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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Mar 01. 2022

이를 뽑고 받은 선물. 드디어 딸기.

오늘, 동글이의 치과 진료가 있었습니다. 작은 어금니 발치를 위해 치과에 갔습니다. 어금니가 흔들리지 않는데 영구치가 잇몸을 뚫고 나오는 중이라 마취를 하고 생니를 뽑아야 했습니다. 성격 급한 영구치의 반란으로 위아래 양쪽 모두 한 달 간격으로 발치를 하고 있습니다. 다음 달에는 아래쪽 어금니 발치를 해야 하네요.


동글이의 치아가 들어있는 새앙쥐 세 마리


잇몸이 아물기를 기다려 하나씩 이를 뽑아야 니다. 지난달에는 동글이 인생 처음으로 마취 바늘에 잇몸이 찔리는 경험을 했습니다. 마취를 할 때는 울지 않고 잘 참는 듯했습니다. 너무나 대견해서 마취 기운이 올라오길 기다리며 의사 선생님께서 자리를 비우시자마자,


"동글이 잘 참네? 무섭지 않았어?"


라고 묻자마자 울음보가 빵 터져서 굵은 눈물방울과 함께 '꺼이꺼이' 곡 소리 나게 울어재꼈습니다. '아이쿠야, 괜히 물어봤구나' 싶은 후회가 밀려오며 눈치코치 없는 엄마는 반성의 사과를 했습니다.


"미안 미안, 무서웠구나... 동글아 미안~"

"이 뽑는 거 너무 무서워... 안 하고 싶어. 집에 갈래.... 엉엉엉~"


동글이의 울음은 그치지 않고 계속되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시고 저는 온몸으로 거부하는 동글이의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울음보가 가득 동글이에게 의사 선생님께서는,


"마취 주사가 아팠던 거야. 이 뽑을 때는 하나도 안 아플걸? 뽑았는지 안 뽑았는지도 못 느낄 거야."

"엉엉~ 아뽀브꺼아~~~~(안 뽑을 거야...)"


우는 아이들이 한 두 명이겠어요? 선생님께서는 자상하게 몇 마디 하시며 눈 깜짝할 사이 이를 뽑으셨습니다.


"동글아~ 다 됐어. 괜찮았지?"

"아괘차나어~ 아괘차타구오~~~(안 괜찮아요, 안 괜찮다고요.)"

"그렇구나... 아팠구나... 선생님이 실력을 더 키워야겠다. 그치 동글아~"

"엉엉엉~"

"동글아~ 그런데 어쩌지? 다음 달에 하나 더 뽑자~"


한 달 후, 오늘...

아침 일찍 준비해서 병원 예약 시간에 맞추어 치과로 갔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라 그런지 동글이가 의연합니다.


"동글아~ 오늘은 뿌리가 지난달보다 많이 녹은 것 같아. 마취 주사를 조금 더 맞고 기다리지 말고 바로 뽑자."


마취 주사를 맞고 이를 뽑았습니다. 동글이는 울지 않았습니다.


"동글아~ 괜찮았어? 오늘은 울지 않네?"

"마취할 때 아팠지만 무섭지는 않았어."

"그래. 장하다... ^^ 가는 길에 마트 들러서 집에 가자."

"나 맛있는 거 사 가지고 가고 싶어."

"뭐 사고 싶은데?"

"반찬가게 가자."


다음 달 예약을 마친 후 병원 앞 셰프 엠에 들렀습니다. 비빔밥을 먹고 싶다는 동글이를 위해 동글이가 잘 먹는 나물류 8가지와 과일 푸딩을 사들고, 마트로 향했습니다.

쉐프엠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 딸기를 제일 먼저 샀습니다. 울지 않고 씩씩하게 이를 뽑은 것에 대한 보상입니다. 하지만 이를 뽑아서 마취가 풀릴 때까지 2시간을 기다렸다가 먹어야 합니다. 동글이는 마취가 풀리길 손꼽아 기다렸다가 좋아하는 딸기를 양껏 먹었습니다.  



과일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주식이 과일입니다. 덕분에 과일 소비가 많아서 식비의 50% 가까이 과일비로 지출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딸기는, 12월부터 3월까지 식비의 기둥뿌리까지 흔드는 아주 독한 녀석입니다. 올해는 딸기값 폭등으로 아이들과 타협을 한 후 최대한 딸기 쇼핑을 미루고 미뤘습니다. 그런데 오늘 동글이 발치를 계기로 딸기 소비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1kg 딸기 한 팩을 한자리에서 뚝딱 먹는 아이들입니다. 한동안 아이들은 매일 1kg의 딸기를 먹게 될 것 같습니다.


먹어도 먹어도 질릴 수 없는 딸기를,

딸기가 제일 맛있는 12월~3월에는 생딸기, 그 외 계절은 냉동 딸기로 먹습니다. 딸기값 인상으로 생딸기 구입을 늦추어 과일비 지출이 제일 많은 1, 2월 지출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생딸기 대신 냉동딸기로 딸기 스무디와 딸기잼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3월은 그동안 미루고 미뤘던 생딸기와 함께하게 될 것 같습니다.


봄내음이 물씬 느껴지는 딸기와 함께 3월을 맞이합니다. 색깔도 맛도 좋은 딸기는 보기만 해도 흐뭇합니다. 동글이는 아픔도 꾹 참고 이를 뽑아 좋아하는 딸기를 맘껏 먹을 수 있었네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좋아하는 것을 얻는 것은 행복감을 전해줍니다. 동글이의 흥얼거리는 콧노래 소리가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줍니다. 우리 집 아이들은 왜 샤워를 하면서 노래를 부를까요? 다른 집 아이들도 그런지 궁금해지네요...


3월의 첫날 로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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