 누나에게 다가가 "누나, 나랑 놀아줘서 고마워~"라고 합니다. 앵글이가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여주니 피식 웃으며 돌아서는 동글이를 보니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고 전해주는 동글이도 사랑스럽지만 마음이 분주할 텐데도 함께 놀아주는 누나의 마음도 참 고마웠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참 소중합니다. 나도 모르게 훌쩍 시간이 지나면 지금 이 시간이 행복한 추억으로 기억되겠죠. 매일매일 보듬고 사랑하며 살아갈 가족이 있어 행복한 시간입니다.


마음을 나누는 가족이 있어 행복한 로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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