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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Nov 14. 2022

"이별"

보글보글 11월 둘째 주

이별


이럴 거면 처음부터 오지도 말지

네가 오니 나는 좋았어.

아무런 희망도 없을 때는

아무것도 모르니 괜찮았지.

그냥 그대로 두었으면

너로 인해 얻은 따스함조차 몰랐을 것 아냐.


차디찬 얼음이 녹아들 만큼

햇살이 내 몸을 가득 채울 때

소리 없이 다가온 네가 있어

얼마나 신기하고 반가웠는지 너는 모를 거야.


어느 순간 새 친구를 소개해주겠노라

하얗고 붉게 단장한 그 애를 데리고 왔을 때

심장이 터질 듯 두근대던 그 마음,

네게 그 맘 들켜

네가 서운할까 봐

홀로 조마조마 두근대는 마음을 다독이곤 했지.


그래, 그때도 그랬어.

이제 좀 친구가 되려나 싶더니

이내 떠나가 버렸던 새 친구는,

그래도 내가 서운할까 봐

선물하나 남겨두고 떠났지.


그 애가 남겨 둔 선물을

요리조리 뒹굴렸더니

어느새 몸뚱이를 불리고 불려

몰라보게 풍성해지더라.


하지만 난 잊지 않았어.

아무리 새 친구가 좋아도,

그 애가 떠나며 남겨준 선물도

너와 비교할 수는 없었지.

그건 아마,

꽁꽁 언 마음을

따사로이 녹여 준

나의 첫 친구가

너였기 때문일 거야.


네가 떠나갈 거라고

햇살이

바람이

비가

알려줬었어.


하지만 난 믿지 않았지.

너와 만난 그날 이후

너와 나는

더더욱 곤고해지고 단단해졌잖니.


나의 믿음이 더욱 굳어졌을 때

햇살이

바람이

비가

알려줬어.

네가 떠날 때가 되면,

옷을 갈아입을 거라고...


믿지 않으려 해도

울컥 슬픔이 눈앞에 드리워지는 건,

아마 나도 알게 되어서 인가 봐.

네가 떠나갈 거라는 걸...


천천히 갈아입어줘.

네가 떠날 그날을

내가 준비할 수 있게 말이야.

이별에도 예의가 있어야지.

덜컥 떠나가면 남겨진 나는 어떡하라고...

떠나갈 네 마음도 슬프겠지만,

남겨질 나를 좀 배려해주면 안 되겠니?


네가 떠나고 난 뒤,

나는 긴 여행을 떠날 거야.

남겨진 자리에서

다시 올 너를 기다리겠지.

혹시 못 올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하지 않으려 해.

너는 다시 내게 찾아올 테니까...

그때는 더 많이 사랑해줄게.

네가 날 떠나지 않도록

아니,

떠나고 싶지 않을 만큼

풍성한 사랑을 네게 줄 거야.


지난날은 잊어줘.

추억조차 남기지 마.

다시 네가 온다면

새로운 매일을 네게 선물할게.

지금은 서툴러서 부족함이 많지만

이제는 경험이 생겼으니

네게 내 사랑을 더 많이 전할 수 있을 거야.


안녕.

나의 친구...

다시 올 너를 기다리며

긴긴밤을 잘 견뎌볼게.

사랑해.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나무...

6명의 고정 작가와 객원 작가의 참여로 보석 같고 보배로운 글을 써 내려갈 '보글보글'은 함께 쓰는 매거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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