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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Feb 10. 2022

11살 아들이 전해준 3천 원의 감동

코 묻은 돈으로 전한 마음의 선물

저와 많이 닮은 동글이는 마음을 전하는데 진심입니다. 소파에 누워 글을 읽고 있으면 다가와 볼이며 이마, 입술에 뽀뽀세례를 퍼붓습니다. 덕지덕지 침을 잔뜩 묻혀놓아,


"얼굴에 침 묻히지 마."


하며 옷소매로 쓰윽~ 닦아내면


"내 뽀뽀가 더러워?"

"아니, 네 침이 더러워...ㅋㅋ"

"소중한 아들이라며..."

"소중한 아들이라도 침 묻히는 건 싫어..."

"엄마는 날 사랑하지 않아?"

"사랑하지..."

"그런데 왜 뽀뽀하면 닦아내?"

"침 묻는 건 싫어..."

"칫!"


그래 놓고는 다시 달려들어 얼굴 가득 침을 잔뜩 묻혀 놓습니다. 과해도 너무 과한 뽀뽀세례에 엎치락뒤치락하다가 간지럼을 태워 떼어낸 후 얼굴을 쿠션으로 덮으며 힐끔 쳐다보면, 언제든 달려들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개구진 표정을 짓고 있는 동글이의 얼굴이 눈에 들어옵니다. 


"공격이닷!! 공격~~~"


버둥버둥 팔, 다리를 휘저으며 몸싸움이 시작되고 거실 바닥에 깔아놓은 라텍스 매트 위에 뒹굴거리다 깔깔 웃는 풍경이 매일 저녁 펼쳐집니다. 올해 11살이 된 동글이가 언제까지 엄마와 몸 놀이를 해 줄지는 모르지만 사랑받는 느낌도, 골려주는 느낌도 참 좋습니다. 남편과 앵글이는 바빠서 각자 제 할 일을 하느라 저와 함께 시시덕거릴 시간이 없습니다. 늦둥이 동글이가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둘이 깔깔 거리며 뒹굴다 보면 남편과 앵글이가 쓰윽~ 지나가며 한 마디씩 거듭니다.


"뭐해? 둘이??"

"뭐야... 유치해~"


그러던가 말던가요... 우리 둘만 재밌으면 그만이죠... 


진로교육 수업이 있어 2일간의 새벽 출근을 했습니다. 4교시 연속으로 진행된 수업이었고, 마스크를 쓰고 강의를 하다 보니 목소리도 평소보다 크게 내야 했습니다. 고등학생들의 흥미를 끌어올려 수업에 참여시키려 하니 말이 두 배? 아니 네 배는 많아진 것 같습니다. 첫째 날은 다음 날 수업에 대한 긴장감으로 괜찮았습니다. 둘째 날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오랜만의 출근으로 피로와 긴장감이 풀어져 몸이 천근만근이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 엄마가 없을 거라는 걸 미리 이야기해 주었지만 엄마가 없는 아침이 낯선 동글이는 엄마 생각이 났었나 봅니다. 둘째 날 집에 돌아오니 온 몸으로 반겨주었습니다. 두 아이들의 점심을 챙겨주고 동글이는 피아노 학원으로, 앵글이는 공부방으로 보낸 후 잠시 누워 휴식을 취했습니다. 피아노 학원에서 돌아온 동글이가 방문을 살짝 열더니,


"엄마, 자?"

"아니... 그냥 누워있는 거야."

"내가 선물 줄까?"

"선물?"

"응."

"무슨 선물?"


가나초콜릿입니다. 쓱 내밀더니,


"내가 엄마 주려고 샀어. 그리고 엄마 좋아하는 붕어빵도 사 왔어."

"그래? 정말 정말 고마워."

"붕어빵은 한 개에 500원이야. 내가 두 개 사 왔어. 엄마 한 개, 나 한 개 먹을까?"

"그럼 초콜릿은?"

"초콜릿은 엄마 줄게."

"그런데 돈이 있었어?"

"응. 3천 원 있었는데 초콜릿이 2천 원이었어. 천 원으로 붕어빵 두 개 사 온 거야."

"그럼 용돈 3천 원을 다 엄마 선물 사는데 쓴 거야?"

"응."

"동글이도 초콜릿 먹고 싶을 텐데 엄마 줘도 괜찮아?"

"괜찮아. 내가 엄마 사랑하잖아."

"정말 고마워..."

"붕어빵은 두 개니까 내가 하나 먹을게. 괜찮지?"

"그럼... 괜찮지..."


동글이와 함께 한 10년 동안 동글이가 직접 엄마를 위해 선물을 준비해 준 것은 처음입니다. 이렇게 감격스러울 수가요... 너무 고마워서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동글이에게 받은 선물


한참 지난 후 동글이가 다가왔습니다.


"엄마, 나 초콜릿 먹어보고 싶은데 엄마 언제 먹을 거야?"

"이건 엄마한테 주는 선물이라며..."

"맞아. 엄마한테 준거야."

"근데 왜 언제 먹을 건지 물어봐?"

"나도 초콜릿 좋아하잖아. 어떤 맛인지 궁금해서..."

"ㅎㅎㅎㅎ그래도 이건 엄마한테 준 선물이니까 엄마껀데...? 아빠 퇴근하면 자랑하고 먹을 거야."

"힝... 나 지금 먹어보고 싶은데..."

"그게 뭐야....ㅋㅋㅋ 엄마 선물인데 왜 탐을 내... ㅎㅎㅎㅎ"

"한 조각만 먹어보면 안 돼?"

"되지.... 되는데... 지금 말고..."

"아~ 왜... 진짜 진짜 먹어보고 싶었단 말이야..."


얼른 줘도 괜찮았는데 동글이 반응이 귀여워서 애를 좀 태워보았습니다. 한 10분쯤 실랑이를 하다가 초콜릿을 나눠주었습니다.


"우와~ 이거 대박 맛있어."

"그래? 엄마가 전에도 많이 사줬었잖아."

"그런데 이게 정말 맛있어. 엄마도 먹어봐."

"그러네? 정말 맛있네? 동글이가 사줘서 그런가?"


한 조각만 맛보겠다던 동글이가 절반을 먹었습니다. 사실 저는 단것을 잘 먹지 않아서 초콜릿을 즐기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사 준 초콜릿은 꿀맛이네요. 


"동글아~ 그런데 왜 엄마한테 선물 사줬어?"

"응... 엄마 힘들까 봐..."
"엄마 힘들까 봐?"

"응... 엄마 돈 버느라고 힘들었잖아..."


매일 집에 함께 있던 엄마가 일하러 나간다고 하니 동글이 마음에 엄마가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나 봅니다. 이렇게 마음을 잘 알아주는 늦둥이 아들이라니 뭉클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요? 동글이 덕분에 으슬으슬 몸살 기운이 싹~ 달아났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어 살맛 나는 하루입니다.


아들의 배려로 마음이 따뜻해진 로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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