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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Oct 03. 2022

마치 걸음마를 시작하듯...

"나에게 쓰는 편지"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듯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아쉬움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천천히 또박또박 한 걸음씩 걸음마를 시작하듯 걷고 싶어졌다.


50을 바라보는 현재의 나는 정신없이 전력질주만 하며 살고 있다.


나에게 물었다.


"이제는 '나'에게 집중하며 살아볼까?"


질문에 여운이 채 가시기 전 매일 전쟁 같은 현실과 마주하게 됐다. 아이는 입시를 준비하며 인생의 첫 관문을 지나고 있고, 엄마는 호되게 노년을 맞이하고 있다. 아직은 늙는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 하는 엄마를 보며 나의 노년을 그려보게 되었다.


나는 '나이 듦'이 싫지 않다.

누군가 내게 언제로 다시 되돌아가고 싶은지 묻는다면 '지금 이대로가 좋다'라고 망설임 없이 이야기할 수 있다. 나의 '나이 듦'은 그저 공으로 온 것이 아니라 숨이 턱에 차도록 내달리고 내달려서 얻은 '면류관 같은 것'이다.


나이 50이 되면 오롯이 혼자 집중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었다. 마음껏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연주하며, 좋아하는 활동을 하고, 만든 것들을 나눠 줄 사람들을 생각하며 행복해할 수 있는 '나 만의 공간 갖기'를 꿈꿨다. 어쩌면 정말 50이 될 때 나만의 공간이 생길지도 모른다. 감가상각을 생각지 않고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공간, 수익이 발생하지 않아도 내쫓기지 않을 공간 말이다. 오다가다 사람들이 와서 속삭이고, 맛난 음식을 만들어 대접할 수 있는 곳, 말벗이 필요한 사람들,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도 서슴없이 들어와 수다 떨 수 있는 공간에서 나는 미하엘 엔데의 책 모모에서의 주인공 '모모'가 되어주고 싶다.


이제까지의 나는 앞만 보고 달리느라 늘 여유가 없었다. 50 이후에는 매년 한 나라씩 여행하며 살고도 싶다.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는 잠시 머물 수 있는 경제적 여유로움도 있었으면 좋겠다.


죽음이 두렵지 않으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얼마 전 나는 연명의료 결정서를 작성하고 장기기증과 시신기증 신청을 했다. 사는 동안 최선을 다해 건강을 돌보며 살다가 사후, 많은 이들에게 새 생명을 주고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혹시 내게 죽음을 예측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게 된다면 '생전 장례식'을 하고 싶다. 그리운 이, 보고 싶은 이, 좋아하는 이, 함께하던 이들을 만나 인사하고 떠났으면 좋겠다. 죽음이 행복할 수는 없을지라도 그동안 나와 함께 해 주어 고마웠다는 마음을 전하고 떠나는 것은 어떨까?


매일의 삶을 후회 없이 살아가고 싶다.

내게 주어진 시간에 늘 최선을 다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됐다고 스스로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죽음의 순간이 급작스레 찾아오더라도 당황하지 않을,

그런 오늘을 살아내고 싶다.


"로운아, 지금도 잘 살고 있어!"라고 나에게 말해주고 싶은 오후이다...



보글보글 10월 1주(10.3 ~ 10.8) "나에게 쓰는 편지"

6명의 고정 작가와 객원 작가의 참여로 보석 같고 보배로운 글을 써 내려갈 '보글보글'은 함께 쓰는 매거진입니다.

보글보글과 함께하고픈 재미난 주제가 있으시면 언제든지 댓글로 제안해주세요.

참여를 원하시는 작가님들은 매주 일요일 주제가 나간 이후, 댓글로 [제안] 해 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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