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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Oct 03. 2021

주말드라마 '인간실격'이 죽음을 대하는 자세.

심폐소생술 거부 서약서(DNR)

시아버님께서는 폐암 수술을 받으시고 5년이 경과되어 완치 판정을 받은 후 감기에 걸렸는데 환절기에 얕은 감기는 그냥 지나칠 수도 있으려니 넘겼던 것이 폐렴으로 진행되어 2년여 시간 동안 투병하시다 끝내 생을 마감하셨습니다.


몇 번의 고비가 있었지만 잘 이겨내셨는데 폐암 수술로 한쪽 폐를 잃고 남은 한쪽마저 폐렴에 걸리니 호흡이 힘들어지고 결국 가정용 산소호흡기를 들여 생활하게 되셨습니다. 조금 수월한 날도 있고, 조금 힘든 날도 있었지만 호흡이 자유롭지 못한 것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고통이 따릅니다.




2년 전 고관절 통증으로 물리치료를 받던 중 수영장을 걷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하여 실내 수영장에 등록을 하고 다닌 적이 있습니다. 소아천식으로 어릴 때부터 면역력이 떨어지면 천식 증상이 나타나던 제게 실내수영장의 소독제와 수증기는 독약과도 같았습니다.


수영장 이용 째 날, 

걷고 있는데 호흡이 불안정하게 느껴지고 숨이 가빠와서 운동을 그만두고 귀가를 했습니다. 휴식을 취하는 동안도 숨쉬기가 어려워 가쁜 숨을 들이켜다 응급실로 향했는데 급성 폐렴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 한 어린 아들이 마음에 걸려 일주일 입원을 하며 급한불만 끄고 퇴원을 했습니다. 그 후 7개월 동안 폐렴은 낫지 않았고, 새벽에도 몇 번씩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을 가야 했습니다. 폐렴이 잦아드니 천식으로 이어졌고 2019년은 외출도 못하고 내내 집에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폐렴과 천식이 거의 다 낫고 바깥 활동을 할 수 있으려나 싶던 찰나 코로나 19가 찾아왔습니다. 그로 인해 저는 3년째 집에 머무는 중입니다.




JTBC의 주말드라마 [인간실격]의 한 장면입니다.



인간실격이 죽음을 대하는 자세.

(인간실격 5회 분 중에서)

연명치료조차 의미가 없는 중증 환자가 임종을 앞두고 있습니다. 간호사 우남역을 맡은 양동근은 숨이 경각에 붙은 어르신께 간절히 이야기합니다. '조금만, 조금만 더 견뎌달라고... 보호자가 오기까지 조금만 참고 기다려달라고' 호소합니다. 강재역을 맡은 류준열 님의 내레이션과 양동근 님의 몰입된 연기로 눈물이 주르륵 흘렀습니다.


'인간실격'은 구멍 없는 배우들의 열연으로 시청자를 화면 앞에 잡아 끄는 매력이 있습니다. 조연의 비중도 주연 커플의 비중 못지않고 탄탄한 스토리가 더해져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작가의 필력과 섬세한 연출력이 한데 어우러져 시청자 입장에서 볼 때 인간실격은 보는 이의 시선을 붙잡아두고 몰입하게 하는 잘 만든 드라마로 여겨집니다.


※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는,
내가 건강할 때 내 의지로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전하는 것입니다.

※ 대상은
19세 이상 성인이어야 하며 보건복지부 지정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 등록기관을 직접 찾아가 본인이 등록해야 합니다.

※ 작성 가능기관
국립 연명의료관리기관 홈페이지에서 본인의 거주구역에서 가까운 장소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 링크 : https://www.lst.go.kr/addt/composableorgan.do
 
※ 주의사항
작성하더라도 효력이 없는 경우가 있으니 아래 내용을 숙지하시기 바랍니다.

