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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Mar 16. 2022

잠이 많은 게 아니라 '춘곤증'이에요.

지난 주말 아침, 

침대에서 뒹굴며 책을 읽고 있는데 남편이 거실에서 불렀다.


"여보~ 내 차가 고장이 나서 시동이 잘 안 걸려. 이상한 소리를 내더라고... A/S센터에 같이 갈래?"

"좋아."


차를 맡기고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할 것을 예상한 남편의 SOS였다. 흔쾌히 같이 가겠다고 하면서,


"그런데 준비할 동안 기다려줄 수 있어요? 씻고 옷 입고 하려면 30분 정도는 기다려줘야 하는데..."

"알았어."


30분 뒤 남편이 안방으로 건너와서,


"여보~!!"

 

순간 깜짝 놀라 눈을 뜨니 남편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앗! 깜짝이야."

"뭐해? 씻는다며...?"

"아~ 그랬지... 꿈인가 생신가 싶네??"

"뭐야... 씻는다고 하고는 자고 있던 거야?"

"아니, 씻겠다고 얘기한 게 꿈결 같아."

"어이구... 됐어... 그냥 더 자. 혼자 다녀올게."


어처구니가 없었다. 대답을 한 것 까지는 기억이 난다. 그 찰나의 순간 다시 잠에 빠진 것은 기억에 없다. 다행히 남편은 짜증 내지 않고 곱게 차를 고치러 나갔다. 고마운 일이다.


오늘 아침,

아래층 동생에게서 8시 반에 전화가 왔다.


"언니~ 오늘 약속 없으면 내려와. 칼국수 끓여 줄게."

"응. 몇 시쯤 갈까?"

"애들 유치원차 태우고 올라와야 하니까 9시 반쯤 내려와."

"응."


전화벨이 울렸다. 깜짝 놀라 깨어보니 10시였다.


"언니, 왜 안 내려와?"

"응... 미안, 바로 갈게."


또 깜빡 잠이 들었다. 이런... 자주 일어나지 않던 일이 요즘 일어난다. 애써 춘곤증이라고 우겨본다.


봄이 다가오니 깜박깜박 잠이 든다. 나이 탓인가?라고 생각하면 좀 씁쓸하다...


춘곤증은 봄이 되어 온몸이 나른해지고 이유 없이 졸음이 쏟아지는 증상입니다. 이러한 춘곤증은 많은 사람이 겪는 증상입니다. 하지만 이는 의학적인 ‘질병’이 아니라 일종의 생리적 피로감입니다. (다음 백과)


건강한 사람의 경우 적절한 수면 시간이 7~8시간이라고 한다. 6시간 이내로 잠을 잘 경우 뇌에, 8시간 이상 잠을 잘 경우 심장에 부담을 준다고 한다. 결국 양질의 수면 평균 시간은 7시간 정도인가 보다. 건강하게 활동하기 위한 7시간의 충분한 휴식을 우리 몸이 원하는 셈이다.


중학교 2학년 한문 시간,


"얘들아~ 사람이 60년을 산다고 했을 때 잠은 얼마큼 자는 줄 아니?"

"잠이요?"

"10년?"

"8년이요..."

"15년인가?"


아이들마다 한 마디씩 거들기 시작했다.


"너희들이 말한 것 중에 답은 없어. 계산을 해보고 답을 해야지. 너희들은 평소에 몇 시간 정도 잠을 자니?"

"8시간이요."

"10시간이요."

"그래. 보통 사람들이 8시간 정도 잠을 잔다고 해. 그럼 24시간 중 8시간이 자는 시간이니까 1/3을 잠자는 데 사용하는 거지?"

"네..."

"그래. 그럼 계산을 해봐. 24시간 중 1/3을 자는 데 사용하면 60년을 산다고 했을 때 20년을 잠자는데 쓴 거잖아."

"헥~~~ 정말요??"

"그러네... 야~ 그럼 나는 하루에 10시간씩 자는데 25년을 잠자는데 쓴 건가 봐..."

"잠자는 시간 1시간만 줄여도 너희들 삶질 거야. 자~ 그럼, 앞으로는 잠을 1시간 줄이고 우리 공부하는데 그 시간을 좀 써볼까?"


잠을 자는데 인생의 1/3을 사용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은 충격적인 메시지가 되었다. 선생님의 이 한 마디는 내 삶을 변화시키는 전환점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때부터 잠 줄이기에 전력을 다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잠이 많은 편은 아니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한참 일을 할 38세까지 하루 평균 5시간 이내로 잠을 잤다. 그것이 습관이 되어 지금은 누가 잠을 못 자게 하는 것도 아닌데 5~6시간 정도 잔다. 40세 이전까지의 삶은 늘 분주했다. 두 어깨가 무겁도록 해내야 할 일들이 산적해있었고, 늘 잠이 부족했다. 중학교 때는 잠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면 40세 이후에는 잠을 자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쫓기듯 분주한 삶을 살아내며 늘 불면증이 따라다녔다. 의사 선생님은 질 좋은 잠을 자지 못해 잔병이 많은 거라 말씀하시며 수면유도제를 처방해주신다. 가급적 약을 먹지 않고 잠을 자기 위해 '낮동안 몸을 귀찮게' 한다. 산책, 청소, 식사 준비, 아이들 픽업 등 몸을 많이 움직인 날은 피곤해서인지 확실히 잠이 쉽게 든다.


불면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생각을 단순화하기'도 아주 좋은 처방약이다. 몸이 너무 바쁘고, 역할이 세분화되면 분주한 삶 때문에 정신이 없다. 건망증도 심해지고, 침대 맡에 누우면 잡념이 많아진다. 이 생각, 저 생각으로 분주해지면 잠들기 위해 드는 시간이 길어지고 그것이 습관이 되면 불면증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단순하게 생각하기''인력으로 할 수 없는 일은 빨리 잊기'였다. 당장 내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것을 붙잡고 있어 봐야 해결점은 없다. 그럴 때는 빨리 털어내고 생각을 비우는 것이 여러모로 이롭다.


홀로 차를 고치러 갔던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5시간 정도 맡겨야 한대. 데리러 와줄 수 있어?"

"그럼..."


남편을 마중하러 나간 김에 집에 있는 아이들과 함께 먹을 점심을 포장하러 갔다. 우리 동네 맛집 [코다리 밥상]이다. 코다리찜은 맵지 않고 부드럽고 담백하다. 이곳에서 파는 시래기밥과 생김, 양념장 맛 또한 일품이다.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지 않도록 미리 주문을 해 둔 뒤 찾으러 갔다.


온 가족이 좋아하는 [코다리찜과 시레기밥]


함께하는 가족이 있고, 맛있는 음식이 있는 한적한 주말 오후, 네 식구 모두 음식으로는 두둑하게 배를 채우고 즐거운 수다로 마음을 가득 채웠다. 행복이 뭐 별건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범한 일상과 어느 누구도 아프지 않고, 아이들이 먹고 싶어 하는 것을 망설임 없이 사줄 수 있는 정도의 여유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여전히 행복하다.


건강한 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로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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