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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Mar 13. 2023

거울아~ 거울아~ 내 남편이 묻거든...

보글보글 3월 2주 '거울'

하루에 거울을 몇 번쯤 보세요?

전... 욕실을 드나들며 저절로 봐지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보지 않습니다. 딱히 거울 볼 일이 없기도 하고, 외모에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인 것 같아요. 화장을 하지 않아서 더 그런 것도 같습니다.


셀카의 시대가 열리니 외모에 조금씩 관심이 가긴 합니다. 크고 작은 모임에서 자연스레 찍히는 사진 속 나의 모습을 보면 자존감이 살짝 떨어지곤 하죠. 화장기 없는 얼굴은 사진 속에서 빛을 발합니다. 동료들의 얼굴이 더욱 환하고 아름답게 보이도록 배경 역할을 톡톡히 하거든요. 단체 사진을 찍으면 여지없이 흑역사 한 컷씩 남기게 됩니다. 이 정도면 민폐 아니냐고요? 어쩌면 아마도 그럴지도요...


가끔은 시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익숙지 않은 나의 화장술은 형편없습니다. 색조 화장은 도전조차 할 수 없죠. 일단 갖춰진 화장품도 제대로 없을뿐더러 제게 어울리는 색상을 알지 못하니 BB크림에 파우더 약간, 핑크빛이 살짝 도는 립스틱을 옅게 바르는 정도가 제 화장술의 전부입니다. 이 정도의 노력도 일 년이면 열 번이 채 되지 않습니다. 아름다워지려면 부지런해야 한다는 생각은 진리 같습니다.


외꺼풀 남편은,


"눈이 크면 세상이 더 잘 보이나?"


무심히 던진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듣는 저는,


"눈이 크다고 세상이 더 잘 보이겠어요? 똑같겠지..."

 

사실 전, 남편의 눈이 작은지 몰랐습니다. 첫 아이가 스물이 되도록 전혀 느끼지 못했어요. 눈이 더 컸으면 좋겠다고 거푸 얘기하는 남편의 바람을 듣고서야 깨닫게 되었죠.


"여보~ 난 당신 눈이 작은지 전혀 몰랐어."

"엄마~ 이십 년 넘게 모르고 살 수 있는 게 가능해?"

"정말이야. 작은 눈까지도 사랑해서 몰랐나 보지."

"엄마 콩깍지는 언제 벗어져?"


연애할 때는 사랑에 빠져 보이지 않았고, 살다 보니 정들어 외모가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몰랐나 봅니다. 여러분도 그렇지 않나요?


작년에 앞집 어르신께서 안검하수 수술을 받으셨습니다. 승강기에서 마주친 어르신의 눈매가 어찌나 선명하게 반짝이는지 절로 칭찬의 말이 나올 정도였죠. 이후 남편은


"나도 안검하수 해 볼까?"

"여보는 아직 안검하수 할 나이가 아니지 않나?"

"왜~ 눈꺼풀이 처져서 그런지 눈꼬리 부분에 자꾸 눈물이 고여서 불편해."

"그럼, 병원에 가 볼까?"


남편과 함께 종합 병원 안성형과를 찾았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안검하수는 아닌데 눈꺼풀이 처져서 좀 불편해 보이기는 하네요. 음... 수술하시죠?"


너그러운 의사 선생님 덕분에 보험 적용을 받고 수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약이 꽉 차 6개월 정도 기다려야 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문제였죠.


며칠 뒤 남편은,


"이상해. 병원에서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니까 눈이 더 불편한 것 같아. 침침하기도 하고, 눈꼬리 부분이 쓰라린 것도 같고 말이야."

"6개월은 기다려야 하는데 불편해도 참아야지 어떡해."

"그냥 성형외과에서 하면 비용이 많이 나올까?"

"음... 비용은 많이 나오겠지만 성형은 더 예쁘게 될 수도 있겠지?"

"그럼, 성형외과도 한 번 가볼까?"


남편과 함께 지역에서 꽤 유명한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더니 확실히 안성형과에서 권한 수술법과는 다른 방법으로 설명해 주셨습니다. 마음은 급하고 기다리기 지루할 남편에게,


"그냥 여기서 하자. 내가 해줄게."

"정말? 당신이 해 주려고?"

"이십 년 넘게 가족 건사하느라 애썼는데 이 정도 선물은 받을 자격이 충분하지. 내가 해 줄 테니까 여기서 하자."


연휴 중 수술이 가능한 지 여쭸더니 퇴근 시간을 할애해서 수술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남편은 오십 년 외꺼풀 인생을 청산하고, 쌍꺼풀 있는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쌍꺼풀 수술 후 남편은 매일 거울과 함께 살아갑니다. 컴퓨터 앞에 탁상거울을 두고 수시로 살펴봅니다. 곁에서 보고 있자니 웃음이 피식 흘러나옵니다.


"여보~ 그러다 거울 속으로 들어갈 것 같아."

"수술하기 정말 잘했어. 난 내 눈이 이렇게 커질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해. 여보~ 쌍꺼풀 수술 해 줘서 정말 고마워."


저 정도로 좋아할 줄 알았으면 진작 해 줄걸 그랬다 싶습니다.


"그렇게 원하던 거였으면 진작 말하지 그랬어. 난 지나가는 말인 줄 알았지."

"소원 성취했어. 사람들이 다 부러워했다니깐."

"정말? 난, 아직 적응이 안 돼서 낯설어."


남성분들이 짙은 쌍꺼풀 눈을 좋아하는지 전혀 몰랐는데 꽤 많은 남성분들이 쌍꺼풀 수술을 받기 위해 대기 중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거울과 한 몸이 된 남편에게 손거울 하나를 선물해 주었습니다.


"여보~ 선물이야."

"어? 거울이네? 완전 맘에 들어."


앉으나 서나 거울 사랑에 푹 빠진 남편이 귀엽기까지 합니다. 생각해 보니 동글이가 태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남편은 멋 내기에 진심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가 하나에서 둘이 되니 본인을 위해 쓰는 비용을 줄였던 남편입니다.


"여보~ 쌍꺼풀 수술을 하고 보니, 여기~ 여기 이거 보여?"

"어떤 거?"

"여기 말이야... 피부에 좁쌀 만한 것이..."

"아~ 그거... 내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데?"

"왜... 하나, 둘, 셋... 쌍꺼풀이 생기니 거울을 자주 봐서 그런가, 자꾸 딴 게 눈에 들어와. 피부 관리도 좀 받아볼까?"


수술 후 부작용이 있다면, 남편의 지대한 외모 관심 상승이 아닐까...


"거울아~ 거울아~ 내 남편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 누구냐고 묻거든..."


4명의 고정 작가와 객원 작가의 참여로 보석 같고 보배로운 글을 써 내려갈 '보글보글'은 함께 쓰는 매거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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