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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Feb 25. 2022

조신한 내 남자가 바느질을 합니다.

수면무호흡 간과하면 안 돼요. 수술이 무섭다면 '양압기'를 사용하세요.

2022년도에도 작년에 이어 우리 아파트 단지에서 경기도 공동체 활성화 사업 2차 승인을 받았습니다. 3년 간 지원받을 수 있는 이 사업은 사업 운영이 우수한 경기도 내 공동체에 매해 일천만 원의 지원금이 주어집니다. 작년 사업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하고 올해도 지원받게 되어 로운의 [똥손놀이터]도 다시 시동을 걸었습니다. 올해는 잠시 쉬려는 계획을 홀로 잡았지만 마을이 저를 부르니 달려갈밖에요. 수업을 시작하기 전 팔이 얼른 나았으면 좋겠습니다.


공동체 활성화 사업은 마을 단위의 [마을 공동체]입니다. 주민의 동아리를 지원하는 소규모 [마을 공동체] 사업은 뿌리기, 키우기, 가꾸기, 거두기 (씨앗·뿌리→줄기→열매) 단계로 해를 거듭하며 동아리를 키워갈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마을 동아리 사업입니다. 사업 내용은 동아리의 관심사에 따라 환경・생태, 공연・문화, 수공예(체험), 텃밭(농촌활동), 플리마켓(마을경제), 마을미디어, 청년・청소년, 보육・교육, 장애인・사회적 약자, 세대교류 등 마을에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활동할 수 있는 내용이면 승인 가능합니다.


2022 마을공동체 회의가 있어 커뮤니티에 다녀오니 남편이 바느질을 하고 있습니다. 5년째 사용하고 있는 양압기 마스크가 매일 사용하다 보니 늘어져서 치수를 조금 줄이기 위한 바느질입니다. 평소에는 제가 해 주는데 팔이 불편해진 뒤로 부탁하기 좀 미안했던 모양입니다. 한 땀 한 땀 천천히 하면 무리하지 않고 해 줄 수도 있었는데 직접 하겠다고 합니다.


"내가 해줄까요?"

"아니? 나도 할 수 있어. 이래서 남자는 군대를 다녀와야 해."

"왜요?"

"군대를 다녀오면 다 할 줄 알게 되거든."

"아~"

"바늘이 작아서 힘들 텐데...??"

"그러게. 바늘이 왜 이렇게 작아??"

"퀼트 바늘이라서 쉽지 않을 텐데..."

"이거 실끼우느라 엄청 힘들어."

"거기 자동 실 끼우기 도구도 있는데..."

"그런 게 있어?"

"없는 게 없지. ㅎㅎㅎ"

"말만 하면 척척 나와."

"그러니까 물어보고 해야지... ㅎㅎㅎㅎ"

"당신은 정말 전생에 다람쥐였을 꺼야. 뭘 맨날 쟁여."

"여보. 원래 뭘 제대로 하려면 장비빨부터 세워야 하는 거예요... ㅎㅎ"



남편의 바느질은 한참 동안 이어졌습니다. 한다면 하는 성격이거든요. 떡두꺼비 같은 손으로 손끝에 잡히지도 않을 2.7cm 퀼트 전용바늘로 바느질을 합니다. 바늘땀이 좀 크고 얼기설기해 보이지만 튼튼하게 잘해놓았습니다.


2.7cm 퀼트 전용바늘로 한땀한땀 정성들여 바느질을 한 양압기 마스크

5년 전부터 남편은 양압기를 사용합니다. 결혼 후 코골이가 심하니 병원에 가 보자고 꾸준히 이야기했지만 살을 빼면 괜찮아진다며 고집을 부렸습니다. 몸에 이상이 느껴지면 네느님의 도움을 받는 남편은 폭풍 검색으로 코골이와 코골이 수술, 그리고 수술 없이 사는 법을 찾아보고 제게


"코골이 수술 그거, 엄청 위험한 거래. 죽은 사람도 있다더라?"

"그래요?"

"그게 어릴 때 하면 위험도가 낮은데 성인은 엄청 위험한 거래."

"그렇게 생각하자면 수면 무호흡 때문에 죽을 수도 있는데요?"

"아니야... 내가 운동 열심히 해서 살을 좀 빼면 돼."


물론 살을 뺐습니다. 그런데도 코골이와 수면 무호흡은 계속됐습니다. 어느 날은 자고 있는데 갑자기 '컥~' 소리가 들려 깜짝 놀라 남편을 들여다보는데 한 동안 숨을 쉬지 않고 멈추었다가 '쿠르르르릉 캬~'하며 날숨을 깊이 내쉬는 겁니다. 그날 밤 새 호흡이 불안정한 남편을 들여다보느라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아침이 되어,


"당장 병원 가자!"

"아니야. 괜찮아. 어제 좀 피곤해서 그런 거야."

"그 정도가 아니라니깐?"

"내가 운동 열심히 하고 살 좀 빼면 괜찮아져."


이런 대화를 10년이 넘도록 계속했습니다.


5년 전 어느 날 2박 3일 연수를 다녀온 남편이 호들갑스럽게 들어섭니다.


"우리 병원 가자."

"병원? 어디 아파??"

"아니, 그거... 수면 무호흡?? 그거 검사하는 병원이 어디야?"

"왜 갑자기?"

"내가 회원들이랑 같은 방을 썼는데 나랑 같은 방 사용했던 세 명이 다 이틀 동안 잠을 못 잤대."

"코골이 소리 때문에?"

"응."