● 본인이 직접 작성하지 않은 경우
● 본인의 자발적 의사에 따라 작성되지 않은 경우
● 작성 전 알아야 할 사항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한 경우
●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를 작성, 등록한 후 연명의료 계획서를 다시 작성한 경우

1~3번은 법적으로 아예 효력이 없지만 4번은 연명의료 계획서를 다시 작성된 이후에 효력이 발휘됩니다.


2년 전 호흡 곤란으로 7개월의 시간을 고통받으며 많이 생각했던 것이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 신청이었습니다. 건강하고 의식이 온전할 때 미리 신청해두지 않으면 더 이상 손 쓸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을 때 남은 가족들의 삶의 기반까지 위태롭게 할 수 있기에 버킷리스트에 꼭 해야 할 일로 기록 해 두었습니다. 코로나가 잦아들면 가려고 미뤄뒀던 일이 2년째 이어지니 조만간 움직여봐야겠습니다.




연명치료가 시작되어 기도삽관을 시행하는 순간 환자와 보호자의 선택권은 없어집니다. 심장이 계속해서 뛸 수 있도록 장치를 부착하고, 혈압을 올리고 내리며 정상 수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약물을 주입합니다. 이미 소생할 가능성이 없음에도 장치와 약물에도 반응 없이 숨이 끊어져야 연명의료장치를 제거할 수 있게 됩니다. 중환자실에서 얼마만큼의 시간을 보내게 될지 아무도 알 수가 없습니다. 이미 뇌사 상태임에도 장치에 의해 심장은 계속 뛰는 것으로 나오고 주사약으로 혈압을 상승시켜줍니다.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이 남은 가족의 삶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습니다.


※ 연명의료결정법(延命醫療決定法) 존엄사법

연명의료결정법은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연명의료결정법은 2016년 1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며, 이후 호스피스 분야는 2017년 8월 4일에, 연명의료 분야는 2018년 2월 4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환자는 담당 의사와 전문의에게 치료 가능성이 없다는 의학적 진단을 받을 경우, 연명치료 지속 ・ 중단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이때 환자는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나 연명의료 계획서를 통해 연명의료를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나타내야 한다. 그러나 환자 의식이 없고 환자가 연명의료 계획서 등을 미리 작성하지 않은 경우에는 환자 가족 2인 이상이 연명의료에 관한 환자의 의사를 진술하고, 그것도 없을 경우 환자 가족 전원이 합의해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할 수 있다.

※ 존엄사법 시행을 찬성하는 입장에서 글을 쓰고 있기에 불편하신 분도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개인차가 있는 의견이니 상처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잔병치례가 많은 편이라 가족들에게 걱정을 많이 끼쳤습니다. 신기하게도 마스크를 쓰는 생활은 마스크로 인해 답답함에도 천식이 발현되는 것을 어느 정도 예방해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2년 동안 편안하게 잘 지내고 있으니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숨을 쉰다는 것이 공기와도 같아서 호흡의 감사함을 느끼지 못합니다. 저처럼 호흡이 어려워 생사를 넘나드는 경험을 하게 되면 숨 쉬는 것 하나에도 깊은 감사가 느껴집니다. 그러다 보니 '담배'를 태우는 청소년을 볼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건강하고 깨끗한 몸에 그 해로운 연기를 집어넣을까... 진심으로 다가가 말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주변에 중고등학교가 있다 보니 어린 청소년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배 피우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마음은 다가가 건강을 생각해서 '앞으로 남은 80년을 숨은 쉬며 살아야 되지 않겠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의 부모도 어쩌지 못하는 일을 지나가는 아줌마가 뭘 어쩔 수 있을까요...


자녀가 담배를 피운다는 것을 알면서도 끊어내지 못하는 부모도 답답하겠지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이며 키운 내 자녀가 해로운 길로 가는데 타협이 필요할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함께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다른 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으면서도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발언이라 두렵기도 합니다.



청소년들의 건강을 걱정하는 로운입니다.







사진출처 : JTBC의 주말드라마 [인간실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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