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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Feb 26. 2022

평범한 일상도 감사가 되는 순간

감사한 마음이 저절로 드는 평화로운 한낮

들리시나요? 바람소리?

방충망이 춤추듯 흔들리고, 온 힘을 다해 두 손 맞잡고 당긴 창틈을 뚫고 온 몸이 휘청이도록 거센 바람이 불어오는데 겨울이 시위를 하나 보구나 싶습니다. 떠나가기 싫은 게지요. 아쉬움을 뒤로하고 봄기운에 밀려 자리를 내어주어야 할 텐데 저리 '으르렁' 거리는 것을 보면 쉽사리 자리를 내어주지 않으려나 봅니다.


영상 5초 찍으려고 연 창가에서 무시무시한 바람에 솜털(?) 같은 제가(@.@) 날아갈 뻔


하늘 위에 둥둥 떠서 지낸 세월이 15년쯤 되어갑니다. 12층, 15층, 18층, 23층... 지금은 28층에 살고 있어요. 점점 더 높이 높이 올라오다 보니 이제는 50층쯤에도 살아볼까 싶은 마음도 드네요...


28층에서 내려다본 마을의 풍경(2022-02-26)

28층에서의 풍경 한 번 보시겠어요?

맑은 날, 무지개뜬 날, 비구름이 몰린 날
석양01
석양02
비구름이 몰려오는 날(자세히 보시면 빗방울이 보여요.) / 먼 산 너머에 소나기가 흐르는 모습이 보이죠.
눈 내리는 마을
우리집에서 본 사계절


남서쪽 창이 통창으로 된 구조적 특성으로 일출부터 일몰까지 자연을 바라볼 수 있는 집이 행복감을 더해줍니다. 앵글이의 방 한쪽이 전체 통창이라 앵글이방에서 본 전경이 제일 아름답지요. 덕분에 메마를 수 있는 고3의 일과가 뻥 뚫린 시야로 조금 여유로울 수 있다는 앵글이의 평입니다.


2년 전 창 밖 앞 동네에서 3일간의 큰 화재가 있었습니다. 집에 있는데 갑자기 "펑"하는 굉음이 들려왔습니다. 창 밖을 내다보니 불길이 치솟으며 "펑! 펑! 펑!" 계속해서 폭발음이 들려왔습니다. 그래서 영상을 찍어 각 방송사에 제보를 했습니다. 제가 찍은 영상이 방송사마다 뉴스에 보도되었고, 3일 동안 찍은 영상은 실시간으로 방송에서 보도되었죠. 높은 집에 살다 보니 드론도 찍을 수 없는 영상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실시간으로 영상을 찍어 방송에 제보를 했던 것은 피해를 줄이고 어서 빨리 진화되었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3일 간 남긴 화재 기록은 처음에는 알리고픈 마음이었다가 시간이 지나니 사명감 같은 마음으로 변했습니다. 사건이 마무리된 후 방송사에서 영상 제보 사례금을 전달해주었습니다. 영상을 제보하면 사례금을 받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뜻하지 않게 주어지는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2월의 끝자락!

아침부터 천둥 같은 바람소리가 창문을 두드렸습니다. 하늘에서는 구름 부딪치는 소리가 연신 들려오고, 허공에 뜬 28층 집에서는 컴퓨터 자판소리만이 적막을 깨고 허공을 메웁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평범한 일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심심하리만큼 무료한 하루, 어쩌면 이렇게 소소한 하루는 열심히 살아낸 젊은 날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사한 마음이 저절로 드는 평화로운 한낮의 시곗바늘이 오후 4시 19분을 가리키고, 누구도 글을 쓰는 제 시간을 방해하지 않는 이 순간! 커피 한 잔 홀짝이며 적어가는 글 한 줌이 너무 소중하네요.


소중한 시간을 함께 나눌 글벗이 있어 행복한 로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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