"그건 내가 맨날 말했던 거잖아요."

"연세 좀 있으신 회원이 내가 밤새 숨을 안 쉬어서 잠을 못 잤다며 큰일 나겠다고 병원 가보랬어."

"그것도 내가 맨날 했던 말이잖아."

"그렇게 심각한 줄 몰랐지."


이것 보세요... 남편들은 왜 아내가 말할 때는 심각하게 안 듣는 걸까요? 하지만 섭섭해할 때가 아닙니다. 마음먹었을 때 움직여야 해요. 이 타이밍을 놓치면 또 병원에 안 가겠다고 할 꺼거든요. 그래서 바로 이비인후과에 갔습니다. 진료를 받고 장비를 받았습니다.

병원에서 자면서 받는 수면무호흡 검사도 있지만 사람에 따라 장도가 바뀌면 잠을 잘 못 자거나, 비용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위해 간이 수면무호흡 장비를 대여해 주기도 합니다. 비용도 저렴하고 집에서 자면서 검사할 수 있으니 편리하고 잠자리가 바뀌는 불편도 없으니 병원을 싫어하시는 남편분들이 댁에 계시다면 추천드립니다.

자기 전 장비를 장착하고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 병원에 장비를 반납하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기다렸습니다. 결과는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은영찬은 남편의 브런치 필명입니다.)


"음... 은영찬 님. 무호흡이 상당히 심하시네요. 이 정도면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고 하루 종일 머리가 아프거나 몽롱한 상태가 계속됐을 텐데 괜찮으셨나요?"

"네... 좀 몸이 무겁고 하루 종일 피곤하고 그런 날이 많았습니다."

"그러셨을 거예요. 안 그럴 수가 없는 수치거든요."

"많이 심각한가요?"

"수면 무호흡이 1단계~4단계까지 있다고 할 때, 4단계에 해당됩니다. 1시간 동안 무호흡이 50회 정도 일어났어요. 이 정도면 심각한 수준이죠."

"수술을 해야 하나요?"

"성인은 수술을 권장하지 않아요. 원하시면 할 수 있겠지만 수면도 습관이라 수술을 해도 만족스러운 효과를 보기 어려우실 거예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양압기를 사용해보시죠. 양압기의 단점은 예민하신 분들이 사용하기 좀 어려우세요. 코에 호스를 걸어 잠을 청하셔야 하고 아무리 좋은 기계를 사용해도 기계음이 계속해서 들리기 때문에 소리나 거추장스러운 도구에 신경이 쓰여 잠을 못 자겠다는 환자분들도 많이 계시거든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일단 대여를 해서 한 달간 사용해보시고, 양압기를 사용해서 수면의 질이 높아지면 그대로 평생 양압기를 사용하면서 주무시면 되고, 그게 어려우면 그때 수술을 고려해보는 거로 합시다."

"양압기도 사용하지 않고, 수술도 안 하면 어떻게 되나요?"

"음... 은영찬 님 같은 경우는 둘 다 안 하는 것은 정말 위험하죠. 무조건 둘 중 하나는 하셔야 합니다."


이후 적응기간을 거쳐 5년째 매일 양압기를 사용 중입니다. 출장이 있을 때는 휴대용 양압기를 가지고 갑니다. 양압기에 적응하는 기간 동안 조금 힘들었지만 사용 후 수면의 질이 높아졌고, 이제는 양압기 없이 잠을 잘 수 없게 되었습니다. 남편과 아내가 코골이를 한다면 수면 중 수면무호흡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꼭 진료받으시고 조치를 취하시길 권해드립니다. (극단적인 예로 제 친구의 남편은 수면 중에 수면 무호흡으로 가족의 곁을 떠났습니다. 요즘에는 보험 적용이 되어 양압기의 가격 부담이 덜어졌으니 꼭 진료받아보세요.)


양압기 일반용, 휴대용

어느새 한 주간이 훌쩍 지나 주말이 되었습니다. 하루하루는 지루한 듯 느껴지지만 지나고 나면 일주일, 한 달은 금세 지나간 듯 느껴지는 것을 보면 '세월 가는 것이 아깝다'라고 하시는 부모님 말씀이 생각납니다. 저도 어느새 그런 나이를 지나고 있네요.


2월의 끝자락,

봄이 다가오는 게 완연히 느껴집니다. 살랑살랑 바람에도 봄내음이 가득하고, 햇살 가운데 있으면 제법 따가운 온기가 피부에 와닿습니다. 봄바람맞으며 주말에는 가족 산책을 해 봐야겠습니다. 조금 답답한 일상 속에 주변 지인들의 확진 소식도 간간이 들려와 마음을 어지럽히지만 늘 건강 잘 챙기셔서 요리조리 감염병 피해 가며 다가오는 반가운 봄을 함께 기다려봄은 어떠신지요? 오늘도 활기차고 많이 웃는 금요일 보내세요.


싱그러운 봄내음이 기다려지는 로운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슬기로운 퀼트 생활]입니다. 팔 수술 후 바느질을 할 수 없어 요즘은 못하고 있지만 장비 빨 좋아하는 제가 애정 하는 바늘쌈지를 보여드릴게요. 제게 필요한 것들을 담을 수 있도록 스케치해 가면서 만든 바늘 쌈지랍니다.


바늘쌈지 / 퀼트할 때 필요한 도구들을 모두 담은 주머니
제가 좋아하는 캘리그라피 / 화선지와 작품을 넣을 종이전용 가방을 만들었어요.
앵글이가 어릴 때 들고다니던 가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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