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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Jun 02. 2023

엄마는 아픈 것도 미안해져...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불면증은 몸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약의 도움을 받으면 서너 시간 잠을 잘 수 있겠지만 애써 참아보며 3주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며칠은 힘들지만 부족한 잠에 익숙해지면 그럭저럭 지낼만하다. 하지만 머리가 주는 사인과 몸이 주는 사인은 다른 모양이다. 2주쯤 지나니 몸에서 신호를 보냈다. 수면리듬이 깨졌으니 이쯤 해서 병원에 다녀오는 게 어떠냐고 묻는 것만 같다.


나도 안다. 보통의 사람들에 비해 기초체력이 부족한 나는 남들과 똑같이 움직이면 티가 난다. 콧 속이 부어오르거나, 구내염이 오기도 하고, 어릴 때부터 고질적으로 속을 태운 편도가 부어오른다. 지난 일요일부터 목 안이 간질간질 이상신호를 보냈다. 하루를 외면하니 다음 날부터는 코가 막히기 시작했고, 또 하루가 지나니 미간 사이에 압통이 시작됐다. 이쯤 되면 정말 병원에 가야 하는데 담당 선생님의 진료시간과 일정이 맞지 않았다. 꼭 그 병원에만 가야 하는 건 아니지만 정기적으로 혈액검사를 받아야 하는 주간이랑 딱 겹친 게 문제였다. 다른 병원에 다녀오더라도 선생님은 꼭 만나야기에 병원 두 곳을 드나드는 건 비효율적인 듯 느껴졌다. 그래서 일요일부터 시작되었던 몸의 신호를 외면한 채 목요일을 기다렸다. 아니, 버텼다.


화요일 밤부터는 불면증과 감기 증상이 겹쳐 밤을 꼴딱 새우고야 말았다. 아이를 키우면서도, 엄마를 간병하면서도 느꼈던 거지만 왜 통증은 밤에 더 심해지는지 긴긴밤이 야속하게 느껴졌다. 사실, 밤 탓은 아니다. 결국 수요일부터는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목이 부었으니 당연한 수순이다. 선생님의 진료 시작 시간, 오전 8시를 기다리는 긴 여정이 시작되었다. 밤을 새우며 마른 목을 축이고 싶었지만 혈액검사가 기다리고 있으니 그것도 할 수 없었다. 자주 가글을 하고, 정말 목을 적실 수 있을 만큼의 물을 간지럽게 넘기며 시간을 보냈다. 열 때문인지 잠은 더 달아났다. 그렇게 어렵사리 아침을 맞았다.


병원은 언제 가도 만원이다. 병원에 가면 세상에 아픈 사람만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어젯밤부터 금식에 물조차 가려 먹으며 버텨서인지 온몸에 기운이 없었고, 열과 씨름하느라 머리는 지끈거렸다. 꼬박 50분을 기다려 진료실에 들어갔다. 코로나 이후 선생님은 내진을 하지 않으신다. 증상을 묻고, 검사를 보내고, 약을 처방해 주신다. 오늘은 예상했던 대로 수액 처방이 내려졌다.


"선생님, 빨리 낫게 해 주세요."

"증상에 맞게 약을 처방했으니 한결 나을 거예요. 그런데 좀 많이 졸린 약이니 장거리 운전은 안됩니다..."



X-ray, 초음파실을 들러 혈액검사를 하고 주사실로 갔다. 조금 빠르게 부탁해서 1시간 남짓 주사를 맞았다. 운전을 하지 말라셨으니 수액이 다 될 무렵 남편에게 전화를 넣었다. 역시 아플 때는 남편의 도움이 절실하다.


"홍어무침이랑, 삼계탕 예약해 뒀어. 두 군데 들러서 집으로 가면 될 것 같아."


얼마 전부터 홍어무침에 꽂힌 동글이다. 유튜브에서 봤다며 만들 수 있냐고 묻기에 집 근처 전문점에서 포장해다 줬었다. 새콤 달콤 매콤한 맛이 동글이 입맛에 딱 맞았는지 밤 한 그릇 뚝딱 해치운다. 아무래도 오늘은 식사를 챙겨주기 어려울 것 같아서 주사를 맞는 동안 미리 주문을 넣어뒀었다. 끼니를 챙기는 것이 꼭 엄마여야는 건 아니지만 이상하게도 아플 때면 멀쩡할 때 안 하던 걱정까지 끌어모아 끼니 걱정을 하게 된다. 참 이상한 일이다. 남편의 두 손에 바리바리 챙겨든 포장 음식이 위안이 되는 걸 보면 역시 끼니 챙기는 것이 아픈 것보다 우선임에 틀림없다.


   

약을 먹으면 잠이 쏟아질 거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이 무색하게 난 잠을 못 이루고 있다. 서너 시간 뒤척이다 포기하고 컴퓨터를 켰다. 어두운 침대에서 뒤척이며 괴로워하느니 생산적으로 시간을 쓰는 게 낫겠다 싶었다. 이번 달 스터디 교재 [내면아이의 상처 치유하기] 책을 펼쳤다. 책을 읽고 글을 쓰다 보면 잠도 찾아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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